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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에서 홍남이 씨가 만든 발효차

차문화 전반을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이는 어떤 차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고 많은 이들이 말을 하는데, 어디선가 그 차를 만나게 될 때다. 이런 경험을 올해 4월 구례 투다헌에서 가졌는데, 겉면의 포장 글씨를 통해 만든 이를 알게 되었다.

 

201252일 채엽이라는 글은 주인이 이날 채엽한 것으로 차를 만든 것이라는 표기다. 투다헌 사장님께 어떻게 이 차가 여기에 있냐고 했더니, “이 분 아세요?” 하면서 부산 차생원에서 몇 개 가져왔는데 좋은 차니까 선물할 테니 마셔보라고 한다. 고마운 마음에 받아와서 잘 마시고 있던 중, 오늘 이 차를 만든 이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한지로 포장된 봉투를 열고 촬영한 산청 발효차

참으로 오랜만의 통화인데, 요즘 어떻게 차를 만들고 있는지 물으니 답하기를 우리 차는 부산의 차생원에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산청은 보성이나 하동보다 위도가 높기 때문에 차의 생산이 늦다.

 

그 지역의 차나무에 대한 가치와 보존 생장 환경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 차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 차류의 보급이 확대되기를 희망하는 입장이지만, 그간 차류가 나오는 것이 드물었고 또 잘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곳도 다른 곳과 같이 어려운가 보다 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건실하게 잘 만들고 있고 판매망도 안전하다고 하니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더불어 기분도 좋은 하루였다. 차문화의 기록을 이어가면서 최근에 우리 차의 움직임을 볼 때 조금씩 건실하게 발전하고 있는 모양이 많이 보여 나름 희망을 가져본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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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로에 숯불로 끓이는 백차

77일 일요일 석가명차에서 차도구 옥션 촬영을 마치고, 경주 아사가에 방문하였다. 2층 주인 차실에 들어서니 창가에 광동 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붉은 색 풍로가 부채와 함께 놓여있었다. ! 여기서도 풍로를 사용하는가 싶었는데, 1층 직원이 숯불을 풍로에 넣었다. 아이들 손가락 굵기의 크기와 길이로 된 것이 일본 숯처럼 보였다. 무엇을 끓일 것인지 궁금했다.

아사가 관장님은 요즘 백차를 끓여 마시는데 이것 한 번 맛보세요라고 말했다. 관장님은 7g의 차를 넣고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숯에 붉은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후 탕관이 끓을 동안 최근 차계에서 일어나는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잠시 후 끓는 탕관을 기울여서 찻잔에 따라 주었는데, 코로 들어오는 약향과 탕색은 꼭 약을 끓여 마시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제까지 다양한 노백차를 보아왔고 시음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맛과 향이 독특한 것은 처음이었다. 1994년 만든 것을 2012년에 200g 단위로 포장하여 홍콩으로 수출한 것이라 한다.

1986년 보이차 7542

백차를 마신 다음 19867542를 마셨는데, 앞에 마신 차향이 깊어서 7542 맛이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김 관장은 조금 더 강한 맛이 나는 홍인 철병을 우렸다. 역시 차 맛을 잘 아는 프로의 생각과 행동이며 차 맛을 나누는 손님에 대한 배려로 여겨진다. 덕분에 세 종류의 차를 흥미롭게 마셨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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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오야재 차실에서

지난 토요일 담양에 있는 오야재 차실을 방문했다. 17회 국제차문화대전에서 청화백자를 이용한 차도구를 경덕진에서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행사를 마치고 방문 약속을 하였다.

 

경덕진 도자기로 한국 차시장에 들어온 청화백자 가운데 중국 차도구 마니아 층이 있는 오야재의 다양한 도구를 보고 싶기도 했다. 일반 경덕진 도자기의 다관과 유과원석을 유약으로 사용한 다관은 다르다는 점을 다관의 유약 표면을 보면서 설명해 준다.

 

차를 낼 때 오래된 무쇠 주전자를 사용하는데 아버지가 생전에 사용했던 것이라 한다. 당신이 원래 차를 좋아하시기에 자사호도 오래도록 사용한 여러 가지 호를 볼 수 있었다. 차도구의 사용에서 신작이 아무리 좋아도 부모님이 사용했던 것을 대를 이어 사용할 때 작품의 수준을 논하지 않는다.

 

대를 이어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차인으로서 부러움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곧 명품이라는 말은 그 속에 여러 의미를 담지만 가장 큰 것은 오랜 세월 정확히 관리하며 사용해 온 사람에 대한 존경이 그 첫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내는 차는 취죽진여실에서 만든 노반장인데, 무쇠 주전자의 운치를 함께 느끼며 차를 마실 수 있었다. 가뭄에 오는 단비인 오랜만의 빗줄기를 창밖으로 바라 보면서 여러 가지 보이 생차를 맛보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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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연대 육보차

17회 국제차문화대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국차 관련 부스가 많이 참여하였다. 대부분 보이차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한쪽의 부스에 육보차라는 글이 눈에 확 띄었다.

