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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23 멍하이 일기 41. 고수 숙차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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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차 제조 과정

 

고수차가 인기를 끌면서 보이숙차도 고수차로 만들었다는 차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료가 좋으면 당연히 만든 차맛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숙차 제조법은 지난번 멍하이 일기 7편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숙차는 일차로 가공이 완료된 쇄청모차를 이차 가공 즉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서 다시 만든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이지요. 즉 일차 가공이 끝난 쇄청모차는 보이생산차라고 하고 그것을 각종 형태로 만들면 보이생차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효라는 또 다른 과정을 거치면 보이숙산차가 되고 같은 방식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보이숙차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고수차도 마찬가지로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서 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수차는 생차 그 자체로 향기도 좋고 회감도 좋으며 가격 또한 좋으므로 굳이 숙차로 만들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더구나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면 고수생차 특유의 향기 등이 소실될 우려가 있고, 일반적으로 숙차는 시장에서 고수생차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수원료라고 해서 모두 비싼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덜 알려진 지역이나 변경 지역, 그리고 봄차 보다는 여름차, 가을차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러한 원료를 사용하여 고수차를 만들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운산에서 작년과 올해 출시한 차가 바로 이러한 종류입니다. 변경 지역인 미얀마의 가을 고수차와 포랑산 지역의 여름 고수차 원료를 사용한 것이지요. 그래도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숙차 즉 대지차 원료를 사용한 제품보다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현제 숙차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대지차 원료는 일반적으로 대지차 중에서도 등급이 낮은 원료를 사용합니다.

 

대지차도 고급과 저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급은 주로 생차로 생산하고 숙차는 발효 과정에서 찻잎이 파괴되기 때문에 기계로 채엽한 원료나 수령이 낮은 찻잎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숙차는 발효라는 제조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쳐서 생산되는데도 대형 차창에서 출시되는 비슷한 생차보다도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것입니다. 그리고 숙차는 발효를 시켜서 출시하기 때문에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세월이 흐르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보이차 고유의 특질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숙차도 세월이 흐르면 거풍이 되면서 점점 맑아지고 맛 또한 좋아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쾌속 발효차의 한계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생차가 진화하면서 발생하는 화려한 변화와 빗댈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보이숙차의 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숙차의 개발은 보이차의 역사에서 하나의 신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가 윈난성 소수민족들의 차에서 대중차로 나아가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윈난 특유의 강열한 맛을 순화시켜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차로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차라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잘 만든 숙차는 확실히 다릅니다. 특히 고수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차는 맛의 무게감이 다릅니다. 대지차 보다는 내용 물질이 풍부해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높고 숙차 특유의 텁텁함도 덜합니다.

 

생노차(生老茶)의 맑음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숙차 보다는 월등히 맑고 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중의 고수차에서 보듯이 고수숙차도 유행을 타고 이름뿐인 고수숙차들이 허다합니다. 숙차는 제품의 특성상 원료 산지의 이름을 표기해서 출시하는 경우는 적은데 노반장숙차, 빙도숙차 등 화려한 이름의 숙차들이 매장의 전시대에서 날 잡아 잡소하고 행인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중국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맛을 보고 이름을 떠나 맛있으면 구입해서 먹습니다. 원료 산지의 진실성을 떠나 자신의 입맛을 믿고 사는 것이지요. 사실 숙차는 원료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숙련된 발효기술자의 경험도 아주 중요합니다. 잘 만든 대지 숙차가 못 만든 고수 숙차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수차를 만들면서 더구나 숙차를 만들면서 백프로 고수원료만을 사용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어떨 땐 저같은 바보나 하는 짓이 아닌지 반문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자신만은 속일 수 없기에 뚜벅뚜벅 그냥 갑니다.

 

비는 내리고

웬종일 비만 내리고

이역만리 멍하이 하늘아래

비젖은 태극기가

물끄러미 저를 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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