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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맛을 논할 때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만이 앞선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차의 맛을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판단 할 수 있을까?

가격 대비를 기준으로 음식을 잘 하는 집이라고 소문이 난 곳은 누가 와서 식사를 해도 맛이 있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다.

보이차의 붐이 거세게 몰아쳤을 때에는 보이차 이외의 차(茶)는 차가 아닌 것처럼(일부 상인들 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 손의순 육안차] 그 반면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보이차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보이차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인은 보이차의 유통 자체를 부정하며 다른 종류의 흑차가 사람의 몸에는 더 좋은 차라고 내세우는 현상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차문화의 한 단면이다.

덕분에 한 때 차의 축에도 끼어들지 못한 복전차가 대 유행이다. 차꾼들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취향대로 움직이면서 차를 즐기고 있다. 자신이 마시는 차가 진짜로 몸에 좋은 차라고 하면서. 이런 경우는 약간의 주관적 견해의 개입을 부정할 수 없다. 지방과 서울은 약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유행과 함께 순환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의 중심에서 육안차는 논외의 차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이영자, 박정호]

육안차는 누구나 맛을 좋아하거나 즐길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특별히 이유를 논할 필요는 없지만 첫째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둘째로는 좋은 차를 접할 기회가 잘 없었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육안차에 대한 가치 평가에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또 비교해서 맛을 볼 수 있는 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주변에서 양질의 육안차를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몇몇 마니아층에서만 즐기는 차라고 하는데 크게 부정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필자도 최근 10년간 육안차로서는 명차라 할 수 있는 손의순 육안차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또는 꾼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셨다. 하지만, 명성만큼이나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차를 만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1월 13일 부산에 있는 중국다예연구소 이영자 원장과 회원 5명이 함께 대구 쌍어각(대표 박정호)에 방문하여 대접 받은 차가 손의순 육안차였다. 그날의 육안차 맛은 필자가 이전에 마셨던 손의순 육안차에 대한 선입견을 일시에 지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육안차로서 좋은 차가 무엇인가라고 할 때 한 마디로 답변을 할 수 없는 것이 차의 맛이지만, 흑차 가운데 관심을 받지 못해서 차의 중심에서 밀려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맑고 깨끗한 맛이 세월의 기운과 함께 풍겨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고, 가슴과 눈과 입으로 느끼고 보고 들으면서 마음까지 맑아지는 맛을 음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필자에게는 손의순 육안차에 대한 이미지가 오랜 기간 청명한 마음으로 간직될 것 같다.

육안차 이전에 마신 대오룡차는 극품. 박정호 선생의 깊은 내공이 함께 어우러져 나온 맛으로, 차가 가진 진정성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알게 하였다. 운남성(윈난성)에 들어가기 하루 전에 귀한 시간과 차를 내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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