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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

 

숙차라는 것은 익은 차를 말한다. 시간과 스스로의 발효를 거쳐 이제 익을 만큼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차가 숙차이다. 숙차의 기원은 일반 생차이다. 그 생차 보이차는 원래 청병인 것이 당연하다. 그 생차들이 오래 되어 익었다고 한 것이 바로 숙차의 원래 의미이다.


이후 70년대 인공발효 덕분에 숙차가 만들어졌고, 그 숙차의 의미와 범위는 앞서 말한 청병이 익은 숙차의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목적이 된 것이다. 즉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인민이 마실 수 있는 차류를 만들어 내는 공정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청병과 그에 대한 숙차를 알고 있는 중국인들은 1-2번의 세차를 거쳐 요즘 나온 숙차를 음미한다.


각설하고, 생차를 익히려는 노력은 대단히 많다. 즉 입창(이전에는 습창차라는 표현을 했다)이라는 큰 범위의 단어로 말하지만 가정에서의 보관부터 창고보관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즉 습도와 통풍 등 차를 숙성시키는 즉 익히는 과정으로서 흔히 말하는 입창차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여기서도 생차만 마시는 분들은 입창차를 마시면 죽는 것 처럼 말하는 사람과 그런 차는 탁한 차라고 말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저렴한 중국차들의 특성이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히 알게끔 한다. 현지에서 잘못 보관된 차들에게서 나타나는 명확한 공통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전형적인 입창차)

우리가 잘 아는 7542나 7572, 8582를 손님에게 대접하면 좋은 차 마셨다고 고마워한다. 역시 보이차는 노차가 좋다고, 숙차를 마시면 초보인 것으로 말하면서 잘 익은 70년대나 80년대 7542나 8582를 마시면서 차는 원래 이렇게 익어야 좋다고 한다.


보이차의 세계에서 70년대와 80년대는 차를 익히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이차 제조 공정에 숙차 만드는 방법과 차를 만들고 나서는 입창을 통해 차를 익히는 방법으로 두가지가 동시에 시도되었다. 그래서 습을 먹은 정도의 차이일뿐 대부분 차는 입창을 통해서 익혀가는 시기는 88청병이 나오기전인 90년대 이전까지 이어진다.

1950년대 후반 생산된 람인철병(인급차는 입창을 통해 완성된 차)

 

따라서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70년대 80년대 7542와 80년대 8582모두 인공으로 익힌 차다. 요즘와서 국내 보이 생차 전문가들이 말하는 입창차(습창차)마시면 죽는다고 하는 차다. 다시 말해 홍콩에서 보관되었다고 하는 차들이고, 현재는 홍콩이나 중국의 소장가들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차들이다.

이 차들이 최근에 열불내며 성토하는 명확한 입창차이다.


선입견만으로 입창한 차를 못된(?) 차라고말하면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으쓱해 보이거나 대단해 보일 것 같다는 착각으로 살수도 있겠지만, 훗날 보이차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좋은 차 건강한 차를 만나게 되면 오히려 부끄어워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차에는 겸손해야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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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익보이차 여의도점 전경

중국차 가운데 보이차는 2000년대부터 중국이나 한국에서 최고의 이슈를 가지고 차 시장을 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에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차가 정식으로 수입되어 들어올 때 온갖 소문도 안고 들어왔다. 중국차를 마시면 크게 잘못되는 것처럼 언론에서 기사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몸에 좋은 차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중국의 명차를 소개했고, 녹차, 홍차, 흑차를 다루면서 보이차가 큰 화두가 되기도 하였다. 보이차는 그 역사만큼이나 말이 많았던 차다. 그런 한편으로 또 보이차는 고급차다’, ‘보이차는 몸에 좋은 차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수차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었다.

점심시간에 '타이버블보이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 층이 '보이차 아이스크림', '타로버블보이차' 등을 즐길때 중년 층은 세월감 있는 보이차를 우려마신다

우리가 보이차에 대한 호불호를 논하는 사이에 중국에서는 대익보이차가 차의 세계에서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기업에서 생산하는 차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잘 알면서도, 결국 시장 논리로 한국에도 한국총판이 설립되고, 지역별로 대리점이 개설되었다.전국적인 유통망이 형성되면서 대익보이차 서울 여의도점과 홍대점은 다른 보이차 전문점에서도 그 추이를 지켜보게 되었다.

