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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도노채

 

멍하이 일기 13 - 린창 차여행 셋째날 빙도 빙다오 -

 

어제 저녁 만찬이 늦어지면서 방동에서 출발하여 솽지앙(双江)에 있는 저희 린창기지에 도착한 시간이 밤 열두시 정도입니다. 도로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더욱 늦어 졌습니다. 현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어디를 가나 공사 중입니다. 특히 고수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원료 가격이 폭등하고 자금이 생기면서 차농들이 처음으로 하는 것이 주택 개량입니다.

 

노반장, 빙도 등은 이미 산중의 신도시가 되었고 기타 지역도 덩달아 춤추듯 집들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차농들의 집들을 방문해보면 대부분 콘크리트로 비슷비슷하게 지은 2층 양옥집입니다. 3층은 초제소 즉 솥에서 가공한 찻잎을 말리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지붕엔 스레트처럼 생긴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덮어서 비가 올 때도 찻잎을 말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나름대로 용도에 맞게 설계한 것이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생활하는 방식은 예전이나 별 차이 없습니다. 커다란 거실에 덩그러니 TV하나가 놓여 있고 벽에는 가족사진을 비롯한 차나무 사진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간혹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현관 입구의 빈 공간에 주방 기구들을 놓아두고 그때그때 손닿는 데로 사용하곤 합니다.

 

솽지앙의 저희 린창기지는 5층으로 지어진 신식 건물입니다. 지금은 샤오미(小米)라고 부르는 이집의 막내딸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데 아주 싹싹합니다. 80년대부터 맹해차창에 원료를 납품하기 시작했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쌍둥이 누나, 오빠까지 네명의 형제자매 전부 차업을 하고 있습니다. 쌍둥이 누나는 시집가서 한명은 푸얼시에서 한명은 멍하이에서 차업을 하고 있고 오빠와 부모님은 린창기지에서 찻잎 가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일찍이 베이징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로 일하던 중 남편을 만났는데 부모님의 요청으로 함께 하산하여 차업에 열중하게 되었답니다.

 

남편은 약간 내성적이지만 술한잔 하면 노래를 아주 멋있게 잘 부릅니다. 운전도 너무 잘해서 깎아지른 산길을 쏜살같이 달립니다. 앞에 앉으신 분들은 일정 내내 불안불안 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산길도 자주 다니다보면 익숙해져서 평길처름 비교적 빨리 다닐 수 있습니다.

 

한번은 멍하이 저희 오두막에서 바이주를 거나하게 마시고는 앞으로 아버지처럼 모시겠다고 해서 꿀밤을 먹인 적이 있습니다. (삼촌이나 형님이라고 하라고...) 예전부터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만성이 될 법도 한데 가끔 내가 보기엔 나보다 한참 늙어 보이는 촌로들이 나를 할아버지 취급해서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육십대가 저를 형님으로 부르는 분도 계십니다...물론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가끔 남몰래 거울을 들여 보기도 한답니다.

 

셋째날 드디어 빙도를 오릅니다. 빙도(氷島)의 원래 이름은 병도(丙島) 이었는데 이름을 바꾸고 나서부터 이름에서 오는 신비감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래서 찻값도 올랐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고 빙도차는 가격만큼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고유한 특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르는 중간에 빙도호라는 제법 큰 규모의 저수지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들이 산재해 있는 골짜기를 돌아 나온 물이 모였음으로 물맛도 맛있고 비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져봅니다.

 

호수를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도 있는데 시간이 허락하면 물길을 헤치며 빙도차의 진정한 깊이를 가늠해보고 싶습니다. 임창시 맹고현에 있는 빙도는 빙다오라오짜이(빙도노채氷島老寨), 난포(남박南迫), 디지에(지계地界), 나우(나오糯伍), 빠와이(패왜壩歪) 다섯 개 마을을 말합니다. 해발 1750미터 빙다오라오짜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네게 마을을 포함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를  일반적으로 빙도차라고합니다.

 

빙도라오짜이라고 부르는 본마을은 70%정도가 라후족이며 56가구 300명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많이 알려지면서 봄차철에는 매일 3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붐비는 촌이 되었습니다. 마을 주변에 2000여 그루의 고수차가 있는데 봄차  생산량은 1톤정도입니다. 적은 집은 열 몇 그루 많은 집은 이백여 그루의 고차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외지인들에게 임대로 차밭을 빌려주고 있는데, 나무 한 그루당 임대비용은 일년에 천만원 전후입니다.

 

모차 가격은 봄차 일키로에 사백만원 기을차 백오십만원정도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했더니 방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고수차는 없어서 못 판다고합니다. 마침 저희가 방문했을 때 광동성에서 온 상인이 현장에서 자신이 보는 앞에서 채취해주는 조건으로 단주차 생엽1kg을 이백만원에 구입하는 것을 목격 하였습니다.

 

매년 맛이나 보려고 조금씩 모차를 수매하는 차농집에서 식사 대접을 받고 고수차는 아직 일러서 중수차 2kg을 이백만원에 구입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수차(수령 백년전후)1kg에 이백만원인데 멀리 한국에서 와서 사업하시느라 고생한다면서 특별히 절반 가격에 준답니다( 매년 좋은 가격에 줘서 고맙긴 한데 올 때마다 왠지 사기 당하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빙도 다섯 개 마을중에서 옛날부터 공수(貢樹나라에 바치는 차나무)로 지정된 일곱 그루의 차나무가 있는데 (빙다오라오짜이1,디지에3,난포1,빠와이1)수령이 약 천년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주변의 네 군데 마을 중에선 난포의 생산량이 그중 많고 나머지 마을은 비슷한데 빙도 다섯 개 마을의 고수차 생산량을 다 합하면 10톤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세 번째 방문하는 띠지에의 맛이 가격이나 맛의 품격 면에서 오히려 빙다오라오짜이를 뛰어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해발 고도도 1850m로 높고 길이 나빠서 다른 마을에 비하여 개발이 더딘 것이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의 린창기지에서 이곳에 초재소를 짓고 있는데, 올 가을이면 직접 생산한 빙도차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빙도차의 특징은 맑고 달며 삶은 콩 향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혹자는 기운이 좋다고들 하는데 저는 도무지 기운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순환이 잘되어서 그런지 어께 부분이 약간 따뜻해지고 많이 마시면 머리가 띵한 정도를 느낄 뿐입니다.

 

하산 길에 빙도호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송어 회와 민물 칠갑상어 탕을 먹었습니다. 빙도를 올 때마다 매번 들리는 집인데 빙도호 댐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습니다. 양식장의 맑은 물길 속에 노니는 송어를 그물로 건저 올려 즉석에서 회를 썰어 줍니다. 잘 익은 복숭아 속살처럼 발그레한 살점들를 한입 베어 물때마다 신선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웁니다.

 

윈난에서 제가 유일하게 회를 맛보는 집입니다. 작은 칠갑상어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는 탕으로 제격입니다. 중국에서 천연 기념물로 보호하는 종이라는데 양식을 하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궁물 맛이 구수하고 육질이 단단해서 씹는 맛이 아주 괜찮습니다.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근처의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잠시나마 여행의 피로를 풀 수도 있습니다. 혹시 다음에 빙도를 방문하고픈 분들이 계시면 이집은 꼭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빙도차보다 이집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겠습니다...ㅎㅎ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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