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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료 섞기 -

 

513일 귀국하여 18일부터 시작한 대구차박람회에 참가하고 24일 다시 운남으로 돌아 왔습니다. 213일에 출국하여 3개월 만의 귀국이라 늘 응원해주시고 도움주시는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지금 막 차창에서 올해 오운산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급한 일들만 처리하고 서둘러 들어 왔습니다.

 

68일 서울박람회에 맞추어 다시 귀국하는데 그때는 부산에서 15일부터 열리는 박람회에도 참가할 겸 한달정도 한국에 머물 생각입니다. 대구박람회에서 올해 저희가 생산한 샘플 차를 시음한 많은 차인들이 한결같이 격려의 말씀들을 해주셔서 늘 바쁘지만 하루하루 보람찬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오운산에서 선택한 각 지역에서 생산된 보이차 원료인 모차는 일단 전부 차창으로 보냅니다. 차창의 한 모퉁이에 모차를 배합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이 있습니다. 사각형으로 낮게 담을 치고 바닥엔 타일을 깔아서 섞을 때 이물질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한지역 같은 차밭에서 같은 날 생산된 차라도 상자마다 약간씩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단주를 생산해보면 심지어 바로 엽의 한그루 한그루의 차맛 차이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제품의 균일한 맛을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상자를 열어서 다시 골고루 섞어 주어야 합니다. 더구나 다른 지역의 차들을 섞어서 병배를 할 때에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정확한 비율을 맞추어 골고루 분배하고 여러 번 뒤집기를 해 주어야 합니다. 보통 두 세군데 지역의 차들을 병배 하는데, 병배 지역이 많을수록 더욱 어렵습니다.

 

참고로 오운산의 2016년엔 멍하이의 6개 지역 고수차를 병배 하였는데, 올해는 생산량의 감소로 인한 가격 폭등과 지역별 맛의 차이가 큰 편이라서 좋은 원료를 확보하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이산 저산의 차들을 상자마다 일일이 시음하고 조금씩 구하다보니 2017은 모두 10개 지역의 고수차 원료가 들어갔습니다.

 

모두 멍하이 지역이기는 하지만 작년과 같은 차밭의 원료는 두 곳에 불과하고 8개 지역은 모두 다른 차밭의 고수차입니다. 보이차 제작에서 다른 과정은 대부분 기계의 힘을 빌려서 생산할 수 있지만 소량의 고수차 병배 과정만큼은 순전히 사람의 손으로 감각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최근엔 대형 차창에서 대량의 모료를 섞을 때는 기계를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먼저 널찍한 공간에 병배 할 모료중에서 양이 가장 많은 모료를 맨 아래에 일정한 두께로 넓게 펼쳐줍니다. 그런 다음 열십자로 사람이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듭니다. 그리고 네 부분으로 나눠진 공간에 양이 적은 순서대로 정확히 사등분을 하여 골고루 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로 많은 모료를 맨 위에 사등분하여 덮어 줍니다.

 

그리고 한부분 씩 삽으로 세 번정도 뒤집어 줍니다. 일차, 이차, 삼차 뒤집기를 한 다음 다시 상자에 십키로그람 씩 담으면 병배가 완료됩니다. 간단하게 병배 하는 과정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사실은 괭장히 고단한 작업입니다. 특히 뒤집기를 할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찻잎 가루들이 날리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됩니다.

 

요즘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나날이 보도되고 있는데, 찻잎 가루라고해서 먼지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주로 찻잎에 붙어있는 백호 즉 하얀 털들이 뒤집는 과정에서 탈락하여 날리는 것입니다. 모차를 분배하는 과정에서도 찻잎 가루들이 날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주로 병배 과정만 감독하고 뒤집기를 할 때는 직원들에게 꼭 마스크를 하라고 당부하고는 밖으로 도망가는 편입니다만 중간 중간에 한번씩 돌아와 보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어 던져버리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해롭다고 몇 번이나 당부해도 무작정 괜찮다며 잘 듣지를 않습니다.

 

특히 오운산은 다른 업체들처럼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병배하기로 직원들끼리 소문이 나 있어서 때론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병배가 있는 날 저녁엔 꼭 비계살이 많은 삼겹살을 구해서 다같이 구워먹습니다. 옛날에 광부들이 진폐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많이 먹었다는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기침을 하면 새까만 가래가 솓아져 나옵니다. 겯에서 감독만 하는 제가 이정도인데 직원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일정한 품질을 보증하고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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