보이차 맛을 아는 손님은 매장에서 주문하여 우려마시거나 소포장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차가 진열되어 있다

사실 이런 큰 규모의 매장이 잘 운영될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일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한국 차 시장은 새로운 도약으로의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여의도점의 운영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차에 대한 인식이 어렵게 다가왔다. 우려했던 것처럼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필자가 초기에 방문했을 때의 걱정이 현실이었다.
보이차 아이스크림

프랑스에서 수입한 즉석 아이스크림 기계

망고빙수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보이차 아이스크림’,‘타로버블보이차' 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여, 주변 직장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보이차를 간접적으로 만나고, 그 고객의 일부는 보이차를 마시게 되는 역발상의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보이차 전문점의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하게 된다.

타로버블보이차와 보이차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손님들
보이차 아이스크림을 즉석해서 만든다(석우미디어 동영상)

보이차 아이스크림은 사실 그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 하지만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인해 연관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보이차에 대한 인식이 젊은 층으로 확대 보급되고, 결국엔 차 시장이 커피 시장과는 다른 측면에서 한 축을 형성하여 성공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대익보이차 여의도점과 홍대점의 분발에 성원을 보내며,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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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익보이차 여의도점을 운영하는 명가원(대표 김경우)은 향후 별도 법인을 만들어 전국 체인점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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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8582 청병

경주 아사가 차관의 정기 차회가 1월 10일에 있었다. 새해 들어 처음 만난 자리였다. 이번에는 김이정 대표의 대만 차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이야기와, 여행에서 구입해온 차들을 함께 시음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기존 아사가 차회 회원인 A조와 B조가 함께 만난 자리였다. 김 대표가 차회 이틀 전에 귀국한 상황이라, 식사는 경주 하나미에서 돈가스와 초밥으로 했고,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모두 보문관광단지 쪽에 있는 아사가 차관에 모였다.

작년에 이전한 이 차관의 메인 자리에는 흔히 골동 보이차라고 하는 오래된 보이차가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차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차들을 배경으로 보이차 전문 차회가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아사가 차관 차회는 요즘 유행하는 차회의 중심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이정 대표의 대만 차 여행 이야기

이번 차회에서의 오프닝 차는 대만에서 생산된 고산오룡차였다. 이 차를 시음하기 전 김 대표에게 ‘차생산지에서 차 농가가 유기농 재배를 하는 작업 취지와 차 품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고 차를 마시게 되었다. 두 번째는 동방미인을 마셨고, 다음은 보이차로 8582와 70년대 7542를 마셨다. 언제나 마지막에는 말차를 마시는데, 이때는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만 차를 낸다. 필자는 이런 자리에서 꼭 말차 한 잔을 하고 온다.

 

보이차 8582 청병 탕색

이번의 보이차 8582, 7542가 가진 맛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차와의 비교에도 그 맛에 있어서는 우위의 자리를 점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시음해 보고 싶은 차를 이런 개방된 차회에서 함께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의 보이차 가격을 생각해 보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차회가 아닐 수 없다. 자주 참석하는 회원들은 그 가치를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잠시 해보았다. 그야말로 기우이겠지만.

이날의 청차인 대만 고산 오룡과 동방미인(백호오룡)은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더 신선하고 향기롭게 다가왔으며, 오룡차로서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차였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많아서 골고루 더 많이 마실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차를 우려내는 탕의 수를 줄였다면 보이차로 넘어갈 때, 오프닝차로서의 의미 이상의 맛으로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가진다.

차회 진행과정에서 김이정 대표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청동 향로를 반짝 경매하는 모습

                                                      이영주 경주 문인차회 회장, 이복규 교수 침향 다루는 모습

 

가운데 중앙, 율리님 부부 참석하여 인사

언제나 마찬가지로 차회에 가 보면 기존 아사가 차회 회원 외에 만나는 분이 있다. 이날에는 인터넷 차 관련 카페에서 활동이 많은 율리님 부부가 참석했다. 오래 전 대구의 자연주의 찻자리에서 만난 이후 처음이라 아주 반가웠다. 여전히 차회를 찾아다니고 부부가 함께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부러움을 가졌는데, 신년 차회에서 만나서 아주 반가웠다.

