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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6

며칠 광조우를 다녀왔습니다. 광조우 팡춘 차엽성에 있는 저희 가게도 둘러보고 쿤밍에서 알게 된 지인이 근처인 동관에서 오운산 대리상을 오픈하는 관계로 두루두루 다녀왔습니다. 현제 팡춘 시장의 가게 수는 약 만개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불황이라고들 하지만 팡춘의 가게 수는 신기하게도 자꾸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보이차를 판매하는 가게들이고 더러 철관음이나 차용품, 홍차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있습니다. 팡춘도 이천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철관음이나 대홍포, 녹차 등을 판매하는 시장이었습니다. 이천년 중반부터 보이차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보이차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서 이제는 명실공이 세계 보이차의 수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원료 산지와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멍하이를 중심으로 한 보이차 햇차 시장과 음용 인구의 밀도가 높고 교통이 편리한 방촌을 중심으로 한 노차 시장으로 양분될 것 같습니다.

 

그 시장의 한복판에 차엽성이 있는데 방촌시장의 렌드마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이곳 3층에 저희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일층은 권리금만 일억씩 달라고 하고 월세 또한 너무 비싸서 형편에 맞춘 것입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많은 업체들이 차엽성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시장의 중심이라는 상징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제 석가명차의 중국 상표인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부가 있고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빤스추”(총판겸 직영점)이 설립되었습니다. 빼이징은 지금 준비 중에 있고 기타 여러 지역에 주안마이띠엔”(다른 제품과 같이 저희 제품도 전시 판매 하는 곳)이 개설 되었습니다. 중국의 4대 거점 도시에 직영점을 설립하고 기타 지역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2015년 첫 제품을 출시하고 중국 전역의 대도시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대리상 모집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중국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몇 군데 대리상을 오픈하였지만 판매 실적이 저조하여 결국 저희가 자진 철수 하였습니다. 저희가 정한 대리상의 첫째 조건이 인품인데 좋은 사람들에게 괜한 부담만 주는 것 같아서 모든 제품을 환수하고 이후는 원하는 제품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근년에 차시장이 불황인데다가 아직은 오운산의 홍보 부족으로 쉽게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한 탓이라 생각합니다. 멍하이에서는 각 차산의 길목마다 작은 간판을 세워 오운산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멍하이에 내려온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희 간판을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 이미지를 심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수백 수천억의 거대 자본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 세력과 새롭게 진입하는 수만은 신생 업체들 속에서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의 석가명차는 그저 신기하게 비춰질 뿐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마셔보지 않으면 그 차의 가치를 알 수 없습니다.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저희로서는 오운산 차를 마셔볼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늘려 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것 같습니다. 생산지인 멍하이에서 진정으로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차농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고 차근차근 전 세계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오랜 지인들과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신 덕분으로 올해로 3년째 오운산 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차시장의 불황 사드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만만치 안치만 저는 늘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어려울수록 더욱더 바닥을 다져서 굳건한 내일은 준비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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