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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10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3 - 보이차의 규정
  2. 2017.08.11 멍하이 일기 52, 아! 쿤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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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2003년 윈난성 질량기술감독국 명의로 보이차의 규정을 발표합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의 일정 구역 내에서 자란 대엽종(大葉種) 찻잎(茶葉)으로 만든 쇄청모차(晒靑母茶)를 원료로 하여 후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를 말한다.”

 

이후 갓 생산한 보이생차는 보이차가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2006년 보이생차와 보이숙차로 구분하게 되었고, 2008121일 재개정된 <지리표지산품보이차(地理標志産品普洱茶)>라는 국가 표준이 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쇄청모차 즉 보이 생 산차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봉착되어 있습니다. 녹차라는 논쟁과 맞서고 있는데 녹차는 일반적으로 초청(炒靑) 즉 가마솥에 여러번 덖어서 만들어지는 차입니다. 증청(蒸靑) 등 기타 가공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 후 찻잎 속의 수분은 4% 전후이며 포장 또한 밀봉 방식으로 산화와 발효를 원천적으로 방지한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쇄청(晒靑) 즉 햇볕에 건조하는 것이 우선 다르고 모차의 수분이 10% 전후가 되도록 해서 산화 혹은 상황에 따른 발효의 여지를 남겨둔 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가 직접 보이차를 가공 생산하면서 여러번 모차의 수분을 측정해본 결과 6%(제품화 되어 유통되고 있는 보이병차 9%) 전후의 결과 수치를 얻었습니다.

 

모차 상태에서 녹차보다 수분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생각만큼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보이차의 정의를 약간 수정 하였습니다. 보이차는 모차 상태에서 수분 함수량 등을 살펴보면 녹차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밀봉 포장이 아니라 상온에 노출되기 쉬운 죽통 혹은 종이 포장이라서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기와 열에 노출되어 산화가 촉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발효의 문제는 미생물이 작용해야 하는데 보이차의 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작용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년내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화와 발효가 촉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하거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여 미생물이 작용 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제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셨거나 해당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논리는 제가 좋은 보이차를 생산하는데 크다란 밑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야 전문가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바랍니다. 그러나 보이차가 가공 후 모차 상태에서 겉모습은 일견 녹차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보이차와 녹차는 다른 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윈난산, 대엽종, 쇄청모차, 후 발효차라는 보이차 규정은 다분히 지역적 특화를 위한 작위적인 규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윈난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나무들이 있습니다.

 

뿌랑산은 대엽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징마이, 나카 등은 오히려 중.소엽종의 비율이 높습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보이차는 대엽종 만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엽종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곧 대엽종이라는 등식은 이미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녹차나 홍차는 세계 어디에서 만들든지 녹차는 녹차이고, 홍차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그 차를 만드는 일정한 제조방식으로 가공해서 생산하면 녹차 또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 다른 종류의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녹차가 있고, 중국 녹차가 있듯이 중국의 윈난에 보이차가 생산되지만

 

한국의 어떤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이차를 만들면 당연히 한국산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맛이나 향이 윈난에서 생산한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보이차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역과 차종이 아니라

보이차만의 가공 방법인 쇄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윈난에서도 녹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녹차를 쇄청으로 만드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차는 유념 후 찻잎 속의 진액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햇볕 속의 각종 광선과 만나면서

 

다른 차와는 다른 독특한 보이차만의 향기와 맛이 형성됩니다. 제가 굳이 현재의 보이차를 구분하자면 중국 윈난에서 생산한 보이차와 기타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윈난은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이 보이차로 가장 잘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생산한 인삼이 중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듯이,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보다 품질이 좋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규정에 의거하여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나 중. 소엽종으로 생산된 보이차를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인삼은 인삼이 아니라는 논리와 비슷한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는 조만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지역적 특화를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규정을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차를 찻잎을 가공 후 쇄청 건조하여 각종 형태로 만든 차라고 그냥 간단히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소 광범위한 규정이지만 보이차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는 보이차를 단순히 국가적 지역적 이익에 기반한

 

지역과 품종의 틀로 묶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오픈해서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의 보이차보다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보이차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규정에 얽매인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보이차도 와인처럼 세계적인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XAn5JhOyuFs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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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왕수

 

언뜻 보아도 노반장 차왕수보다 굵고 큰 나무가 수 십 그루 보입니다. 제가 그동안 어림잡아 이백여 군데의 차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큰 차나무들이 한자리에 있는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야! 잠시 탄성을 지르고 고차수 숲으로 들어갑니다.

