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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차소식을 전하는 차밭

오늘이 3월 10일입니다. 멍하이의 이곳저곳에서 햇차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수차는 아직 이르고 양지쪽의 소수차나 매년 가지치기를 하는 대지 차밭의 차들입니다. 농밀한 회감은 없지만 그래도 햇차의 싱그러움이 있고 단맛이 좋습니다. 녹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차들은 첫물차를 우전 등으로 부르며 최고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보이차도 첫물차가 좋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고수차도 이곳에선 토우춘(頭春) 차라고 부르는 조춘 또는 첫물차가 맛도 좋고 가격 또한 가장 비쌉니다. 그런데 차나무가 위치한 지역과 수령에 따라 찻잎의 발아 시기는 각각 다릅니다. 운남의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크기의 두배정도 됩니다.

구름의 남쪽에서도 남쪽이라고 할 수 있는 멍하이 쪽이 가장 빠르고 점차 이무-임창-보이-보산 쪽으로 올라갑니다. 차나무의 수령도 비교적 어린 나무부터 발아하기 시작하고 해발고도의 차이, 음지와 양지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생산되고 있는 차들은 운남에서도 남쪽, 해발고도가 낮고 양지쪽에 위치한 소수차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차들은 첫물차라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고수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차들은 홀대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은 생산 단가조차 맞추기 어려워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봄바람에 출렁이는 새싹을 바라보며 보이차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보이차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수차의 가치가 알려지고 폭등하기 시작한 건 십여 년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은 고수차와 소수차를 구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찻잎 모양이 이쁜 소수차가 대접받던 시기였습니다. 차의 유구한 역사와 현재 전 세계적인 차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보이차에서 노차라는 개념의 형성과 고수차의 폭등은 지극히 이래 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광조우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차를 마치 금융상품처럼 취급하고, 일부 노차는 천문학적인 가치로 폭등하는 등 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다소 황당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일부 세력들이 규합하여 이러한 풍조를 조장하고 그 세력들의 언저리에서 부하뇌동하는 무리들까지 합쳐져서 일종의 거대한 악순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인데, 자본이 주가 되는 세상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이 만든 브랜드로 좋은 차를 생산해서 당당하게 차의 세계에 입성하고픈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면 때론 참으로 암담합니다. 그러나 멀리 보면 아직도 보이차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주식도 아니고, 골동품도 아니고, 보배도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차는 여전히 마시는 음료일 뿐입니다. 언젠가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광풍이 아니라 누구나 마셔서 언제나 기분 좋은 차가 우리 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가 뭐래도 차는 여전히 차일뿐이지요! 햇차들도 지금처럼 일부 지역과 수령, 지명도에 과도하게 편중된 시각에서 점차 넓은 세계로 나아갈 것입니다. 소수가 독점하는 상황에선 제대로 된 평가나 올바른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대중의 기호라는 용광로 속에서 결국 살아남는 차가 앞으로의 차 문화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박람회장 오운산 부스

문화 또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고급은 고급의 용광로가 작용하고 일반은 일반의 용광로가 작동할 것입니다. 그 용광로 속에 당년호차 경년신차(當年好茶 經年新茶)로 대표되는 석가명차-오운산을 던집니다. 훗날에 황홀한 맛으로 돌아온다는 말들로 포장된 쓰고 떫기만 한 차, 보이차는 원래 그렇다는 말들로 포장된 당장 마시기도 어렵고 나도 모르게 찡그리는 차가 아니라 당장 마셔도 순하면서도 달고 향기로운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일정한 세월이 경과하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결국 껍데기는 사라지고 올곧은 것만 용광로의 주물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특히 보이차는 수많은 사람들의 논쟁 속에 있지만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차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이제는 확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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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청

 

산화와 발효에 대하여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화는 무엇이고 또 발효는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공기 중의 산소와 물질이 만나면서 변하는 것을 통칭해서 산화라고도 하고 발효라고도 합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변화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작용하면 발효이고 미생물의 작용 없이 물질 자체의 효소가 산소를 만나서 변화하면 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만약에 밀봉을 하거나 산소가 아닌 질소 등을 주입하면 산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과자봉지 등에 질소를 주입하는 것은 파손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주요한 목적은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함입니다. 보이차에 있어서 산화(발효)는 어떤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누어집니다. 숙차는 일차 가공이 완료된 보이생차 원료를 쌓아두고 물을 뿌려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하도록 조절하면서 단기간에 차를 푹 익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발효라는 공정을 거친 차이지요. 그런데 생차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약간 애매할 수 있습니다. 찻잎을 채엽하여 위조 과정을 거친 뒤 살청을 하는데 일단 채엽하는 순간부터 찻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므로 살청 전까지 이미 약간은 산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마솥에서 차를 덖는 살청이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살청은 원래 찻잎의 산화(발효) 요소를 정지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녹차는 처음 제조할때부터 산화(발효) 요소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홍차도 발효과정이 끝나면 살청(홍청)을 통해 산화(발효)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그야말로 모든 제조 공정이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이 생차는 살청을 하지만 녹차처럼 300도 전후의 고온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120도 전후의 저온 살청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청 후 찻잎 속의 수분 함수율입니다.

