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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들과 차를 마실 때, 언젠가부터 나는 정하지도 않은 순서에 따라 차를 낸다. 첫차로 말차를 내고 마지막엔 황차를 내는 방법과, 먼저 오룡차 계열을 내고 마지막엔 경남 산청에서 만든 황차를 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이는 손님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절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거 같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내가 차를 낼 때마다 꼭 내는 황차다. ‘원래 황차가 이렇게 맛있었나? 아니면 맛있게 변한 건가?’ 할 정도로 차 맛이 좋다. 어쩌면 원래 이렇게 좋은 맛을, 늘 중국차 위주로 마시느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진주 홍금이 선생 동생이 선물한 황차 단지는 늘 내 옆에 놓여 있다.

지난주 일산에서 오신 유승완 선생 부부와 같이 네 사람이 차를 마셨을 때다. ‘우리 이제 마지막으로 황차 한 번 마셔봅시다하고 낸 그 찻 자리 그 차 맛은 정말 모두가 감동이었기에 특히 잊지 못한다.

그전에는 무이암차, 보이차, 공첨 등을 마셨다. 그런데 황차의 농익은 맛에 감동을 받은 후부터는 차의 맛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선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감동의 맛을 낸 차였던가 싶다.

나도 이제 차의 맛을 즐기는 방향이 조금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잘 만든 차는 어디에서나 그 빛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잠시나마 산청 황차의 진가를 몰랐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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