 

흑차 중에서는 보이차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터라 조용한 시간에 그 부스를 지나는데, 마침 이미선 선생이 팽주 자리에서 차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자리에는 최원화 선생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두 분 모두 오래간만인지라 합석을 하였는데 육보차라고 내어주는 차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더니 1960년대 차라고 한다. 60년대 흑차 대부분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그 맛을 다시 보았는데, 귀한 차로 여겨졌다.

 

엽저를 살펴볼 수 없는 상태이지만 맛과 향, 그리고 기운이 좋은 차였다. 이미선 선생은 이 차의 주인을 불러서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남당차방의 김태형 씨였다. 차의 맛과 성질을 두고 육보차 마니아 입장에서의 대담이 이루어지니 한층 즐거운 시간이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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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인 30.56g

차의 세계에서 검증된 노차를 중심으로 차회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노차를 중심으로라고 하는 말 자체가 여러 어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차회를 기획할 때 실제 50년대 차의 품질을 어떻게 보증하는가하는 문제는 가장 먼저 검증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대홍인

이번 홍인품감차회는 일점홍인과 대홍인이 중심이 된 차회로, 입맛을 깨우는 수준에서 80년대 8582를 마시면서 시작되었다.

 

이번 차회를 주관한 이루향서원 정진단 원장은 이미 한국에서 2018년 복원창 차회, 동경 차회 등 골동보이차회를 명가원 김경우 대표와 공동 개최한 바 있다. 이런 특별한 차회는 차회 문화라는 범주에서 보이차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일점홍인과 대홍인

필자는 차회 기록시, 반드시 한자리에서 인급 이상의 차를 두 가지 이상 마시는 자리에서만 골동보이차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스스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오래된 차라고 해서 무조건 골동보이차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보이차의 마니아층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지만, 차를 마시는 기회 중에 이런 호사를 누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과 중국 차인16명

일점홍인과 대홍인을 차례로 마시면서 비교되는 점이 있었다면, 일점홍인을 마실 때 찻잔에 찌꺼기가 좀 보인 것은 차를 긴압 할 당시, 긴압하기 전에 쌓인 찌꺼기가 들어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맛은 고미가 풍성하면서도 강한 맛이 이 차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周子 대표에게 대홍인 차를 따르는 정진단 원장

다음으로 마신 대홍인은 강한 쓴맛으로 일점홍인과 차별된 맛을 느낄 수 있고, 세 번째 차탕 이후부터 단침이 올라오는 강한 회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단침이 어찌나 강한지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벌어지지 않게 될 만큼, 그 차의 매력은 아주 대단하였다.

차회 중간 다식을 먹는 시간에 사굉 경매 회사의 주 대표는 전기훈향기를 가져와서 녹기남을 올려 훈향하는 즐거움을 나누었다. 향은 필자가 매우 관심이 많은 분야라, 훈향기를 코 가까이 바짝 가져와 흠향의 기회를 맘껏 누렸다. 두 번째, 세 번째 그 향을 즐기는 찰나의 아쉬움을 영원히 붙잡는다는 느낌으로 향을 즐긴 시간이었다.

 

사굉 경매 회사 周子 대표의 배려로, 오늘 경매에서 낙찰 받은 50년대 산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 순간 필자는 살짝 망설여졌다. 대홍인의 맛을 좀 더 간직하면서 충분히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자 옆에 앉은 한수동 선생은 입안의 단맛이 무척 좋아서 다른 차를 마실 수 없다고 하며 50년대 산차를 마시지 않았다.

사굉 경매 周子 대표와 이원제 회장

만약 일반적인 찻자리였다면, 어느 누구도 이어서 다른 차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50년대의 차를 경험할 좋은 기회이기에, 필자는 기록의 의무를 상기하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음미하기로 했다. 50년대 산차를 마셔 보니, 흔히 70년대 보이산차라고 하는 차에 감히 비교할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차회 전체 모습

보이차의 경매회사 내에서 차를 마시고 즐기는 차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점에서도 반갑고, 주 대표의 통 큰 배려로 감상하는 차와 시음하는 차로 호사를 누린 기쁜 날이었다.

