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화주량즈

 

화주량즈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전에 계약한 야생차 네그루에 오운산 팻말을 걸었습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심심산골에 누가 본다고 걸겠냐만 우선 제가 보고, 차농들이 보고, 시쐉반나 최고봉을 오르는 진정한 보이차 마니아들이 봅니다.

 

정식계약은 네그루만 했지만 주변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야생차들도 봄철에 같이 수확하기로 하였습니다. 천년 야생차가 있는 곳의 차밭 주인은 따로 있지만 관리는 얼마 전에 오운산 화주량즈 관리소장 직책을 준 빠멍 노총각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마침 찾아간 날이 하니족의 위엔단지에(元旦節새해)라 산골의 각종 음식들로 한상 가득 차려놓았습니다.

 

소수민족 특유의 향신료들이 많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지만 예전보다는 그래도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카오지우(烤酒)라고 부르는 집에서 가공한 옥수수 술도 할 수없이 두 잔은 마십니다. 하니족 음주 풍습이 한잔만 마시면 다시는 보지말자는 뜻이라는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50도가 넘는 독주라 소주잔 정도의 잔에 두잔만 마셔도 어질어질 합니다. 한 순배가 돌고, 촌민들이 식사 자리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서 장작불 겻에 돌아 앉아 있는데 노총각이 살며시 다가옵니다.

집은 언제 지을 거고? 장가 안가고 싶나?”

글쎄요, 그게...”

.. 뭔 일 있나

 

한 참을 머뭇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신년을 쇠고 바로 공사를 할 건데 준비된 자금이 20만 위안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가 없답니다. 이왕 짓는 집인데 어쩌면 평생을 보고 지어야 할 텐대 짓다 말수도 없고 그럼 제대로 짓자면 얼마정도 있으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일층은 차 제조 시설을 갖추고, 이층은 살림집, 삼층은 차를 햇볕에 말리는 쇄청 공간을 만들자면 최소한 35만 위안 한국 돈으로 육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것 같답니다. 속으로 아따 큰일인데 싶습니다.

 

저번에 도와주겠다고 덜컥 큰소리는 쳐놓았는데 오운산 자금 사정을 생각하니 난감합니다. 내심 오만위안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역시 집짓는 일이란 평생의 큰일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아내의 이쁜? 얼굴이 떠오르면서 오금이 저려옵니다...

 

이집의 내력은 멍하이 일기 66’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하고 멍하이 오두막으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가난 때문에 약 한번 못써보고 하늘나라로 보냈다던 노총각의 여동생이 이 땅에 홀로 남겨놓은 세 살배기 딸내미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직도 할머니 손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녀석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가난이 죄라면 죄이지요. 노총각도 빨리 장가가서 부모님 그리고 어린조카 잘 근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봅니다. 우선 제가 힘닿는 데로 도와주고 원금은 차차로(5년 동안 차로 돌려받기...) 받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선주문 방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할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 2000고지 이상에서 자란 300년전후 고수차와, 천년야생차 두 가지를 합하여 백만원에 20명 한정 공동구매 형식의 선주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화주량즈는 올해 고수순료 병차로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번 선주문은 이윤도 줄이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차원에서 산차 형태로 발송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압병을 원하시는 분은 소정의 추가 비용을 받고 원하시는 형태로 제작해드리겠습니다. 각각의 량이 얼마가 될지는 생산을 끝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만 대략 두 가지를 더하면 2kg 전후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도착은 5월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1kg 씩 담을 수 있도록 스텐으로 제작한 오운산 차통 두 개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오셔서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분께 부담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참여하지 않으셔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먼저 주변에 계신 분들을 살피시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합니다. 혹여 이쪽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몇 분만이라도 참여해 주시면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부담을 드리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죄송함보단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씁니다.

 

그리고 오운산고차는 한국 물량에 대해 2018년도부터 선주문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합니다. 일정량의 물량을 확정하고 선 입금을 받아서 생산하면 공급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유리한 등식이 성립됩니다. 오운산으로서도 자금 부담에서 일정부분 해방될 수 있고 오운산을 아껴 주시는 한국 고객 분들께 최선의 가격으로 정품을 드리고자 하는 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해외 시장은 아직 오운산고차의 인지도가 성숙되지 않아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선주문으로 결정하는 날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선주문 기한은 매년 11일부터 228일까지 이며 선주문으로 오운산고차를 계약하시면 오운산고차 구매 최저가격인 출시가격의 50%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가게로 방문하시거나 전화로 주문하셔도 되겠습니다. 113일에 귀국할 예정인데 설날 때까지는 한국에 머물 계획입니다. 보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오시면 마음으로 우리는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화주량즈 선주문은 오운산 카카오그룹 http://group.kakao.com/i/7KshwvTsfc 에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석가명차로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