 

녹차는 4%로 전후로 완전히 마른 상태이지만 보이생차는 햇볕에 말려도 12% 전후의 수분이 아직 찻잎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는 비장한 문장과도 연결이 되는데, 이 수군이 아니라 수분이 대 역전 아니 후 발효(산화)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산화(발효) 요소들과 결합하여 느리지만 서서히 변해(익어?) 가는 것입니다.

 

제가 당년호차(當年好茶)’와 더불어 오운산의 경영이념으로 새운 경년신차(經年新茶)’는 이러한 보이차의 특징을 오랫동안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보이차는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5년 된 보이차와 50년 된 보이차는 완전히 다릅니다. 녹차나 홍차가 그렇듯이 대부분의 차들은 출시될 때의 맛을 표준으로 합니다. 그 맛이 변하면 변질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최근엔 백차나 오룡차 등도 노차들이 시장에 출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개념의 변화를 이끈 것은 보이차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과학적 설명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은 그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저는 제가 만들고 싶은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할 생각입니다.

 

이세상의 모든 물질은 변화합니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도 일종의 산화이고 발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효도 좋은 쪽으로 진행되면 익어가는 것이고 나쁜 쪽으로 진행되면 부패입니다. 익어 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요! 자칫 TV 뉴스에 자주 나오는 부패분자가 되지 않으려면 안팎으로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제형이 최해철에게 위챗으로 보낸 글

사장님, 글 고맙습니다. 아마도 제가 만나 뵙고 찬찬히 설명을 드려야 하겠지만, 일단 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일부분에 대해서는 가설이므로 실제적인 연구가 필요하긴 합니다.

 

1) 살청시의 솥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엽의 온도인데, 차엽 온도가 75 ~80도 이상이 넘어가면 차엽 내의 산화 효소인 폴리페놀옥시데이스 등 모든 산화효소는 실활 됩니다. 만약 120도의 온도로 적은 차엽을 넣고 오랫동안 살청을 한다면 효소는 대부분 실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쨩유화교수의 차과학 개론 366페이지에 보면 대부분의 녹차 살청에서도 효소의 20%정도는 잔류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녹차와 보이생차의 살청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2) 녹차의 수분 함량과 보이생차의 수분 함량의 차이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실은 수분함량은 거의 의미가 없고 수분활성도가 중요합니다. 물론 두개는 관계는 있습니다만, 수분활성도가 일정 수준 이하(0.85이하)이면 효소는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파악하기에 녹차나 보이생차나 수분활성도는 0.85이하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습창보이차가 됩니다.

 

3) 그렇다면 녹차는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까요? 녹차나 보이생차나 모두 동일한 변화를 거칩니다. 이는 산소의 존재하에서 발생하는 산화인데, 효소가 관여하지 않으므로 '비효소적 산화' 또는 '자동산화 - autooxida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녹차도 서서히 서서히 변화하는데, 카테킨 류가 서서히 테아플라빈 쪽으로 산화 중합됩니다. 단 효소가 없으므로 속도는 서서히 일어납니다

 

.4) 만약에, 만약에 효소가 살아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효소는 반응 속도를 엄청나게 빠르게 만듭니다. 효소의 작용은 반응의 유무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반응속도만을 조절합니다. 단 반응 속도를 아주 아주 빠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만약 보관중인 건조된 보이생차에 산화효소가 작용을 한다면 그 잎은 빨간 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를 홍변이라 합니다. 보이생차를 오래 두어도 홍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아주 명확한 증거입니다.

