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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방 차도구

 

부산지역 차의 거리라고 하면 부산데파트 뒤에 있는 거리다.

찻집도 있고, 몇몇의 차도구 전문점이 모인 곳이다. 그 가운데 소화방이 있다. 외관으로만 보면 여러가지 골동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 차도구가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좀더 자세히 보면 중국 차도구도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격을 갖춘 차도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보는이의 눈 높이에 따라 전혀 흥미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이곳을 어언 18개월 만에 찾은 것 같다.

 

차도구 전문점 소화방에서의 만남은 그래서 필자에겐 좀 더 재미난 곳이다. 재미난 자사호에 차를 주섬주섬 섞어 넣는 것 같이 보였는데 우려낸 차의 탕색을 보았을 때 찻잔과 받침, 그리고 차 맛이 어울려 나오는 그 맛이 무척 좋았다. 무슨 차인가 하고 물었다. 갑자기 낼 차가 마땅찮은데 현재 가지고 있는 차가 80년대 7532와 문혁전차가 혼자 마실 정도의 양밖에 되질 않아서 섞었다고 한다.

 

보이차8532와 문혁전차를 섞은 차

 

그런데 무척이나 괜찮은 맛이다. 다시말해 80년대 7532 맛 보다는 전차 특유의 맛이 더 힘있게 나온 맛이다. 그래도 요즘 말로는 노차반열에 들어가는 차들인데, 궁금해서 다시 한 번 물어 보았다. 이렇게 섞어서 자주 마시는가 하고. 섞어서 마시는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집에서 가져온 차가 마시고 난후에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마셔보는데 괜찮은 것 같아서 마신다고 한다.

 

세월감이 좋은 찻잔이다

8탕 정도 마신 차의 탕색

 

차를 섞어서 마시는 방법에서 무엇이 맞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섞어서 마시는 방법론적인 문제이기에 그런 맛을 또 하나의 맛으로 즐기게 된다. 초보자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오랜 차생활 끝에 만나게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차가 좋고 사람이 좋을 때 상황에 따라서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오래 마셔본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경험의 맛이라고. 그리고 응용편도 있다고.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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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균 다완에 일본에서 생산한 농차용 말차

매다옹 안재한 선생님 댁에서 오랜만에 차를 함께 하게 되었다. 과거 대구에서 매다옹을 운영했던 대표이지만 지금은 소일거리로 작은 일을 하시지도 않고 차와 음악을 벗 삼아 쉬고 있다 하신다. 오랜만에 찾아간 집에서의 찻자리는, 과거 매다옹을 운영할 때의 그 느낌과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멋스럽게 사시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얘기가 시작되고 대만의 리산 오룡차를 내셨다. 올해 구입하셨다는데 발효가 잘된, 오룡차로서의 깊은 맛과 향이 고급스럽다. 그 맛에서 차의 멋을 느낄 만큼의 좋은 차다.

차를 친구 삼아 차와 같이 논다 하시는데 나도 어느새 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내가까이에 이런 지인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차를 마시는데 등 뒤에서 침향의 향기가 흘러왔다. 무슨 향이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 사용하는 전기 향로에 개골 침향을 넣고 태웠다고 하시며 가까이 가서 침향 향기를 한 번 맡아 보라고 하셨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전기로의 열감과 코에 가까이 가져갈수록 온기가 나오는 정도를 침향의 향기와 구분되어 들어왔다.

발효잘된 오룡차와 자사호
 
최근 향도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어느새 몸으로 읽고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음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주 향기로웠다. 그 향기의 정도를 이제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잠깐이나마 스스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

두 번째 차로는 보이차로서 문혁전차를 마셨다. 포장지에는 차 기름이 잘 묻어나 반질거리고, 맛 또한 그 시대의 전차 맛의 특징이 잘 배어나왔다. 매다옹을 운영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셨는데, 조용히 혼자 차 생활을 하시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멋있게 지내고 계셨다. ‘요즘 중국 향도가 유행하고, 박 선생이 보내준 <중국 향도> 책도 잘 보았다고 하시며, 과거 일본의 향도 관련 책과 자료를 꺼내어 보여 주시고, 소장하고 있는 침향 몇 가지도 보여 주셨다.

문혁전차

몇 차례의 잔이 오가다가 일본에 주문했던 말차가 들어왔다고 하시며
, 김정옥 작가와 신경균 작가의 다완에 말차 맛이 입안 가득하게 진한 농차를 내주셨다. 찻솔의 움직임이 참 편하게,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이렇게 70대 중반의 어른과 차를 마시면서 차와 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시간인지, ‘사실 경주 황룡골 강 선생님 댁에 침향을 가지고 가서 같이 즐기고자 했었는데, 마침 강 선생이 중국에 가게 되어서 할 수 없이 우리끼리 즐기게 되었다시며 강 선생과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돌아오는 길에 필자가 70대가 되었을 때 같이 차와 향을 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스치며 하루를 정리하게 되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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