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방해각

 

팡시에지아오(방해각螃蟹脚) 라고 불리는 차에 기생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주로 고차수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는데 징마이(景迈) 지역에서 생산되는 량이 가장 많고 유명합니다. 혹자는 징마이 지역의 방해각만 진품이고 기타지역은 가짜라는 인식이 있는데 난누어샨, 멍송, 빠다, 등지에서도 조금씩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우나 뿌랑산 등에서는 아주 희소합니다.

 

저는 라오반장이나 이우 지역의 차산을 비교적 자주 다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차산 중에서도 그늘지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방해(螃蟹:) (:다리) 즉 바다에 사는 게의 다리처럼 마디가 있고 생긴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차나무에서 자라는 모습은 녹색인데 채취하여 그늘에서 며칠간 말리면 점점 연한 갈색으로 변합니다.

 

오래된 것은 검은색 계통입니다. 한국에서도 산을 오르다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참나무 가지 끝에 자라는 겨우살이 비슷합니다. 다만 겨우살이는 비교적 크고 굵은 반면에 방해각은 가늘며 손가락 정도의 크기입니다.

 

방해각

 

이천년 초 일본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방해각의 약리적 효능이 발표되면서 갑자기 가격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신장염 등의 치료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차가 아니라 약재 쪽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다만 고수 차나무에서 자라기 때문에 차의 효능과 연결하여 생각하게 되고 방해각을 일부 섞어서 생산된 차들도 있습니다.

 

방해각이 많이 붙어 있는 차나무는 수액을 빼앗기므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고사될 수도 있습니다. 차나무 입장에서 방해각은 달갑지 않은 존재이지요. 최근엔 찻값보다 오히려 비싸게 거래됨으로 차농 입장에서는 부수입을 올려주는 고마운 식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엔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서 들어온 것들과 다른 나무에서 자란 것들도 같이 방해각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제 생각엔 일단 지역과 상관없이 차나무에서 자란 것이라면 방해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생산되는 바나나라고 바나나가 아닌 것은 아니듯이, 중국에서 생산된 인삼도 당연히 인삼입니다. 다만 자라는 지역에 따라 맛과 성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삼이 그렇고, 윈난의 보이차가 그렇듯이 그 지역의 환경과 생태에 가장 잘 맞는 품종이 결국엔 명품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나무가 아닌 일반 나무에서 자란 방해각은 약간 애매합니다. 같은 품종일 수는 있겠지만 매개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 나무에서 자란 것이라고 밝히고 판매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도 항상 습창차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연도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습창에서 쾌속 발효시킨 차라고 밝히고 판매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맛의 호불호를 떠나 습창 발효도 시장의 요구와 사람들의 음다 습관에 기인한 일종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순간의 이익에 현혹되어 습창차를 수십년된 노차로 소개하거나 일반나무에서 자란 방해각을 징마이 정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징마이산 정품 방해각은 일키로에 백만원 가까이 합니다. 기타지역은 보통 이십에서 오십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미얀마 등 변경 지역에서 들어온 것은 십만원 전후입니다.

 

이렇듯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방해각을 물으면 무조건 징마이 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격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모양도 약간 틀립니다. 징마이 정품은 비교적 가늘고 크기도 작습니다. 맛은 약간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내포성이 좋아서 오래도록 우릴 수 있고 끓여 먹으면 한결 맛이 깊어집니다.

 

'멍하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하이 일기 70. 정신(精神)  (1) 2017.11.19
멍하이 일기 69. 홍보 전략  (0) 2017.11.19
멍하이 일기 66.67. 화주량즈 1-2  (0) 2017.11.13
멍하이 일기 65. - 초심 -  (5) 2017.11.12
멍하이 일기 64. 산골풍경  (0) 2017.11.09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징마이의 미국인

 

멍하이 일기 14 - 윈난 차여행 넷째날 경매 징마이의 미국인 -

 

어젯밤 늦게 도착한 린창기지에서 올해 생산된 햇차들을 시음하였습니다. 대체로 작년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향기가 좋고 가공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시음회중 교수님이 계단에서 발을 잘못 헛디뎌서 어깨부분의 팔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여행도중 물이 바뀌면서 복통을 호소하는 분들은 종종 있습니다만 이번 사고는 처음 경험하는지라 다소 걱정스러웠습니다.