 

이번 차회에서 사용한 도구 가운데, 경매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의 수준 있는 일본 순금 히고 상감 무쇠탕관이 있었는데, 차를 내는 정진단 원장은 이 탕관을 사용하는 손맛이 매우 좋다며 흡족해 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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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7542 94년, 80년대 박지와 후지

최근에 전국적으로 차 전문점에서 교육과 차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차 교육이 이루어지면서도 실제 그에 해당하는 좋은 품질의 차를 시음하는 자리를 찾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교육의 표본이 될 만한 차를 준비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고지한 교육비로는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가원 김경우 대표가 80년대와 90년대 7542 세 종류를 가지고 ‘8090품감회라는 이름으로 차회를 열었다. 마침 필자가 그 자리에 초대받아 부족한 지식이지만 함께 차 이야기를 나눈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시음한 차는 다음과 같다.

94年 業 青餅 7542

80年代 末 薄紙 7542

80年代 中 厚紙 7542

 

김경우 씨는 이 자리를 ‘7542의 시기에 따른 맛의 변화를 알아가는 찻자리라고 했다.

필자는 80년대 박지 7542가 그보다 먼저 만들어진 후지 7542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후지는 가격은 박지보다 더 비싸지만 맛이 기대보다 심심한 편이라 80년대 박지나 94년 청병이 더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자사호 안에서 풍겨 나오는 엽저의 풍미로 보자면 노차의 깊은 베이스가 깔리는 후지 7542가 좋다는 점은 참석자 모두 인정하였다. 이를 더 잘 익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차회를 주관한 김경우 씨에게 물었다. 그의 답변은 찻잎의 종류에 따른 맛의 차이라고 한다.

 

이렇게 실제 실물을 만져보면서 지질을 확인하고, 세 종류를 시음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차회는 국내 여건상 회비 30만 원을 받고 진행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번 차회는 보이차 전문가로서 김경우 대표 자신의 흥미와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보여준 자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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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에서 판매하는 말차

떡집에서 말차를 낸다

교토에서 매월 25일 하루 장날이 서는데, 이곳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오래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다. 목재소에서 사용하는 톱이나 칼, 망치를 비롯하여 식기 종류와 차 관련 도구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전국에서 모여든다.

 

이 장날에 맞춰 방문하였는데, 사찰 입구 주변에서부터 주변을 전부 둘러싸고 있다. 그런 곳을 지나서 사찰 옆문으로 들어갔는데 입구 가까운 곳에서 매화당이라는 떡 가게가 있다. 입구에는 말차 한 잔 5500, 전차 한 잔 380엔이라는 가격을 붙여놓았다.

이곳의 숯불은 손님들에게 온기를 준다

()한국향도협회 정숙영 씨와 이채로아 씨와 같이 들어갔는데, 마주 보는 탁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특이한 구조로 벽 쪽에는 두 사람이 화로를 사이에 두고 등을 기대어 앉을 수 있다. 가운데 자리는 6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화로다. 화로에 놓인 숯불은 오랜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재를 잘 이용하고 불씨를 잘 관리하여 외형상으로도 보기 좋고 따뜻한 불기운을 가까운 자리에서 느끼면서 말차 한 잔과 고유상품인 떡 두 개를 먹을 수 있다. 팥이 들어간 떡인데, 순간 이 집은 찻집이 아니라 떡집인데 차와 화로를 잘 이용하여 떡집의 이미지를 한층 올려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싸늘해서 매화꽃이 피지 않은 시기에 따뜻한 화로를 사이에 두고 말차 한잔하고 나오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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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 말차정의 농밀한 말차

 

(사)한국향도협회 향문화 답사 여행을 위해 56일 일정으로 오사카를 경유해서 교토에 왔다. 호텔이 교토역 옆이라서 이동할 때 교토역사를 이용하였는데맛집으로 유명한 집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다.

 

지하상가에 있는 말차정을 우연히 찾아갔다. 저녁으로 스시를 먹었는데 맛집이라 일행들이 함께 식사를 못 하고 흩어져 먹게 되어 나는 조경순 선생과 같이 식사를 하고  먼저 나오게 되었다.

 

평소 말차 맛을 잘 아시는 조경순 선생님의 제안으로 맞은편에 있는 말차정’에 들어갔는데, 겉으로 보기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테리어가 된 곳이라 말차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저녁을 스시로 먹었기에 말차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간 곳이었다. 협소한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다반에 다식과 말차를 갖고 왔고 자리에 내려놓는 순간 말차의 향이 코를 스쳤다.

 

화가인 조경순 씨

 

우리는 각자 말차를 마시고 동시에 감동받아 칭찬을 쏟아놓게 되었다. 그것은 말차의 신선도와 품질이 좋은 차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800엔으로 좋은 차를 마신 것에 무척 행복한 하루였다. 이틀이 지나서도 그 차 맛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정신없이 붐비는 여행지에서 만날 수 없는 수준의 차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경순 선생과 만나서 아마도 그 집은 차 회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차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번 더 그 맛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차 마신 직후에 촬영한 사진을 올린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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