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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한겨레 생활문화섹션 <esc>커버스토리에 나오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KTX로 용산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안에서다. 원고 청탁내용은 "초보자의 차 입문하기" 컨셉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집으로 와서 메일을 보니까 보이차에 대한 원고 청탁으로 바뀌었다.

보이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조심스런부분이라서 염려가 되었다. 방대한 내용을 가진 것을 한정된 지면에서 보이차의 이해를 돕기 위한 원고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재 크게 왜곡되어 가고 있는 보이차 시장에 초보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되었다.

보이차에 대한 고수들이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을 줄 알고 있지만 한정된 지면을 이용한 초보자용이라는 것임을 사전에 밝혀두고 한겨레 신문에 난 기사를 옮겨보았다.

보이차는 정말 몸에 좋은가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냉한 사람들에겐 녹차류보다 권할 만… 제조방법·보관상태 따라 품질 차이도
한겨레
» 보이차는 정말 몸에 좋은가
차(茶)는 가장 건강한 기호식품의 하나로서, 사람들은 당나라 때(618~907)부터 현재까지 1300년동안 마셔왔다. 그래서 어떠한 식품보다도 안전한 것이며, 기원은 중국 운남 지방이다. 그곳에 오래된 차나무인 고차수(수령 500~1700년 이상)가 운집해 있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보이차가 생산된다.
 

신개념 원두커피 시장의 개화와 맞물려

필자가 보이차를 처음 접한 것은 1987년 부산 광복동 속칭 ‘깡통시장’ 안 골목에 있었던 연암찻집(대표 박정호, 현재 쌍어각 대표)에서다. 나는 그때 주인이 내준 보이차를 첫 경험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다. 그 작은 일자형 찻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박정호씨가 외국에서 차를 구매한 뒤 귀국한 며칠 동안은 찻집에 손님이 많았으며, 그는 꼭 보이차를 가지고 왔다. 추운 겨울 몇몇 지인들과 모여 차를 마실 때 주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리로 된 물주전자의 펄펄 끓는 물을 통해 보이차를 우려냈다. 그때는 보이차가 어떤 수준의 차인지도 몰랐다. 다만, 몸속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즐겁게 끓는 물 한 주전자를 비웠다.

시간이 흘러 2003년 중국 광동 방촌에서 보이차 전문점을 찾았을 때는 한국처럼 운치 있게 마시는 차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보이차는 그저 흑차의 한 종류로 급속 발효한 숙차만 판매됐으며, 그것도 20~30개 점포당 한 곳 정도에서만 판매했다. 그런데 2년 뒤 6~7 점포당 한 곳은 보이차를 팔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 보이차 보급의 급속한 변화 양상은 중국의 경제성장과도 관련되지만, 홍콩·대만·한국 등의 보이차 마니아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때 한국은 미국식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들어온 스타벅스 커피가 다방 커피를 물리치고 지하에서 건물 1층 최고의 위치에 들어서게 되는, 이른바 신개념 원두커피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원료의 순수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려 차에 대한 접근도 쉬워졌다. 차가 젊은층에 파고든 것은 차 역시 원료가 순수 식물이라는 점이었으며, 세계적인 웰빙 물결도 차 인구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커피와 차는 상호 비교 대상은 아니다. 결국, 입맛이며 기호다. 원료의 순수성을 찾는 계층이 많아질수록 차 인구도 늘어난다. 요즘 젊은 사람들 가운데 보이차의 품질과 맛의 비교 우위를 모르고 즐기는 층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종종 보이차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무지한 발언들이 신문 지면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이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사항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 지역의 보이차밭. 보이차는 독특한 향과 색을 가졌으며 약용으로도 널리 쓴다. 이상엽
1. 왜 보이차가 좋은가? 보이차만 좋은 것이 아니라 차(茶) 자체가 몸에 좋다. 녹차와 달리 보이차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 것은 김치나 젓갈·된장·청국장 등의 발효 식품을 즐겨먹는 우리의 음식 문화와도 연관성이 있으며, 그에 상응하여 발효된 차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기반도 아울러 갖춰졌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6대 다류 중 흑차에 속하며, 중국의 다양한 차 속에서 그 독특한 맛은 차의 종류와 생산 연도, 보관 상태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그 다양성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 계속해서 즐기게 되는 차이다.

중국의 차 상세보기
박홍관 지음 | 형설출판사 펴냄
중국 차 입문서. 이 책은 중국에서 차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성(절강성, 광동성, 운남성, 안휘성, 대만 등)을 각각 수차례 반복하여 조사한 중국차와 그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보고서이다. 차...


2. 보이차에 진짜 효능이 있는가? 보이차는 약이 아니다. 차일 뿐이다. 그런데 누가 권해서 또는 우연히 마시게 되었다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다시 찾게 되기도 한다. 특히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 냉한 성질이 있는 녹차류보다는 훨씬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몸이 받아줄 때 좋은 차다. 그래서 보이차의 진짜 효능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저녁에 많이 마셔도 아침에 얼굴이 붓지 않고 몸이 개운하며 머리가 맑다고 느낀다면 부작용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보이차의 효능에 관해 과학적으로 발표된 사례는 없지만 프랑스에서는 약국에서 취급하는 것으로 보아 약리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초보자는 숙차와 생차에 대한 이해를

3. 진짜와 가짜 보이차를 구별하는 방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이차에 가짜는 없다. 차를 만드는 농가에서는 모두 진실하고 정성 들여 만든다. 다만, 차의 원료에 따른 제조 방법과 완성된 차의 보관에 따라서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난다. 그러한 차이를 일반 소비자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오해가 될 만한 일들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가짜 시비가 생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급조한 차를 공급하는 것으로, 생산 연도를 속이며 이름 있는 차라고 내놓는 경우다. 따라서 초보자의 경우 숙차와 생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보이차를 숙차와 생차로 나누어서 구분해 보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차 본래의 맛을 즐기게 되면 진짜와 가짜라고 하는 개념이 달라질 것이다. 숙차의 장점은, 생산된 차를 짧은 기간에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차 맛이 부드러운 편이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점은 차의 풍부한 맛이 덜하고, 제조 공정에서 악퇴(가공한 차를 물을 뿌려 발효시키는 과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특유의 맛이 난다는 것이다. 생차의 장점은 차 본연의 맛을 지니고 있으며, 발효가 되었을 때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단점은 차가 생산된 후 짧은 기간에 마시기 어렵다. 숙차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정리하면 무조건 값이 비싼 차를 찾게 될 때 문제가 된다. 다양하게 즐기면서 스스로 취향에 맞는 차를 만나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글 박홍관/동양차도구연구소 소장·<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저자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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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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