 

쿤루산(困鹿山)은 푸얼시(普洱市) 닝얼현(寧洱縣) 펑양샹(鳳陽鄕) 콴홍춘(寬宏村)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콴홍춘도 써라고 부르는 8개의 조그마한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족(彝族)이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이족, 하니족, 한족이 비슷한 비율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황지아짜이(皇家寨)에 고수차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청나라 때 공차로 황실에 납품되었다는데, 봄차 철엔 관에서 병사를 파견하여 감시 감독하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차나무의 자라는 속도는 지역의 토양환경과 위치 나무의 수종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이곳의 차나무 수령을 물으니 대충 400년 이상이라고만 답합니다.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천년고수들보다도 훨씬 크고 굵어 보이는데도 딱 보면 안다는 뜻일까요! 다른 곳처럼 수령 뻥튀기 같은 게 없습니다. 사실 차나무의 수령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수로 지정된 샹주칭차왕수처럼 공인기관에서 수령을 측정하지 않은 이상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을 가보면 정확히 300650년 등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심었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노반장 차왕수도 2008년 즈음엔 800년 정도로 이야기 하더니 어느새 천년이 되고 올해 차왕수 경매에서는 1200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10년도 안되어서 400살이 늘어나 버렸는데 유명해지면 빨리 늙나요...

 

오솔길 사이로 전설처럼 이어진 천년고차수 숲길을 거니는 감흥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저는 차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런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차 숲 중간쯤에 이 지역의 차왕수로 모시고 있는 차나무 아래 잠시 머리를 숙입니다.

 

천년의 역사 속에 차로인하여 명멸해간 수많은 사람들과 차농들의 수고로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합니다. 비수기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서 향을 사르는 곳이 잡풀들로 무성이 덥혔습니다. 청소 삼아서 풀을 뽑고 근처의 쓰레기들을 정리하는데 도부장이랑 젊은 친구가 자꾸 말립니다.

 

괜찮아! 놔 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소엽종, 중엽종, 대엽종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이무 의방 쪽에 많이 자라고 있는 흔히 찻잎 모양이 고양이 귀처럼 작다고 해서 마오얼두어’(猫耳朵)라고 부르는 특소엽종들도 눈에 뜨입니다. 봄차 가격을 물어보니 생잎이 1kg5000위안이랍니다.

 

생엽 4.3kg정도를 가공하면 모차 1kg이 생산되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kg400만원 가까운 금액입니다. 다소 절망스러운 가격입니다만 일년 생산량이 1톤밖에 안되고 역사적으로 공차로 바쳐질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녹차, 오룡차 등의 최고급 차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걸로 위로삼곤 합니다.

 

젊은 친구 집으로 내려와서 올해 차들을 시음합니다.

야생차, 홍차, 소수차, 대수차, 고수차, 봄차, 여름차 등을 차례대로 시음합니다.

먼저 야생차는 쿤루산근처에 대규모의 야생차 군락이 있는데 봄에 직접 가서 채엽해서 만들었답니다. 쓴맛이 강열합니다.

 

이런 차는 많이 마시면 배탈 납니다. 야생차들 중에서는 약간의 독성이 있는 것도 있어서 마실 때 조심해야 됩니다. 홍차를 마십니다. 여름차로 만들어서 그런지 맛이 연하고 약간의 단맛이 있습니다. 소수, 대수, 고수를 순서대로 마시는데 맛 차이가 확연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정도로 크지는 않은데 이 지역에서 차를 분류하는 방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차는 50년 이하의 유성생식 즉 차 씨를 심어서 고수차밭 근처에서 키운 차를 말하고 대수차는 100년 전후의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소수차는 새로 개발된 운항계열의 개량종 품종으로 만든 차를 뜻하고 대수차를 키가 크다는 의미인 까오토오’(高頭) 라고 부르는데, 차나무 수령이 50~100년 정도의 차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200년 전후의 차들과 400년 이상의 차들을 따로 분류합니다. 지역마다 차를 분류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맛으로 구분하게 되면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지 않는데 처음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현제 이곳에는 376그루의 400년 이상 된 고수차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쿤루산의 보물을 마십니다.

 

차실로 만들어 놓은 정자의 이름이 추록대(追鹿臺)입니다. 사슴을 좇는 전망대라고 할까요? 해발 1650고지의 탁 트인 정자에서 굽이치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음미하는 차맛은 가히 일품입니다. 개개인의 입맛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마신 고수차 중에서는 감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비싸도 1kg은 사서 이 향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노반장의 단맛을 함유한 떫고 쓴맛과 빙도의 우아하면서 맑은 단맛, 이무의 부드럽고 유장한 맛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차는 모두 판매되고 없습니다...

 

열감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머리카락이 땀방울로 촉촉이 젖습니다. 회감과 회운이 호흡을 타고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고수차는 없고 약간은 아쉬운 맛이지만 비견할만한 까오토오차를 1kg 8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820일 귀국예정인데, 멍하이 일기 애독자 분들께는 저희 가게로 오시면 제가 직접 우려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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