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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최해철 대표

7월 30일 저녁 인천 - 오클랜드 비행 편으로 뉴질랜드에 왔습니다. 영어 연수 겸 여행지로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세계를 두루 만행하셨고 언제나 마음 가까이에 있는 스님의 소개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는 크게 남섬과 북섬으로 나누어집니다. 내가 정착한 곳은 북섬인 오클랜드에서도 북쪽으로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케리 케리' 란 곳으로 땅심이 깊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클랜드 시내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영어 공부를 하기엔 적당치 않다고 합니다. 한국은 지금 한창 더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만 이곳은 한겨울인데 한국의 초봄 날씨와 비슷합니다. 비가 자주 오고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당분간 휴식 삼아 머물며 공부도 하고 지내기엔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뉴질랜드 한국 이민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스님의 지인이 살고 있는 농장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의 인구는 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종 관공서를 비롯하여 극장도 있고, 제법 큰 규모의 식품 종합매장도 있어서 생활하기에 큰 불편은 없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마땅한 숙소를 구할 수 없어서 지인의 집에서 이틀을 묵었습니다. 연세가 저보다도 한참 윗 연배지만 예술가적 감성을 지니고 살고 있는 지인 부부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경치와 정직한 환경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날 저녁 정성껏 차려주신 한식을 대접받고 마당으로 나와 밤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아! 별이, 어릴 적 바라보던 그 별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좋은 차를 찾아서 운남의 심심산골을 헤매다가 날이 저물어 차농의 집에서 긴긴밤을 의탁하면서 보았던 그 별이 이곳에서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의 피로와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불편함은 있지만 밤하늘의 별빛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처음엔 뉴질랜드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할 생각이었으나 코로나 이후에 환경이 바뀌어서 마땅한 숙소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호텔 등 여러가지 숙소를 알아보다가 "WOODLANDS" '백패커'라고 부르는 여행자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그야말로 숲속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숙소입니다. 젊은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묵는 숙소지만 지금은 여행객은 거의 없고 마침 키위와 오렌지를 수확하는 철이라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 온 농장 일꾼들이 장기간 방을 임대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되고 주방도 공용이라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여행 경비를 절약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기엔 오히려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곳에서 한달정도 머물면서 여행을 하기 위한 기본 회화들을 익히고 9월엔 남섬 쪽을 여행할 계획입니다.

 

이침이면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잠이 깹니다. 과일로 대신하는 아침을 챙겨 먹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영어 회화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연세가 여든이 넘은 할머니 두 분이 선생님인데 두 시간이 넘어도 보내줄 생각을 않고 계속 반만 알아듣는 영어로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십니다...^^ 아직 나의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발음이 좋은지 잘 가르쳐주는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정 하나는 대단하십니다. 일주일 치 수업료를 드리니까 나중에 이 돈으로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십니다. 뉴질랜드는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학비와 병원비 등이 모두 공짜라고 합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통행료도 받지 않습니다. 노인이 되면 대부분 더 이상 돈을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여행 등을 통해 여생을 좀 더 보람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입니다. 아무튼 친절하고 말 많은 할머니들 덕분에 영어 공부는 확실히 될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교통 편이 불편해서 구입한 자전거를 타고 주변의 명소들을 둘러보며 만나는 사람들과 실전 경험을 하며 여유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영어 공부를 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의 여정 임을 알기에 잊어버린 단어를 다시 또다시 되뇌어 봅니다. 숙소 방의 벽면에 적혀 있는 문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if you obey all the lies, you`ll miss all the fun.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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