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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중국 맹해 직원

 

압병(壓餠)이 끝난 차는 포대기를 벗기고 건조대에 올려서 일단 열기를 식힙니다. 나무 막대기로 가로 90cm, 세로50cm, 높이4cm 정도로 제작한 건조대는 병차 8개정도를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8개를 올리고는 다시 8개를 올려 여러 층으로 쌓아서 일정량이 되면 홍방(烘房)으로 옮겨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갑니다. 홍방의 온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도 전후로 맞추어 줍니다.

 

357g 생차를 압병하면 수증기로 들어간 물의 무게 중가로 380g정도가 되는데 다시 357g이 될 때까지 건조하는 것입니다. 홍방에서의 건조 시간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인데 최근엔 홍방에 넣지 않고 서서히 식히는 것이 더욱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그리고 순료차들은 느림 식힘 방식을 택하고 있고 생산량이 비교적 많은 고수황편차는 빠른 식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건조가 끝나면 포장실로 옮겨서 각종 차의 형태에 맞추어 제품을 포장합니다. 모차를 차장으로 보내고 나면 즉시 인쇄소에 연락하여 그 차에 맞는 포장 설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먼저 내비를 제작하여 차창으로 보냅니다. 포장은 건조 과정이 끝나고 나서지만 내비는 압병할 때 차속에 묻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차를 포장하는 종이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만 최근엔 점점 화려해져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이 제질 또한 한지부터 일반지까지 다양합니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병차 포장지 한 장 가격은 보통 60원정도입니다. 한국에 비하여 많이 저렴한 편이지만 생산량이 많으면 그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오운산은 찻값에서 차지하는 포장지 가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적으로 차를 보관하기엔 한지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최고급 한지를 사용합니다만 시중에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들은 100원전후의 저렴한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한지는 중국에서 전수공으로 생산된 천연 한지로서 한 장에 300원정도 합니다. 보이차 포장지로는 최고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숙차는 거풍이 잘 되어야 좋으므로 한지 한 장으로만 포장하고, 생차는 향기의 보존과 제품의 청결함을 유지하기위해 안쪽에 얇은 천연지를 한 겹 두르고 다시 한지로 포장하는 이중 포장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인쇄 공장에서 제가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처음에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며 한지 비슷한 포장지를 권했습니다. 가격이 턱없이 저렴하여 자세히 보니 한지 흉내를 낸 일반지입니다. 색깔이 한지보다 밝고 예쁘게 보이지만 천연 원료가 아닌 것 같아서 아쉽지만 지금의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운산처럼 내비에도 총생산량을 표시하고 각 차마다 제품 번호를 넣는 경우에는 내비와 포장지의 번호가 일치해야 되기 때문에 포장할 때 일일이 확인해야 됩니다. 자칫 한편이라도 잘못 포장하면 모든 번호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 포장이 끝난 차는 다시 대나무 껍질로

(바나나 잎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가끔 있는데 그냥 웃고 말면 됩니다...)

 

한통에 오운산은 6편이지만 일반적으로 7편씩 묶어 줍니다. 차산을 오르다보면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는 굵은 대나무에 붙어 있는 죽피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인건비 상승과 제작 공정의 기계화로 대형 차창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차는 통 포장 역시 종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운산이 다소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 또한 많이 드는 죽피 포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죽피의 보습 기능과 방한 방수 기능이 종이보다는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죽피는 습도가 높을 땐 습기를 차단해주고 건조할 땐 죽피에 머금은 습기를 차에 전달해줍니다. 차밭 주변의 천연 재료를 이용하여 차와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고안한 조상님들의 지혜의 산물입니다. 죽피 포장을 완료하면 다시 사나흘 정도를 말려야 합니다.

 

죽피에 물을 뿌려 녹진녹진 하게해서 통 묶음 작업을 하므로 자칫 차에 수분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죽통 윗부분에 전기인두를 사용하여 제품의 명칭을 새깁니다. 도치램프로 죽피 작업 중에 풀린 가드다란 실밥 줄기들을 소각시키면 더디어 죽포장 완료입니다. 옛날에는 상자까지 대나무를 사용하였습니다. 얼기설기 역은 광주리 같은 기물에 12통을 넣고 노끈으로 묶는 방식이었습니다. 12통이면 357g 84편 약 30kg인데 말의 양쪽 잔등에 한상자 씩 걸쳐서 멀고 먼 차마고도를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요즈음은 종이 상자의 규격에 따라 2, 4, 6통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오운산은 333g*6*48kg을 한상자로 만드는데, 포장 무게까지 합하면 약 10kg입니다. 오운산 만의 포장 방식인데 옛날의 세금 제도 때문에 규정한 357g의 규격에 얽매일 이유가 없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포장 규격을 비롯한 오운산의 모든 디자인은 오운산 만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작자의 정신을 담은 포장도 결코 소월이 할 수 없습니다. 온고창신(溫故創新)의 정신을 살려 오운산 만의 새로운 보이차 문화를 열어가려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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