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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두 번째 찻자리...


일시:2006년 11월 18일(토) 오후 7시 ~12시50분


참여인원: 12명


자연주의에서 주최하는 특별한 찻자리에 두 번째 참석하면서 오늘 마실 차에 대한 궁금증과 누군가 새롭게 만나게 되는 차인의 모습이 또 새롭게 인연 지어질 사람과의 만남이 어쩌면 내게는 더 기다려지는 일인지 모른다.


오후6시 30분~7시 20분: 나는 6시 30분에 도착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첫 번째 찻 자리에도 참석하신 Y씨가 오셨다. 지난번 찻 자리에서 품다한 홍인의 엽저를 잘 보관하여 자차한 차와 잣죽으로 가벼운 요기를 하는 가운데 “매다옹” 안재한 선생님이 경주에서 “아사가”다원을 운영하시는 김이정 씨와 경치 좋은 산골, 구름 같은 집에 정갈한 차실을 가지고 계신 오누이를 모시고 참석하셨다. “아사가”의 김이정 씨는 초면인데도 첫 느낌이 “천상 茶人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아한 기품이 들어오는 주변에 퍼지는 듯했다.


조금 뒤 한 분 두 분 오셨는데 지난번 참석자 가운데 한부부가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지만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다른 이벤트를 모두포기하고 오셨다고 하였다. 그리고 경원스님과 대구 지역 J국회의원, 피아노를 조율하시는 분, 부산에서 오신 P님을 포함한 12명 전원이 참석하였다.


7시20분~8시: 인터넷 상에서 율리 라고 불리는 닉네임을 가진 부부의 결혼 22주년을 축하하는 간단한 이벤트로(케익, 샴페인으로 축하와 건배) 모듬치즈, 궁중 떡 볶기와 함께한 와인 맛보기가 먼저 진행되었다.


8시~9시: 경창원차(1930년대 경창호 60g)를 내기 전, 경원스님의 자사호 선별에서 필요한 몇 가지 주의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밖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수준 높은 자사호 감식안을 엿 볼 수 있었다. 많이 사용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연대별 감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반적인 사용자는 전혀 알 수 없는 진본 사용자의 귀중한 지식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격인 경창원차를 품다 할 때, 주인 박창식 씨가 차를 우리게 되었다. 손님으로 앉은 분 가운데 고수들이 많이 있으면 자세가 흔들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도 차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우려내는 것을 보면 그동안 茶人 이정미 씨의 부군으로 활동한 것이 그저 지나간 세월은 아니었다고 보여 졌다.

경창을 60g 넣고 차를 낸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창의 맛, 그 순수한 본질의 맛을 찾아서, 그 맛을 보기 위해서 자리에 모인 12명이 한꺼번에 차를 마시며 실하고 농한 차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차를 내는 사람의 경륜의 힘도 함께 실린 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쯤에서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 차에 대해서 비슷한 수준의 다른 차와 비교해서 음다를 할 수 있는 분은 4-5명 정도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참석자들에게는 차 마시는 공부를 하는 자리다 하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보이차에 관해서 만큼은...(손에 드는 잔마다 열복이요, 순간 넘김마다 희열이니 자리함만 해도 천복인데 모자란 지식은 뒷 춤에 감출 수밖에)


9시~10시: 신작 보이차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1950년대 녹인(람인) 40g 품다

10시~11시30분: 대홍포를 포함한 암차이야기와 백엽 봉황단총, 백계관 품다

11시30분~12시: 차 도구에 대한 이야기와 안휘성 구화불차 품다로 마무리.


이 시간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많은 찻자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 찻자리는 모두 그 순간 최고의 찻자리도 있었을 것이며, 소박한 가족의 잔 나눔도 있었을 것이다. 삶에서는 가족과의 찻자리가 가장 소중하다. 우리는 마치 식구들처럼 둘러앉았다. 그리고 집안의 귀한 차들을 꺼내어 특별한 날을 서로 기꺼워하며 보배들을 나누어 즐겼다. 배움에 즐거워하였고, 만남에 즐거워하였다. 더욱 큰 기쁨은 알고자 하는 것과 배워서 아는 기쁨, 그리고 만나고자 했지만 만날 수 없었던 존재와의 해후에서 보여 지는 확인과 실증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수많은 찻자리에서 이 찻자리는 정신적인 쉼터가 될 것이다.

이에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하였다.

남을 수 있는 찻자리는 흔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석우.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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