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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6 멍하이 일기 14. 윈난 차여행 넷째날 경매 징마이의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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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마이의 미국인

 

멍하이 일기 14 - 윈난 차여행 넷째날 경매 징마이의 미국인 -

 

어젯밤 늦게 도착한 린창기지에서 올해 생산된 햇차들을 시음하였습니다. 대체로 작년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향기가 좋고 가공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시음회중 교수님이 계단에서 발을 잘못 헛디뎌서 어깨부분의 팔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여행도중 물이 바뀌면서 복통을 호소하는 분들은 종종 있습니다만 이번 사고는 처음 경험하는지라 다소 걱정스러웠습니다.

 

마침 주말이라 병원을 찾기도 어렵고 중국 대부분의 의료시설이 그렇듯이 국내에 비하여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제가 멍하이에 있으면서 몇 번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한번은 가온도 입지 않은 의사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혈액검사를 하더니 다짜고짜 맹장이라면서 바로 수술하자고 해서 도망 나온 적이 있습니다...다행이 샤오미 친척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달려가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팔이 빠진 것이기 때문에 팔 거치대를 하고 하루 이틀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될까 노심초사하셨는데 병원을 나서시며 중국 병원도 그런대로 괜찮다며 밝게 웃는 모습을 뵈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솽지앙에서 네시간을 달려 징마이에 도착하였습니다. 보이시 란창현 혜민향 경매산은 흔히 천년만묘고차원(千年萬苗古茶園)이라고 부릅니다.

 

한묘가 한국 평수로 200평 정도라고 계산하면 만묘는 약 200만평이 됩니다.

실제로 엄청난 차밭 면적을 자랑하는 경매산은 따짜이(大寨), 멍번(猛本), 망징(忙景), 노강(老岡), 윈지(翁基) 등의 수십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는데 2000년 초부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비교적 잘 개발된 차산입니다. 보이차이지만 대엽종보다 중 소엽종이 더 많습니다. 경매 지역의 고수차를 가공하면 색깔이 비교적 검은 편이라 보기에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맛은 달고 순한 편입니다.

 

이무 지역의 차와 종종 비교되는데 이무차는 부드러움의 특징이 있고 경매는 맑고 달며 깨끗한 향기가 있습니다. 또한 팡세이지아오(방해각螃蟹脚)라고 부르는 경매산에서 특히 많이 불수 있는 식물이 있습니다. 차나무에 기생하는 식물로서 영덕대게로 유명한 게의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며 위장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경매산고차림이라고 부르는 경매산 정상에 위치한 고수차 밀집 지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운남에 내리는 비는 맑습니다. 특히 차산에 내리는 비는 더욱 맑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스콜처럼 보통은 잠시 내리곤 그칩니다. 용수(龍樹)라고 부르는 큰나무 아래에서 잠시 피하거나 차밭 중간 중간에 차를 채엽할 때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고수찻잎에 떨어지는 빗물을 감상하면 됩니다. 비가 개인 후 차숲에 들어가 뾰족이 솟아오르고 있는 차싹을 직접 따서 먹어보고 방해각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경매산 정품 방해각은 1kg에 백만원 가까이 합니다. 그러나 시중엔 고수차도 그렇듯이 다양한 가격이 있습니다. 저희처럼 전문적으로 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어떤 경우엔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사람을 신뢰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 많은 모차들을 한상자한상자 열어서 전부 맛볼 수도 없고 감시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속이려는 마음이 생기면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 이쪽 세계입니다. 그래서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차농입니다. 그분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차를 만들고자하는 저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고 최선을 다해 모심으로서 비로소 좋은 원료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해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구하고 원하는 가격에서 절대 깍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고비를 따로 챙겨 주기도 합니다. 경매산에 미국인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망징(忙景)이라는 마을의 엽공차업(葉貢茶業)이라는 곳입니다.

 

오바마를 닮았다는 이집 주인의 이름이 엽공이라서 엽공차업이라고 지었답니다. 이곳에서 브라이언이 포랑족 꾸냥을 만나 올해 118일에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이 윈난을 처음 방문한 해가 1995년이라니 벌써 22년이 흘렀습니다. 인류학자인 그가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쿤밍에서 우연찮게 지금의 스승을 만나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차를 우려내는 모습이 남자이지만 아주 우아합니다.

 

중국어도 아주 능통하고 문화 인류학적 지식이 남달라서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저를 만나러 멍하이 가게를 두 번이나 방문했는데 마침 제가 출장 중이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여러 한국 분들과 함께 만나게 되어서 더욱 반갑다면서 진심으로 환영해줍니다. 귀한 만남이라면서 자기가 조금 소장하고 있는 80년대 7572 숙차를 우려 줍니다.

 

이곳에서 정품 노숙차를 만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보관상태도 좋고 구감도 아주 좋습니다. 숙차도 오래두면 이렇게 좋은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떠날 때에는 이번에 방문한 한국 손님들 모두에게 결혼식을 기념하여 200g 소병으로 찍은 병차를 나눠주었습니다. 작년 경매산 가을 고수차로 만들었다는데 멍하이 가게로 돌아와서 마셔보니 가을차 특유이 맑고 깨끗한 향기가 두 분의 아름다운 결혼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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