아사가 차관의 차회가 경주에서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많은 분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고 또 참석하고 싶은 차회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심이 비록 차맛에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사가 차회 이전 글
2013/11/08 - 아사가 차관, 변화된 찻자리
2013/10/27 - 아사가 차관 개관 기념 음악회
2013/10/14 - 아사가 차관, 경주 보문단지 오픈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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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가촌 지역에 있는 명․청시대 고차수로 만든 차]

경기도 양주에 있는 "차우림"을 만곡주 선생과 그의 선배 되시는 분과 함께 방문했다. 주소만 가지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간 그곳은 왼쪽은 찻집 분위기고 오른쪽은 큰 현판이 보였는데 “보이차 박물관”이라고 되어 있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박물관을 항상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는 필자로선 상당히 호감이 갔다. 순간적으로 이 집 주인의 개성이 그쪽에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찻집 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박물관 문을 열어주었다. 마침 관장이 출타 중이라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없었기에 손님으로 들어간 세 사람의 안목에 따라 관심 있는 부분만을 보고 나왔다. 언제 다시 한 번 방문하면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와 향후 포부를 진지하게 듣고 싶은 공간이었다.

찻집으로 들어간 우리는 넓은 차실에서 음악 연주를 볼 수 있는 공간에 있는 자리를 잡고 카운터 쪽으로 갔다.

만곡주 선생은 안주인에게 ‘이 가게의 메뉴에 나오지 않는 보이차 맛을 보고 싶습니다. 값은 충분하게 지불하겠습니다’고 하니까, 안주인은 ‘메뉴에 없는 차는 남편이 오면 함께 마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남편이 왔다.

방금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주인은 “저희 집에는 오래된 노차를 특별히 팔지는 않습니다. 지인들과 같이 마시는 것으로 서로 차를 이해하고 노차의 맛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가집니다.” 하고 판매하는 차는 우리가 직접 운남에 가서 차를 만들어 오는 것만 판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집에서 팔지는 않지만 함께 마시고자 하는 차로 7542차를 내왔다.

7542의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차였다. 그 맛의 깊이는 서로 간에 차를 음미하는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필자는 진하게 즐기는 취향이라서 누구와 비교한 맛을 논할 수는 없었다.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지만 주인과 서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차의 성질에 따라서 음미하는 취향을 고려하여 마시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같은 종류의 차에서 등급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 보는 손님에게 차를 낼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만곡주 선생이 오늘 마신 차 값은 시세대로 지불하고 ‘조금 구입하겠다’며 10g만 부탁하니까, ‘판매는 하지 않으니 다음에 선생님의 집에서 다른 차를 그 가치만큼 가져와 달라”고 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차를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 만나자 마자 이해하고 통한다는 것은 바로 물건에 대한 값이 아니라 서로 간에 소통되는 마음일 것이다.

‘메뉴에 없는 차를 맛보고 싶다’라는 것은 시험이 아니다. 누군가는 사냥꾼이라고 한다. 차에 대해 관록이 있다 보니 ‘어디 이 집에는 비전(秘傳)의 차가 있느냐’ 하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주인과의 대화는 순수한 차꾼들과의 대화였고 그런 마음이었다. “이 차 10g과 바꿀 수 있는 다른 차 10g을 가져와 주세요”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 차의 가치만한 차를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올해 만들어왔다고 하는 산차를 맛보았다. 주인은 차 산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다고 하시며공가촌 지역에 있는 명․청시대 고차수로서, 20여년 만에 올해 처음 채엽한 차라고 한다. 차의 제조 공정에서 불 기운과 자연이 준 건강한 햇볕이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차로 보였다. 풍성한 맛과 깊은 향기로움, 좋은 차의 공통된 DNA를 보는 듯했다.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
국내도서>가정과 생활
저자 : 박홍관
출판 : 티웰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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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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