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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중순, 부산 삼인행에 들렀다. 오전에 일찍 서둘러 간 이유는 지난번에 촬영을 위해서 가져간 2001년 생산품인 허사화 보이 생차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허사화를 한 번 더 시음해 보자고 하여 차의 양을 많이 넣어 맛을 보았다.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시음을 할 때는 강하게 마시는 차꾼의 기질 때문이다.

주인은 이 차를 생차 붐이 불기전인 2001년에 구입한 것이라 차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이 차에 대한 믿음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많은 차들을 시음하면서 필자 나름의 기준이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그 가운데 자리잡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차는 사진 작업 전에 마셔본 경험, 병차로서의 외형적인 느낌, 그 이후의 차에 대한 맛들을 [사진, 보이차 대남인]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는 사진 작업을 하기를 잘했다는 쪽이다. 주인은 해남차창에서 2001년에 생산한 생차가 있는데 사진자료로 필요하면 한 번 시음해 보자는 제의에 맛을 보게 되었다. 차의 향긋한 향이 깊게 베어 나온다. 감칠 맛과 함께 나오는 생차는 오전이라서 그런지 몸 속을 툭툭치는 것 같다. 주인은 며칠동안 몸살이 많이 났는데 오늘 차들이 자신에게는 강해 보인다며 발효가 잘 된 진년 보이차를 마시자고 하였다.

1969년과 1970년에 생산되었다고 하는 대남인이다. 잘 익은 노차의 깊은 맛이 생차와 비교할 수 없지만 노차만 마실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필자 스스로도 강한 생차의 기운을 마신 후라서 그런지 잘 익은 노차가 몸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차는 세월과 함께 생차의 맛이 깊어진 진년노차(陳年老茶)임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평소 대남인을 그렇게 좋은 노차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조금 강한 차를 마신후 주인이 차를 내는 배려라 생각된다. 강한 생차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다스려 보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은 노차와 생차의 드나듬이 원활하기에 손님과 함께 또는 스스로 차를 마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차를 사고파는 곳이지만 오랜 세월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로 차로 행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차를 내면서 상대의 몸을 생각하고 낼 수 있다면 대단한 경륜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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