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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앙동에서 중국차 전문점을 오랜 기간 운영해온 ‘다례헌’ 서재홍 대표를 만났다. 지난 6월에 다례헌에서 만났을 때 <시민시대>에 중국차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중국차를 가장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천량차의 제조 과정 사진 한 장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에 나오는 천량차 부분에서 5명이 발로 굴리며 포장하는 사진 사용에 대한 허락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나는 즉석에서 하시라고 하였고, 필요하면 사진 데이터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는데, 서 선생님은 웹상에서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즉시 전달할 수 없었다.

책에 나오는 사진을 사용하라고 하였기에 나는 생각하기를 내 책의 사진을 스캔해서 원고로 사용하지 않았겠나 하면서 이젠 책이 나왔을 텐데 어떻게 원고를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찾아뵙게 되었다.             [사진 위, 다례헌 서재홍 대표] 이제는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과거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자료를 조금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서 선생님은 1995년 이전의 책에서 원문을 번역하고 계셨기에 더욱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 사진은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화시켜서 사용하였고, 원고가 작성된 7월호 책을 한권 주셨다. 자연스럽게 천량차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사모님은 집에 보관된 차 중에서 가장 오래된 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시며 보여주셨다. 차생산 년도를 보면 1950년대 차라고 할 수 있다. 좋은차를 맛볼 때면 꼭 꼬장꼬장한 봉지에서 나오는데 이 차도 비닐봉지에 담겨있었다.

[1950년대 천량차] 일단 외형으로 볼 때 입맛이 돌게 했다. 어떤 맛이 나올까를 예측할 수 있는 외형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동안 한국과 중국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많은 차를 접하였다. 중국 현지의 차 생산 과정을 촬영하면서 지금도 그 현장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차를 보고 시음해 보면 제조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천량차로서는 노차라고 할 수 있는 그 차의 맛을 보면 이런 맛을 우리는 천량차라고 하는데 보통의 경우 이 맛을 모르기 때문에 등급으로 친다면 낮은 등급의 천량차를 표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천량차의 참맛을 잘 모르고 그냥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례헌 사모님] 중국 호남성 백사계에서 작업자들이 몸에 땀이 범벅 되어 있는 상황에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서 마시는 천량차의 맛을 보고 놀라워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이 한국에서와 같이 작은 다호에 천량차를 넣고 우려마시는 것이 아니라 끓여서 큰 통에 담아두고 수도꼭지 같은 것을 이용하여 틀어서 넓고 큰 찻잔에 차를 받아 마셨다. 나도 함께 마셨다. 시원스런 맛이며, 갈증을 순간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이날 마신 천량차는 세월이 주는 맛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차의 성질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 조건에서 보관되어 차를 귀하게 다루는 집에서 관리되었기에 이런 맛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 선생님은 백사계 천량차와 천식방(天植坊) 천량차를 나란히 세워두었기에 두 개를 손으로 짚어가며 비교 설명을 하셨다. 같은 천량이라도 외형적으로 보면 천식방이 더 꽉 차고 긴압이 잘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절달된 부분을 보면 천식방 천량차가 좀 더 짙은 갈색을 띄고 있다.

[사진 위, 백사계 천량차] 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종류의 천량차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최근에 제조한 호남성 백사계(白沙溪) 천량차와 그 인근에서 만든 천식방 천량차의 외형을 비교하고 ‘천식방’차의 맛을 나누게 되었다. 서 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3년 된 차를 비교하면 백사계 차는 먹을 수 없는 상태이나, 생솔 가지를 태워서 천량차를 만들 때 사용한 천식방차는 한약재로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하여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말에 즉석에서 긴압이 꽉 찬 느낌의 ‘천식방’을 조금 뜯어서 개완으로 마셨다.

개완에 넣기 전의 상태로 보면 노랑곰팡이 같은 것이 보였다. 서 선생은 부분적으로는 흰곰팡이 같이 보인다고 하였지만 내 눈엔 노랑곰팡이였다. 순간 5-6년 전 서울 인사동의 중국차 전문점에서는 천량차를 세워두고 노랑 곰팡이를 자랑하며 차를 팔았던 몇몇의 주인들과 당시 분위기가 잠시 떠올랐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곰팡이를 자랑하며 마시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사진 위, 천식방 천량차] 노랑 곰팡이라고하여 복전차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복전차는 오래되면 흔히 전문 용어로 ‘금화’(유익균으로서 독특한 균화 향기가 있으며, 국가표준의 금화균수까지 정해져 있다)가 핀다고 하여 양질의 흑모차를 원료로, 악퇴와 발효, 발화(發花) 공정을 정상적으로 거치면서 생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차에서 보이는 노랑 곰팡이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달랐다. 어찌되었든 ‘천식방’이라고 하는 차는 차의 맛이 제조일이 3년 정도 지난 것으로 일반적인 천량차의 맛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순한 맛으로 마시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무엇이 작용하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한약재와 생솔가지를 태운 솔향기가 흡입되어서 그런 맛이 나는지는 모르지만, 백사계 천량차의 맛과는 다르다. 하지만 생산하고 3-4년 뒤에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좋은 차라고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차인들이 좋아하는 차맛을 논하는 것은 2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차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백사계 천량차와 천식방 천량차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잠시 생각할 수 있다. 차를 마시면서 엽저를 보니 백사계 차와 ‘천식방’ 차는 백사계 차에서 볼 수 있는 살청과 퇴적 과정이 고르게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천식방의 차 전체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새로운 차들이 유통되면 좀 더 시간이 가면서 충분이 우열이 가려지는 인프라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역적으로 차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기도 하기에 낯선차일 수 있다. 3-4년 지난 백사계 천량차에서 나오는 강하면서 떫은맛보다 순한 맛이 난다고 하여 좋은 차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더 많은 종류의 천식방 천량차의 시음과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으로 본다.

다례헌 서재홍 대표는 1990년 부산 차계를 대표해서 [제1회 항주국제차문화연토회]참석을 위해 홍콩을 거쳐 항주로 갔다. 회의를 마치고 25박 26일간 중국 차산지를 견학하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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