 

보이생차 우린 엽저를 보면 방금 만든 것임에도 홍변된 부분이 보일 것입니다. 이는 살청되기 전에 세포의 파괴에 의해서 효소에 의한 산화 즉 홍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관 중에는 홍변이 발생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효소가 있더라도 작용을 할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오늘부터 다섯편에 걸처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대하여저와 중국 상하이 립톤 회사의 연구원으로 계신 진제형님과 토론한 내용을 멍하이 일기로 올려드리겠습니다. 박홍관 선생님이 새롭게 보이차 전문잡지로 출간하신 다석특집 기사로 올린 내용인데 보이차의 진화에 대하여 함께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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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제품을 포장하는 동작

 

생산이 완료되고 박스에 포장되어 쌓여 있는 차들을 보면 한편으론 뿌듯하고 한편으론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저 많은 걸 언제 또 다 팔아서 자금을 만들고 내년을 준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입니다.

 

어쩌면 다 같은 생산자 이지만 차농들과 저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차농들은 큰 투자 없이 그저 자신들의 차밭에서 체엽해서 팔면 전부 소득입니다. 저희는 일일이 좋은 원료를 찾아서 오운산의 기준에 맞도록 주문하고, 차창에서 생산하고 포장 설계까지 모든 곳에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해야 합니다. 오운산을 출시한지 올해로 꼭 삼년 그동안 조금씩 저축했던 모든 자본을 솥아 붇고도 턱없이 모자라는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부족한 저를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아직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윈난에서 오로지 좋은 차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판매입니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차를 만들어 본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늘 고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를 만들 것인가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좋은 차는 여러 가지 공통분모들이 있지만 개인의 기호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야겠지만 차맛이란 일종의 문화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차에 관한 철학이 꼭 필요하고 그에 걸맞은 내용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가격 또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합니다. 무조건 차산지의 명성만 쫒아가다 보면 비싼 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고, 비싼 차는 비싼 이유들이 있지만 반드시 최고의 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무조건 저렴한 원료만 쫒아 가면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품질까지 잘 갖춘 차를 만드는 것이 오운산의 목표입니다만 양 극단을 어우르는 차를 생산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노력 끝에 탄생한 차를 앞에 두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오운산의 모든 제품을 선 계약으로 생산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매년 1월에 그해에 생산할 차들을 진실한 차 벗들과 의논하여 결정하고 선 입금을 받아서 해당하는 금액만큼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타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주문자나 생산자 모두에게 좋은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저로서도 더 이상의 자본투자 부담에서 해방되어서 좋고 오로지 좋은 차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일부는 선 계약을 받고 있습니다만 박람회 참가 등 기타 부분의 지출 때문에 적당한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운산은 기타 차창들의 오로지 수익만을 추구하는 제품들과는 차별화 하고 싶습니다.

 

오운산을 애초에 창업한 목적이 수익을 떠나 정말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는 제 오랜 세월 갈망의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차업에 몸 담은 지 이십여 년 사업적으로 보면 이젠 더 이상의 모험은 필요 없을 정도로 석가명차는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애초에 큰 욕심은 없고 재벌이 될 그릇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여생을 그냥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우연찮은 인연으로 기회가 주어졌고 여러 뜻있는 님들의 조언과 열망을 모아 시작한 것이 오운산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차의 변방이랄 수 있는 한국에서 중국의 변방 멍하이에 정식으로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초재소를 짓고, 직접 차산을 누비며 생잎을 수매하고, 압병에서 포장까지 전부 제 손으로 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한국은 물론 중국의 대도시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박람회에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라는 문구를 새기고 참가하여 홍보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작년에 제가 비행기를 탄 횟수를 체크해보니 모두 106번입니다. 평균 3일에 한번 꼴로 비행기를 타서 이젠 비행기만 봐도 멀미가 날 것 같습니다. 물론 직원들도 있고 여러 고객님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올해로 애초에 목표한 삼년을 어렵게 어렵게 다져 왔습니다. 그동안의 결실을 토대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선주문 체제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신에겐 아직도 열 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고 장엄한 일성을 남겼습니다만 저는 뭐 이순신도 아니고...감히 장군의 기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에겐 이제 더 이상의 자본 여력도 없고 더 이상 여러 좋은 님들께 무작정 제가 만든 차니까 구매하시라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양심이 있습니다...이제 시장에 나온 저희 차들을 냉정한 기준으로 평가해주시고 결과에 따라 내년의 생산량을 결정 하고자 합니다.

