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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0 멍하이 일기 79 - 찻물에 대하여 -
  2. 2018.01.01 멍하이 일기 74 - 산길 달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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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S 계측기로 측정

 

방웨이 차왕수를 보고 멍하이로 돌아오는 길에 징마이를 들렀습니다. 방웨이를 출발한지 약 다섯시간 만에 징마이의 정상부근에 있는 마을인 망징(芒景)의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멍하이 까지는 아직도 두시간여를 더 달려가야 됩니다. 감기로 몸이 편치 않은 관계로 도부장 혼자서 계속 운전을 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번에 동행한 진 선생님에게 징마이를 보여주기도 할 겸 하루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이 호텔에는 뿌랑족 꾸냥이랑 결혼해서 차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인 브라이언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엔 꾸냥만 반갑게 맞이해주고 브라이언은 마침 귀국하고 없습니다.

 

다음날 오전 잠시 유명한 징마이의 운해를 감상하고 따핑장(大平掌)이라고 부르는 고수차 다원으로 갑니다. 연신 카메라를 찻잎에 들이대며 진 선생님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십니다.

 

제가 여러 번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 기행을 하였지만 진 선생님만큼 열정적으로 차를 연구하시는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상하이의 립톤 회사에 근무하면서부터 십여년을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차밭을 누비면서 각종 차의 특징을 세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자료를 아래의 블로그에 올려 공유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을 들어가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낮에는 강행군 밤에는 새벽 두시까지 저와 각종 차의 특징과 보이차의 진화 과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는데 과학적 식견이 부족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차쟁이 진제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차를 우림에 있어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속의 여러 가지 성분이 차의 성분과 섞이면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에 마침 진 선생님이 TDS(용존고형물총량) 측정기를 가지고 와서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 보았습니다.

 

TDS란 물속의 각종 유기물들이 얼마나 녹아 있느냐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TDS가 높으면 그만큼 차맛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할 수 있고 맛의 변화가 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경수(센물)와 연수(부드러운 물)로 구분하는 경도와도 관계가 있는데 TDS가 높으면 경수 낮으면 연수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맛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경도가 높은 에비앙(269)을 선호 할 수도 있고 낮은 삼다수(25)를 선호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를 우림에 있어 저는 차가 가진 성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TDS가 낮은 물을 선호합니다. 좋은 차는 좋은 맛, 나쁜 차는 나쁜 맛 그대로 노출되어야 원료를 선택하기에 용이 합니다. 특히 엄밀히 차를 시음할 때는 TDS가 제로인 RO(역삼투압,정수기물)수 등을 사용해야 차맛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길에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보니 대부분 TDS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TDS60이하이면 연수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린창 쪽의 물들은 10~20, 징마이쪽 30전후, 멍하이 저희 가게의 수돗물은 20정도로 나왔습니다. 모든 지역의 물들을 검측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곳의 물들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곳 윈난에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경도가 낮은 연수에 가까운 물이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도 물이 맑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빗물과 산수를 측정해보니 6~10 정도의 TDS가 나옵니다. 아주 낮은 수치인데 대부분 숲으로 둘러싸인 아열대 우림의 특징적인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이곳의 물맛은 아주 깔끔하고 약간 달달한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에 에비앙 등의 경도가 높은 물들은 개인적으로 약간 진하고 느끼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물이 좋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값비싼 물로 유명한 에비앙에서 문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중국명차연구소

https://blog.naver.com/jehyeongjin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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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형 씨와 함께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에서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쿤밍 차창으로 왔습니다. 쿤밍의 기온이 영하 4도입니다. 윈난이 중국의 최남단 구름의 남쪽이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서 겨울엔 가끔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몸살기도 있고 해서 안닝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하루 몸을 쉬었습니다. 다음날 차창에서 그동안의 출고 상황과 재고를 확인한 후 쿤밍 공항에서 상하이에서 오신 진 선생님을 만나 린창으로 갔습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시고 국내의 대기업에서 식품관련 업무를 보시다가 10년 전 상하이로 넘어와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업체인 립톤에서 한국, 중국, 대만의 품질관리를 담담하고 계신분입니다. 2016년 상하이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연을 키워온 분인데,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으로 20년간 오로지 차 관련 업무만 담당해온 진짜 전문가이십니다. 벌써부터 기회가 닿으면 고수차 산지를 탐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에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린창 공항에서 오운산의 린창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샤오미의 남편을 만나서 숙소로 향합니다. 멍하이에서 우리차를 몰고 일곱 시간을 달려온 도부장과도 샤오미 집에서 만나 이번에 함께 할 일정을 점검해봅니다. 차철 에는 바빠서 기타 차산을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그동안 둘러보지 못한 차산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린창쪽입니다.

 

빙다오는 노채를 중심으로 서쪽방향의 난포우, 디지에 동쪽방향의 빠와이, 노우로 나누어집니다. 노채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머지 네게 마을은 디지에 이외에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노채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손을 델 수조차 없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1kg에 삼만위안 한국돈으로 오백만원을 돌파하면서부터는 저는 쳐다보기도 싫은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손님들 때문에라도 어쩔 수없이 몇 번씩은 찾게 됩니다. 마을 전체가 현대식 건물들로 완전히 바뀌었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차장과 고수차를 견학하기위한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차의 가격 또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몇 몇 지역의 원료가격은 맛과 품질적인 측면에서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명도에 편승한 일종의 가수요가 아닌가 합니다. 빙다오만 하더라도 차밭 환경은 오히려 노채보다 디지에나, 난포오가 더 좋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개인의 기호는 다를 수 있지만 맛과 품질도 저는 디지에 쪽을 더 선호합니다. 오운산이 올해 출시한 빙도차의 원료도 디지에의 단주 8그루에서 정선한 원료입니다.

 

또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울퉁불퉁 산길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몸을 차의 움직임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올곧게 살아오신 분들도 그냥 흔들리세요, 수고로운 어께를 의자에 붙이고 목도 머리도 기대면 좋습니다. 좁은 차 안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목을 뻗대고 있으면 하산해서 차도 탈나고 본인도 몸살 납니다.

 

그냥 수수천년 산맥의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 이리저리 나를 흔들며 안마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좌로 우로 휘청거리다보면 어느새 평평한 길에 다다르고 결국은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숙소로 돌아와 누우면 아무 생각 없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아침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집니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흔들리지는 마세요. 좌로 흔들릴 때 우로가고 우로 움직일 때 좌로 가지도 마세요, 아니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사에 중심을 잡자면 기울임의 반대로 가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명이 타는 승용차에 다섯 명이 앉아서 가면 꽉 찬 길입니다. 한사람이라도 움직임을 거스르면 모두 불편합니다. 엽에 예쁜 사람이 앉았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자꾸 그쪽으로만 다가가면 부닥칩니다.

 

힘겹게 살아온 어께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곁에 다소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차가 그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가고 이쪽으로 기울면 불편한 사람이 다가와도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좌삼삼 우삼삼 서로의 기울기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비좁은 차안이지만 서로의 공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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