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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급차인 송빙호 도판

보이차에 있어서 정점은 어떤 차일까요?

비싼 차! 유명한 차! 오래된 차! 희소한 차! 한번 마시면 평생 잊기 어려운 차!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차!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가지 가치들을 종합해보면 역시 노차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노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보이노차는 현재 차 시장의 정점에 있는 차이고 수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마셔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96년부터 차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차를 판매한 적이 없습니다.

칠팔십 년대에 생산되었다는 비교적 저렴한 흑차류 차들은 일부 취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한편에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보이 노차들은 감히 취급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애초에 그만한 자본을 움직일 재력이 없었고 노차 탄생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홍콩과 대만 쪽의 인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천년 초 인연 따라 몇 번 마셔본 것이 전부인 노차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차는 많이 마셔본 사람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차업을 시작한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노차를 문의하는 연락을 받았고 먼저 거금을 줄 테니 정품 노차를 구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매번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줄 곳 여러 대형차창의 한국총판을 해왔기에 신차 위주로 취급해왔습니다. 솔직히 저의 경험과 실력으로는 노차의 진위를 정확히 판별할 능력이 안된다는 자각에서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정품노차를 가지고 있기로 이름난 분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은 구경하기조차도 힘든 차인 홍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품 침향의 놀라운 가치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문화든 그 문화의 정점은 존재하고 정점의 문화를 보존하며 꽃피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누릴 수 없는 문화 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터부시하고 도외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금전의 유무를 떠나 정점은 정점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정점의 문화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일부 계층의 오락거리로 전락하거나 너희는 마셔봤냐? 씩의 특권의식을 고취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차는 차, 백년 천년이 지나도 역시 차일뿐인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호도 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제가 노차를 취급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창고에서 갑자기 출현한 수톤 내지는 수십톤의 노차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입니다. 호급 인급 차들은 애초부터 량이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들을 정확히 감정할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노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기회를 틈타 오로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름뿐인 준노차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었을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차를 익혀서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몇년도 아니고 수십년동안 정체를 감추고 있던 차가 비슷한 시기 한꺼번에 많은 량이 시장에 솥아져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넘쳐나는 가짜 노차의 유해성과 수상한 유통 또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이십여 년 차업을 해왔지만 노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제가 노차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자니 조심스럽습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정품 노차의 가치를 바르게 알리고 참다운 문화로 자리 잡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도 한국에 계십니다. 혹여 그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저는 신차 위주의 차업을 해왔고 지금은 운남에서 직접 햇차를 생산하고 있는 입장이라 자칫 햇차를 생산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노차를 비토 하는 글로 비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차가 이런저런 의문이 있는 차이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었습니다. 보이차가 처음 운남의 소수민족들이 마시던 차에서 청나라 때 중국 황실에 공납되던 차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노차의 가치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명차가 되었습니다. 어떤 문명이던 문화든 그늘은 있게 마련입니다.

노차의 그늘이 깊은 것은 사실이나 노차 그 자체의 가치는 지금의 보이차 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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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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