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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4 조용헌 살롱의 다실과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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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의 “다실과 매화”이야기를 오늘 조선일보를 통해 보게되었다. 제목이 "다실과 매화" 라해서 눈길이  갔는데 진주의 오여선생 차실 이야기가 아닌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논문 때문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새해 안부인사도 못했는데 신문에서 나온 내용이 너무도 반가웠다. 바로 전화를 드렸다,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찻자리에 동석한 불가의 천휴스님으로 나오는 분이 경기도 광덕사 경원스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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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다실 벽에 걸린 효당스님의 다도무문]

지난해 석가다실의 내부와 차실 밖의 풍경을 6년간의 집필기간을 가지고 출간 준비하는<한국의 찻자리>에 내기위해서 몇차례 방문하였다. 그곳의 겨울과 봄을 담은 그 풍경을 다시 한 번 그리면서 아래 조용헌 살롱에 나온 내용의 전문을 실어본다.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렵다 해도 오는 봄은 막지 못한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피는 매화꽃을 막을 수 없다. 다실(茶室) 앞에 매화가 피었으니 보러 오라는 전갈이 남쪽에서 왔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마침 달도 훤하게 뜨는 보름날 저녁이다. 매화는 달빛 아래에서 그 향기를 맡아야 제격이다.

진주 수곡면 옥산 자락 끝의 대나무 숲에 자리 잡은 석가다실(夕佳茶室)은 세 평 크기다. 너덧 명이 둘러앉으면 꽉 차는 공간이다. 주인은 가난한 선비이지만 차를 좋아하다 보니 다실만큼은 정갈하게 꾸몄다. 창문 위에는 '다도무문(茶道無門)'이라고 씌어 있는 편액이 걸려 있다. 차계(茶界)의 어른이셨던 효당(曉堂) 선생의 친필 글씨이다. 방안에는 크고 작은 10여 개의 옹기그릇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차를 담아 놓은 그릇이다. 보이차도 있고, 녹차도 있고, 말차도 담겨 있다. 창문 밑의 소나무로 만든 다기장(茶器欌) 안에는 내로라하는 명인들의 다호(茶壺)가 예닐곱개 진열되어 있어 방문객의 소유하고픈 욕심을 자극한다.

차를 끓이는 팽주가 앉는 자리엔 새까만 무쇠화로가 놓여 있다. 거친 질감의 무쇠 솥이다. 이 무쇠솥 위에서 무쇠주전자가 물을 끓인다. 뽀글뽀글 물 끓는 소리가 들린다. 달빛은 교교하게 방안을 비추고, 창문 너머에서 매화향기는 넘어오는데, 무쇠 주전자의 뽀글뽀글 끓는 물소리는 차를 기다리는 나그네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이 물도 집 뒤의 대나무 뿌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물을 퍼올린 것이다.

창문 너머로 보름달과 매화가 서로 비춰주고 있다. 달은 매화에게 월광을 보내고, 매화는 달에게 향기를 보낸다. 이름하여 매월상조(梅月相照)이다. 방안에는 유가(儒家)의 오여 선생, 불가의 천휴 스님, 도가의 청운거사가 인생살이에서 각기 겪은 고비를 이야기하였다. 천휴 스님은 20대 중반에 독도 근처에 오징어 배를 타고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물귀신이 될 뻔했던 이야기, 오여 선생은 큰 수술을 받아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다가 의식만 겨우 돌아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던 이야기, 청운은 칼럼 잘못 썼다가 욕 얻어먹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보름달 아래의 다실에서 매화 향을 맡으며 나누었던 다담(茶談)이었다.

-- 조선일보 3월 13일. 조용헌 살롱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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