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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유를 바르고 진불암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향기나는 표정


일지암(암주 법인스님)에서 아침을 먹고 초당이 바라보이는 누각에서 필자가 가져온 무이암차 기단을 마셨다. 약간의 담소와 기념 사진 촬영을 마치고 차를 타려고 할 때, 왕강 회장은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액체가 담긴 통을 꺼내어 이채로아에게 손을 내밀게 했다. 그러고는 법인스님과 함께 있는 모두에게 손목의 혈자리에 침향유를 발라주었다.

침향을 바른 손을 코에 가져가 향을 맡으니 깊은 침향의 향기가 기분 좋게 발산했다.

그러한 침향유는 처음이라 그냥 신기하게 여기고 차를 탔다. 진불암으로 향하는 길은 거칠었는데 순간 운전대를 잡은 이채로아는 차 안의 에어콘 바람으로 인해 자신의 손목에서 침향유가 스치며 나오는 향이 얼굴을 감싸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즐거워하는 표정이 얼굴과 운전하는 모습에 비쳤다. 순간 사진을 담았다. 스물아홉 청년의 산속에서 느낀 침향유의 향기에 감동한 말과 표정이 참으로 이채롭다.

향유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다. 그러나 향유라는 것은 단어로만 알지 일반인들은 그 문화를 접하기 이전에는 향유의 효능을 모른다. 이는 몸에 붓거나 하는 의식적인 행위들이 성서나 고전, 역사의 기록에서도 많이 나타나는데 그러한 것이 최고의 예우이며 향기로운 사람, 즉 그에게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침향유가 먼저가 아니라 세상에는 수많은 향유들이 있다. 우리가 접한 침향유는 요즘 작은 용기에 진액으로 나와 이렇게 보여지니 그나마도 반갑다. 향유는 향수보다 그 연원이 깊다. 침향유는 이전에는 극히 드물었지만 요즘 나온 것으로 경험을 해 보니 향유라는 문화가 이렇게도 인간과 가깝고 독특한 효과를 지닌다는 생각에 필자도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적은 양으로 사람의 기분과 그 주변, 혹은 그 사람마저도 달라보이게 할 수 있으니 향유 이후에 향수라는 것은 어쩐지 하위부류처럼 느껴지는 하루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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