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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던 차, 그러나 진실로 새로운 개안의 차

 

깊어가는 가을 날씨, 다양한 찻자리를 경험하면서 올해 필자가 마신 차 가운데 명차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2-3가지 종류로 축약된다.

5-6년 전에는 보이 생차는 보이차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기였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보이생차를 수집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특히 맹해차창에서 만든 것 또는 대기업에서 기념으로 제작하는 것이 많아 지고 소상인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급하게 되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소비시장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편으로는 보이차를 많이 취급하는 전문점에서는 홍콩이나 대만에서 가져온 발효를 잘 시킨 차들만 보이차라고 하며 생차를 취급하거나 보이생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차에 대한 수준이 좀 낮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마찬가지다.

하지만 보이 생차의 보급과 확산은 우리 차문화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몇 일전 청주에서 5년 전 여명차창에서 만든 노반장을 마시게 되었다.

방문한 곳의 주인은 평소 보이차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평소에는 대만에서 잘 만들어진 오룡차를 마시는 편이다. 즉, 보이생차를 마시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노반장을 마시기 위한 예약된 자리는 아니었으며 필자가 원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차의 주인은 대만에서 온 분이다. 처음엔 그 방에 차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보이생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지금 과거 잘 만든 노반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맛을 보여드리겠다고 하면서 차를 내었다.

첫 맛이 쓰고 떫으면서 뒷맛은 단맛으로 나오는 것이 이전에 노반장차라고 경험한 것과는 다른 차였다. 다른 고수차에서도 많이 경험한 쓰고 떫고 단맛이 나는 차와는 수준이 다른 맛이다. 입안에 가득 차는 무게감있는 쓰고 떫은 맛은 이전의 차들이 너무도 약하게 느껴졌다.

노반장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취급하면서 가장 확실한 차라는 노반장을 많이 마셔왔기에 그 차이점은 필자는 느낄 수 있다. 즉 어느 것이 진품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마셔온 것이나 노반장의 정점이라고 하는 차들을 경험하였고, 이게 노반장차구나 했던 과거는 마치 옛날 아이스께끼와 지금의 베스킨라빈스를 비교하는 듯 했다. 강한 쓴맛 이후의 단맛. 아니 단맛이라기 보다는 입안 가득 한꺼번에 밀려 오는 감칠맛의 홍수였다.

필자는 단박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보이 생차의 맛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혹독한 경험이었다. 차의 맛에 있어서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기존의 경험이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맛에 대한 품평이자 숨길 수 없는 진실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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