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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오두막집

 

멍하이 일기1

 

멍하이의 겨울 아침은 자욱한 안개 속에 밝아옵니다. 침대를 박차고 커튼을 젖히니 희뿌연 장막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멍하이가 고향인 직원 집이 가게에서 자동차로 십분 거리에 있습니다.

 

2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평화롭고 조용한 전원의 풍경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후 직원 친지의 도움으로 따이족이 살던 목조건물을 허문 재료들을 헐값에 구해 와서 얼기설기 역어서 마음대로 지은 조그마한 나만의 오두막집ᆢ! 곁에는 아담한 연못이 있고 그 너머 직원 집이 있습니다. 네 살배기 아들 하나를 키우며 오순도순 꿈을 키워가는 두사람은 멍하이에서는 보기 드문 대학출신 엘리트 부부입니다?


남편은 부지런한 초등학교 선생님 스타일이고 부인은 그야말로 천사표입니다.
지난밤에도 거실에서 화톳불을 피워놓고 시솽반나 심심산골의 과실들을 멍하이 특산 백주에 담가서 갖가지 향기로 우려낸 약주를 한두잔씩 했습니다. 따이족 부엌을 개량하여 무릎 높이로 적당히 올리고 중앙엔 불지피는 자리 가장자리엔 술잔 찻잔과 접시들을 놓을 수 있도록 고목 널판지를 덧댄 소박한 거실! 그래도 열 명 정도는 언제든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두막집 너머 직원집

 

아들 교육 문제로 늘 토닥토닥합니다. 아빠는 일찌감치 틀을 잡아야 한다며 열쭝쉇 차렷을 호령하지만 엄마는 그저 안아줄 뿐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큰소리로 다툰적이 없었다는!ᆢ 쌍둥이로 유명한 고장 므쟝의 여인, 어려서 누군가 야단치면 울었고 나이 들어서는 그저 웃을 뿐이라는 애기엄마의 잔잔한 미소를 바라보며 중간에서 종종  달갑잖은 오십대 할아버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날  축구공 선물이 들어와서 발차기 기술을 일부 전수했는데 이 녀석이 어떤 날은 새벽부터 방문을 두드리는 통에 귀한 새벽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방문을 나서니 아직 이른 아침인데 지난밤 열기로 가득 찼던 장작들의 흔적과 내려앉은 거스름의 흔적 또한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오샹 하오 " 안개 속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꼬맹이를 보듬고 있는 아빠의 아침인사가 들려오고 "츠판바" 아침을 준비하는 아낙의 밝은 미소가 다가옵니다.

 

출근길 아직도 안개는 자욱합니다. 도로변의 나뭇가지에 걸린 거미줄에 새하얀 물방울들이 매달려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오후가 되면 햇볕에 금방 사라지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영롱한 물방울과 연녹색 찻잎의 조화는 그자체로 한복의 그림입니다. 조그마한 고개만 넘으면 바로 도착하는 가게인데 자동차로 안개를 헤치며 1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찻물을 올리고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운남의 골짝골짝에서 조금씩 구해온 이백여 가지의 모차들을 살피며 오늘 시음할 차들을 몇 가지 고릅니다. 겨울이지만 한가하지만은 않습니다.

 

재차 삼차 지난해의 차들을 관찰하고 맛의 특징들을 분류하고 기록합니다. 또한 병배의 적합성 등을 실험하고 올해의 계획을 수립합니다. 지난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원료를 제공한 차농들과 연락하여 봄차 선 구매 계약을 하고 오운산만의 가공법을 설명하며 언제나 초심으로 좋은 원료를 제공해 줄 것을 당부하고 또 부탁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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