 

마침 주말이라 병원을 찾기도 어렵고 중국 대부분의 의료시설이 그렇듯이 국내에 비하여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제가 멍하이에 있으면서 몇 번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한번은 가온도 입지 않은 의사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혈액검사를 하더니 다짜고짜 맹장이라면서 바로 수술하자고 해서 도망 나온 적이 있습니다...다행이 샤오미 친척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달려가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팔이 빠진 것이기 때문에 팔 거치대를 하고 하루 이틀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될까 노심초사하셨는데 병원을 나서시며 중국 병원도 그런대로 괜찮다며 밝게 웃는 모습을 뵈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솽지앙에서 네시간을 달려 징마이에 도착하였습니다. 보이시 란창현 혜민향 경매산은 흔히 천년만묘고차원(千年萬苗古茶園)이라고 부릅니다.

 

한묘가 한국 평수로 200평 정도라고 계산하면 만묘는 약 200만평이 됩니다.

실제로 엄청난 차밭 면적을 자랑하는 경매산은 따짜이(大寨), 멍번(猛本), 망징(忙景), 노강(老岡), 윈지(翁基) 등의 수십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는데 2000년 초부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비교적 잘 개발된 차산입니다. 보이차이지만 대엽종보다 중 소엽종이 더 많습니다. 경매 지역의 고수차를 가공하면 색깔이 비교적 검은 편이라 보기에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맛은 달고 순한 편입니다.

 

이무 지역의 차와 종종 비교되는데 이무차는 부드러움의 특징이 있고 경매는 맑고 달며 깨끗한 향기가 있습니다. 또한 팡세이지아오(방해각螃蟹脚)라고 부르는 경매산에서 특히 많이 불수 있는 식물이 있습니다. 차나무에 기생하는 식물로서 영덕대게로 유명한 게의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며 위장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경매산고차림이라고 부르는 경매산 정상에 위치한 고수차 밀집 지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운남에 내리는 비는 맑습니다. 특히 차산에 내리는 비는 더욱 맑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스콜처럼 보통은 잠시 내리곤 그칩니다. 용수(龍樹)라고 부르는 큰나무 아래에서 잠시 피하거나 차밭 중간 중간에 차를 채엽할 때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고수찻잎에 떨어지는 빗물을 감상하면 됩니다. 비가 개인 후 차숲에 들어가 뾰족이 솟아오르고 있는 차싹을 직접 따서 먹어보고 방해각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경매산 정품 방해각은 1kg에 백만원 가까이 합니다. 그러나 시중엔 고수차도 그렇듯이 다양한 가격이 있습니다. 저희처럼 전문적으로 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어떤 경우엔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사람을 신뢰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 많은 모차들을 한상자한상자 열어서 전부 맛볼 수도 없고 감시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속이려는 마음이 생기면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 이쪽 세계입니다. 그래서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차농입니다. 그분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차를 만들고자하는 저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고 최선을 다해 모심으로서 비로소 좋은 원료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해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구하고 원하는 가격에서 절대 깍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고비를 따로 챙겨 주기도 합니다. 경매산에 미국인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망징(忙景)이라는 마을의 엽공차업(葉貢茶業)이라는 곳입니다.

 

오바마를 닮았다는 이집 주인의 이름이 엽공이라서 엽공차업이라고 지었답니다. 이곳에서 브라이언이 포랑족 꾸냥을 만나 올해 118일에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이 윈난을 처음 방문한 해가 1995년이라니 벌써 22년이 흘렀습니다. 인류학자인 그가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쿤밍에서 우연찮게 지금의 스승을 만나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차를 우려내는 모습이 남자이지만 아주 우아합니다.

 

중국어도 아주 능통하고 문화 인류학적 지식이 남달라서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저를 만나러 멍하이 가게를 두 번이나 방문했는데 마침 제가 출장 중이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여러 한국 분들과 함께 만나게 되어서 더욱 반갑다면서 진심으로 환영해줍니다. 귀한 만남이라면서 자기가 조금 소장하고 있는 80년대 7572 숙차를 우려 줍니다.

 

이곳에서 정품 노숙차를 만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보관상태도 좋고 구감도 아주 좋습니다. 숙차도 오래두면 이렇게 좋은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떠날 때에는 이번에 방문한 한국 손님들 모두에게 결혼식을 기념하여 200g 소병으로 찍은 병차를 나눠주었습니다. 작년 경매산 가을 고수차로 만들었다는데 멍하이 가게로 돌아와서 마셔보니 가을차 특유이 맑고 깨끗한 향기가 두 분의 아름다운 결혼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