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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5 다미향담(160) 채다헌의 홍차 맛은 한국인의 차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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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다헌 차실에서 홍차

 

오랜만에 인사동에 있는 초롱 출판사를 찾아 갔다. 윤여목 편집 실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바로 찻자리가 놓여 있었다. 전에는 사무실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고 찻자리는 안쪽 방에 있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제서야 문 앞에 걸린 채다헌이란 현판이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윤여목 실장은 찻자리에 앉기를 권하면서 제가 직접 만든 홍차 맛 한 번 대접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전문인의 품위를 보였다. 불교서적 전문 편집인으로서 차에 대한 목소리를 담고 싶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 주변에 놓은 차와 차를 담아둔 항아리가 대신 말을 해주고 있었다.

 

유리 다관에 차를 넣는데 아래쪽에 부서진 차를 그 위에는 정상적인 찻잎을 넣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차를 다루다 보니 바닥에 부서진 찻잎찌꺼기가 생기는데 좋은 차의 찌꺼기라 차 맛을 조금 진하게 마실 사람하고 차를 나눌 때에는 다관 바닥에 부서진 차엽을 깔고 차를 넣는다는 말에 은근히 미소를 지었다. 필자처럼 무이암차를 즐기는 매니아 층은 잘 알고 있는 방법으로 꾼들이 마시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채다헌에 보관된 홍차

 

하지만 그렇게 차를 섞어서 낼 경우에는 차를 내는 솜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스스로 차에 대한 나름 자신감이 충분히 있는 경우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었다. 첫째, 둘째 차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우리나라 차를 마시면서 그래 이게 차 맛이다라고 말 할 수 있었다. 필자도 오랜만에 이렇게 우리 차를 마신지 참 오래되었다고 느꼈다.

 

윤실장이 만든 차 이름은 홍심, 청심, 단심이다. 이날 마신 차는 홍심과 청심으로 그 구분은 찻잎을 따는 계절이라고 한다. 단심은 우전에 해당하고 청심은 세작, 홍심은 중작 정도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다른 차밭의 기준과는 차이가 많다. 일반 평지의 차는 기온이 온화하면서 잎이 올라오는 기간이 완만하다. 하지만 이 차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가 갑자니 기온이 올라가서 찻잎이 쑥 자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찻잎을 따는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단심은 비장의 무기로 아직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날 차를 마시고 기쁜 마음에 다음에 인터뷰 기사를 내겠다고까지 했다.

청심을 마시면서 차를 만든 이의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 참 정성이 가득찬 차라는 것을 맛과 함께 엽저를 보면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홍차라는 것은 분명 생소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차례 어느 누군가에 의해서 지속적, 간헐적으로 만들어져 왔으나 황차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홍차같은 홍차, 우리들의 홍차, 한국에서 난 찻잎으로 한국사람에게 알맞고 우리 감성에 충족하는 홍차가 나타난 것은 참 기쁜 일이다.

 

반대로 그러한 홍차가 나타난 것이 우연은 아니다.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홍차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홍차를 만난 것은 참으로 큰 복이 아닐런가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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