 

오운산의 경영이념으로 새운 당년호차 경년신차즉 그해에 만들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시음해보시고 혹시라도 마음에 드시면 마시거나 나눌 수 있는 만큼씩만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오운산 차는 결코 투자의 대상이 아닙니다. 지금 시장에서 횡횡하고 있는 투기의 대상도 아니며 다만 한 차꾼이 일생을 바쳐 진솔하게 만든 차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운산은 여러 사람이 조금씩 구하는 차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두 사람에게 집중되어 창고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늘 곁에 두고 마시다가 남는 차들은 자연스럽게 세월 속에 새로운 맛으로 거듭나는 차이길 바랍니다. 실제로 전량 구매를 제의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단호히 거절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차업을 하면서 언제나 차는 차일 뿐 약이나 재산적 가치는 아니라고 말해 왔습니다. 차로 인해 건강이 좋아지고 때론 재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차를 마시는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운산 차에 제가 담은 정신은 맑음입니다. 맑은 차 맛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 저는 68일 새벽에 윈난성 쿤밍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 박람회에 참가합니다. 15일부터는 부산박람회에 참가하고 7월 초에 다시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그때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늘 성원해주시는 님들께 일일이 답변 못 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가게로 방문하시면 손수 만든 오운산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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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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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도 노채에서 햇차 마실 때

 

멍하이 일기 30 - -

맛은 머리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입이 기억합니다. 무슨 맛 무슨 맛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결국 맛의 정확한 표현은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입은 한번 맛보면 그냥 알아버립니다. 표현할 수는 없어도 훗날 다시 그 맛을 보면 예전의 그 맛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려버립니다. 물론 입이 기억하는 맛도 결국 뇌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직감적으로 다가오는 맛의 실체를 논리로 풀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차는 이런 맛! 저차는 저런 맛!

차에 있어서 맛이란 무엇일까?차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부닥치는 문제이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여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를 소개하고 맛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돌아서면 어쩐지 모르게 공허한 날들이 있습니다.맛은 기본적으로  매운맛ᆞ, 짠맛, 단맛, 쓴맛, 떫은맛  다섯가지로 분류합니다. 약한 그리고 강한이라는 보조 의미를 넣으면 열다섯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것으로 과연 차가 가진 오묘한 맛을 다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차에 있어서는 매운맛과 신맛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가공이 잘못되었거나 보관상의 문제로 간혹 돌출하기도 합니다.)쓴맛, 단맛, 떫은맛 세가지가 결국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조건입니다. , 과일, 꽃 등의 각종 비유를 곁들여서 설명하곤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맛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그 차의 맛을 한정짓고 현학적이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차라리 맛있다. 맛없다.

두 가지로만 표현 하는 것이 오히려 진솔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차라도 시간과 장소, 사용하는 다기와 물, 개개인의 성향, 당일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느껴질 수 있고 좋고 나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좋은 차이고 좋은 맛일까?차의 출발은 선사시대의 신농씨로부터라고 합니다. 약초를 시음하다가 생긴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 또 다른 약이 차의 시원입니다.

 

애초에 약으로부터 출발한 차가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분화되었고, 약으로는 인체의 각 부분을 다스리는 쪽으로 발달하여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반면 차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명확한 규정이 없이 그저 교양 있게? 마시는 음료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차를 간식처럼 때론 약처럼 음용하고 그 효능 또한 입증되고 있습니다. 차는 수행이라느니! 정신을 다스린다느니! 기운이 어떠니! 하는 개인의 주관에 기인한

 

잡히지 않는 공허한 논리를 나는 펼치고 싶지 않습니다.그러나 중국에서 비롯하여 한국 일본으로 전세계로 확산된 차맛의 핵심을 간단히 정의하라고 하면 나는 조금도 주저 없이 문화라고 하겠습니다. 흔히 문화는 배부른 다음의 여기로 여겨지곤 합니다. 다소 어휘의 사용감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냉정한 현실임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굶어 죽을 판에 무슨 문학이 있고 음악 미술이 있으며 차를 마시겠습니까!특히 맛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배고프면 쓴맛 단맛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이지요. 일단 이렇게 인정하고 차를 정의하자면 차는 배부른 다음에 쓴맛, 단맛 가리면서 마시는 음료가 됩니다. 그 속에서 개개인의 기호가 생겨나고 대중의 기호를 잘 맞춘 차가 인기 있는 차가되어 그 차의 문화와 함께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중의 기호는 어떻게 수렴될 수 있을까요? 어떤 한 사람이 차를 마시고 맛있다고 하게 되면 맛있게 전파되고! 맛없다고 하게 되면 맛없게 전파된다. 두 사람이 마시고 한사람은 맛있다고 하고 한사람은 맛없다고 하면 영향력이 큰사람의 뜻대로 맛은 전파된다. 세 사람 이상이 마시게 되면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선택한 맛이 전파된다. 그렇게 전파된 맛이 하나의 영향력 있는 문화가 되고 이러한 문화를 견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경주되어 오늘날의 차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정답은 애초부터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형성되었고 우리는 그 문화를 좇아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이 문화의 속성입니다.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지금 당장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그 영향력을 얼마나 확대 재생산해낼 수 있느냐가 문화로서의 가치와 지속성을 결정짓는 요건입니다. 오운산의 시작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회가 주어졌고 저희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오운산의 문화를 형성하고자합니다. 이것은 차업에 몸담은 제 인생 마지막 꿈입니다. 그렇다면 오운산이 만들고자 하는 문화는 무엇이고 어떤 차맛으로 대중에게 접근할 것인가? 오운산의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것은

