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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5 다미향담(155) 73청병과 97년 7542를 함께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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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73청병에 97년 7524를 중차(重茶)해 내는 모습(명가원 김경우 대표)

 

보이차를 섞어서 마시는 부분에서 명가원 김경우 대표가 아주 재미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에 일찍 만나서 977542를 마시다가 맹해차창에서 생산한 73청병을 마시자고 했다. 약간의 습을 먹은 차이지만 맛이 좋다고 하면서 자사호에 73청병을 넣고 그 위에 977542를 섞는게 아닌가?

 

다시 이야기를 하면 필자는 73청병을 그대로 마시지 않고 왜 섞어요 했다. 그런데 김경우 씨는 내가 마시는 방법으로 한 번 마셔보지요 하면서 977542를 넣었다. 이러한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 못하면 무슨 맛으로 보이차를 마시는가 하는 문제를 안고 가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보이차를 아무 것이나 섞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다. 김경우 씨에게 73청병과 같은 좋은 차를 그냥 마시지 않고 977542와 섞는 이유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이렇다.

 

차라는 것은 타고난 본성이 제 각각이다. 지역에 따라, 찻잎을 따는 시기와 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차의 본성이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차가 좋다 나쁘다라고만 할뿐 차를 다스려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좋은 차는 비싸다. 잘 보관되어 충분한 발효가 이루어졌다면 우리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그 차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적은 돈을 지불하고도 얼마든지 차의 맛을 끌어올려서 마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섞어서 마시는 재미다.

 

오늘 마시는 73청병은 차가 습을 많이 먹었다고 볼 수 있는 차이다. 이런 차의 특징은 발효가 많이 이루어져 농한 맛은 있으나 쌩한 맛은 약하다. 차 마시는 시간이 오전이라 몸을 일깨우고 싶었다. 그래서 농한 73청병에 쌩한 90년대 후반 75422:1 비율로 섞었다. 이렇게 해서 마시면 80년대 초반 정도의 발효가 잘 된 차의 맛이 나온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방법을 규범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요즘과 같이 차가 귀한 시기에 좋은 차를 좀 더 농한 맛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그만한 가치의 대가를 금전적으로 치루어야 한다. 그래서 그러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일 수 있지만 농한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소 부족한 차를 서로 섞어서 단점을 보완하여 저렴하게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차를 마실 때 스스로 그렇게 해서 마시는 경우는 없다. 워낙 차를 마시는 취향의 폭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되도록 어떤 차라도 그 차의 특성을 이해하며 즐기는 편이다. 이날도 손님의 입장에서 두 가지 차를 섞어서 마시는 효과를 경험한 것이다. 이렇게 마시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오늘같이 같은 두 종류의 청병을 보관

73청병을 먼저 놓고 97년 7542를 넣는 모습

 

상태에 따라 각각의 차로서는 좀 부족한 맛을 서로 섞어서 그 맛을 상승시켜 마신다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여간 내공이 있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것이다. 이런 방법이 음식 메뉴 같이 레시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가 가진 세계는 무궁무진한 맛의 예술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김경우 씨는 자신의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차란 즐기는 사람의 몫이다. 즐기는 사람이 그날 마시는 찻자리 분위기와, 시간에 따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족하면 채우면 되고 넘치면 비우면 된다. 차의 진정한 전문가라면 차를 잘 감평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다. 감평을 할 줄 안다면 이것을 가지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즐기는 것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상대방인 것이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중요한 핵심은

차를 몰라서나 차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과정을 전부 겪고 난 후의 입장에서 김경우씨는 경제적으로 차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 이렇게 보이차를 섞어서 마시는 법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혹여 독자의 잘못된 오해가 생길 것이 우려되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점을 필자도 공유하기에 김경우 씨의 양해를 구하고 포스팅 한 것이다.

 

차를 내는 수준이 높고 내공이 쌓이면 개인적으로 맛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 집에서만 맛보는 차, 그 만의 맛이라고 한다. 오늘 맹해차창 샌산의 73청병과 977542의 조화로운 맛은 김경우 씨가 주장하는 80년대 초반의 맛과 연계한 차 맛을 함께 공유하지는 못한다. 이유는 보이차를 섞어서 내는 차를 마시면서 80년대 차맛 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안된다. 김경우 씨는 현재 보이노차를 국제적으로 거래를 하는 전문가로서 보이차의 품질 특성을 잘 아는 프로이기에 자신의 취향을 뚜렷하게 맛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보이차를 종류별로 1020년 이상 발효된 차들을 섞어서 마시며 80년대 차 맛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후발효차로서의 보이차 맛을 더욱 폭넓게 경험하는 의미에서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다미향담에서 김경우 씨와 함께한 보이차 관련 지난 기사

2015/02/02 - 다미향담(152) 황인 숙차와 1990년대 맹고의 조합

2015/01/30 - 다미향담(151) 노차의 농밀한 맛, 황인 숙차와 함께

2014/12/31 - 다미향담(143) 다미향담 정리

2010/09/17 - 다미향담(2) 맛으로 승부하는 차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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