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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8 다미향담(5) 보이차의 정직한 맛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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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년보이차 홍인 원통] 

2007년 겨울로 기억된다. 경기도 광덕사에서 경원스님께서 내어 주신 “남인산차”라는 차를 맛보았다.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차였다.

 

일반적으로 좋은 보이차라고 하면 형태가 병차로 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산차 형태는 한 단계 아래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마신 ‘남인산차’는 그 이후 더 좋은 차라고 스님께서 주신 차보다도 내겐 그때의 산차 맛이 더 좋았다.

나는 모든 차(茶, tea)에서 세세하고도 오밀한 맛을 찾아서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주변 여건으로 볼 때 바르게 만든 차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차의 원본이라고 하는 것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차 사진의 주인들이 알려주는 외형과 맛이 기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차는 보이차에서는 생차의 경우에 한해서다. 진년보이차는 한국에서 인연에 의해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찾는 맛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른 이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상인이 가진 입맛도 내가 보기에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상인들의 수준의 낮고 높은 가운데 그들의 고객은 또한 얼마나 다른 입맛을 키우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보이차를 취급하는 곳만 경제적으로 성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맛에 대한, 차에 대한 정확한 규범이 없고 차를 잘 만든 것을 취급하는 것보다는 시류에 맞는 잘 팔리는 차를 취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차를 만들어 한국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더 노력하는 것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중국도 불경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을 실력으로 이겨나가는 사람만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취급하는 상인들의 상술과 맞닥뜨려 위험한 경쟁이 아닌 실력과 자본의 힘이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지난 추석 연휴로 7일간 한 곳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지인들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며 나 스스로는 그동안 사진 작업하거나 작업하고 남은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의 주관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근본의 맛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간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매일 새벽4시까지 원고를 쓰면서 의흥홍차, 목책철관음, 대우령과 천량차를 만드는 모차를 복전 방식으로 만든 차, 4가지를 마시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날 기억에 남는 차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는 일반적일 때는 차의 맛을 구분해서 마시지는 않는다. 잘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판단에 좋은 차는 그 순간의 차 맛을 아주 오래도록 정확하게 그 당시의 맛을 기억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차 맛을 다시금 꺼내어 또 다른 차와 비교하는데 표준 또는 지표로 삼는다.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기에 ‘다미향담’을 연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다미향담을 열게 된, 그 단초가 된 것은 죽천향 집에서 마신 곡강호차였다. 그래서 내겐 고마운 일이다.

며칠 전에 서울여대 ‘유아다례지도사’ 과정에서 차도구 특강을 하였다. 차도구에 대한 이야기지만 ‘소재는 소박하고 결과에는 격조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였다. 이 말에 수강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물론 그에 맞는 차도구를 보여주었다. 즉, 값만 비싼 것이 아니라 소박한 소재에서 기품이 넘쳐나서 값이 비싸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물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곡강호의 방위차가 고가의 생차가 아니었기에 그 맛을 기록하며 알리고 싶은 것이었다. 잘 만들고 그래서 값이 엄청 비싼 것은 누구를 위한 차인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2009년 5월 대만 순인다장에서 주인은 국제적으로 고가의 차라고 정평이 나있는 ‘홍인’을 다엽관에 담겨 있는 채로 들고 나와 다호에 가득 넣고 우려 주었다. 첫 맛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주파수가 연결되는 점은 6년전 일광다장에서 그 당시 아주 흔하게 마신 홍인 맛이다. 그 때 일광다장에서는 홍인을 보통으로 마셨고, 손님에게 접대를 해온 차였다. 그 맛과 광덕사의 경원스님이 내는 홍인은 같은 맛이다. 최소한 일광다장의 홍인 맛과 경원스님의 홍인 맛, 태허스님으로부터 마신 홍인, 대구 박창식 선생의 죽천향실 그리고 대만 순인다장에서 마신 홍인 맛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그 맛을 국내의 다른 곳에서는 그 맛을 보지 못한 차였다.

유추해 보면 같은 집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홍인의 맛은 국내 어디에서든 2007년 9월-2010년 9월 사이에는 맛을 보지 못했다. 홍인이라는 차는 마실 기회가 많았다. 왜 맛의 차이가 다른가. 논외의 문제로 둔다. 순인다장에서 마신 그 차의 맛을 지닌 차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가격의 문제이며, 소장 가치의 문제이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내는 것은 ‘다미향담’에서 다룬 곡강호에 대한 문의가 다양하게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하려고 한 것이 이렇게 흘렀다. 즉, 차 맛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환경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며, 팽주의 습관, 사용하는 물 등등이다. 즉 주인의 정성과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어 나오는 차의 결과물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유행하는 보이생차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저장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 아주 비싼 차가 진품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논리는 인터넷의 활용이 확산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 지금은 다음 세대인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 상황에 맞는 정직한 사람들의 더 큰 활동 영역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그에 대한 상인의 노고에 좋은 결과물은, 훗날 오늘날의 그 훌륭한 차 맛을 간직하고 다담을 나눌 수 있으며, 특별한 가격이 아니었는데도 바른 차를 소장한 사람들이 기쁨을 안고 행복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본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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