당년호차(當年好茶) 경년신차(經年新茶)입니다

 

-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 현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보이차의 맛은 햇차 보다는 묵혀야만 진짜 좋은 맛이 된다는 인식입니다. 즉 그해에 만든 차는 맛있게 먹을 수 없기에 묵혀 두었다가 먹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일견 지금에 와서는 당연해보이기까지 한 논리지만 오운산은 당년호차 즉 보이차는 원래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라는 이념으로 현제 시장의 견고한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합니다.보이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백 수천년 동안 보이차는 원래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먹었던 차였음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몇 년이 지나면 버리는 차였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량 생산 체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더불어 중국에서는 문화혁명이 발발하고 가진 자들의 고상한 취미쯤으로만 여겨졌던 차 문화는 지하로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오히려 노차의 가치를 발견하고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차 산업은 다른 모든 산업과 더불어 대중화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산길을 따라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고수 차밭은 생산성을 이유로 파괴되고 경제 작물로 전환되었습니다. 80년대로 들어서면서 차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부터는 찻잎의 발아 개체수가 높은 품종이 개발되고, 공산당의 주도로 생산성이 높은 소수차 위주의 차밭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종류의 찻잎은 차성이 강하여 특히 맹고 대엽종 등 보이차 원료들은 그해에 맛있게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보이숙차가 개발되고 대중적 소비자의 기호와 눈높이에 맞춘 차들이 대량으로 개발 출시되어 시장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이차들은 원료가 가진 질적인 한계 때문에 묵혀야만 좋은 차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 된 것입니다.

 

모든 차는 출시될 때의 맛이 기준이 됩니다.홍차는 홍차 맛이 있고, 녹차는 녹차의 원래 맛이 있습니다. 그 맛이 변하면 변질된 것으로 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이차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시될 때의 맛이 전부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해 가는 맛을 오히려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년신차(經年新茶) 세월이 흐르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보이차의 특징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고수 순료를 사용하여 원래 보이차가 가진 참 가치를 살린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당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만든 차라야만 세월이 흘러서 결국 역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장은 어쩌면 변해가는 맛에 종속되어 원래 보이차가 가진 가치에 조금은 충실하지 못하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옳고 그름은 없지만 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오운산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소중한 자원인 고수 차밭을 무작정 개발할 것이 아니라 저희의 경영이념에 따라 보호하고 이념에 맞게 되살리고자합니다. 매년 계획을 수립하고 적절한 시기에 한잎한잎 진정한 고수 원료를 수확하고 전통 가공 기법으로 생산하여 보이차 원래의 개념인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에 집중할 것이며, 나아가 경년신차 즉 매년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보이차의 특성을 살려 훗날 진정한 명차의 맥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오운산의 대리상 조건 첫째는 인품입니다. 사업의 성공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유사 이래 모든 문화는 사람에 의해 창조되어진 것입니다. 대리상 계약 조건에서 설사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사람이 진실하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고수차를 정성으로 만들고 전세계의 진실한 다우들과 나누며 함께 오운산의 문화를 열어가려합니다.

 

* 513일 잠시 귀국해서 518일부터 개최되는 대구박람회에 참가합니다. 5월 말 다시 윈난 쿤밍의 저희 차창으로 가서 제품 생산을 감독하고 68일 다시 서울로 귀국합니다. 68일부터 개최되는 서울박람회에 참가한 후 6월말 또다시 출국하여 중국 각 지역의 차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다소 빠듯한 일정이지만 제가 평생 꿈꾸던 일들을 하는 것이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시는 분들은 박람회 장에서나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저희 가게로 오시면 잠시라도 제가 직접 만든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멍하이 일기는 30편으로 잠시 중단하고 31편부터는 이후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틈틈이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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