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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8 기록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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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차관 메뉴판

 

오래전의 일이다. 신사동의 모 사진작가가 요즘 젊은 사진쟁이들이 누드사진에 너무 시간을 낭비한다고 하면서 필자에게 말하기를 자기 집 앞의 도로를 한 달에 한 번 씩 10년간 찍어보면 작품이 된다는 말을 했다.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나의 소개를 가지고 긴 시간동안 촬영을 해 나간다면 누군가 해 온 듯한 산 하나를 긴 세월 연작으로 그린 일과 다름없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차와 그 문화 현상에 대한 사진 작업을 줄기차게 해온 기간이 20년이 넘은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대륙을 횡단종단으로 차 밭을 다니거나 계절에 따른 차 사진의 풍광을 담아온 것도 많이 있지만 차와 관련해서 한 공간을 17년째 담아온 것을 필름으로 확인해보니 어느 일정한 공간이 접철되어 계속 시간과 함께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진실로 일기와 같이 지난 세월의 족적이 그대로 보였다.

 

유명한 화가에는 그 곁에서 기록을 하는 이가 꼭 있었다. 그 사람들의 세세한 기록과 대화내용, 그리고 편년체의 입장을 가진 스케치와 사진들은 훗날 그 화가의 연대별 작품을 구분하고 감정의 초석이 되었다. 차관에 대해 일년간 찍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드나드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차관의 춘하추동이리라.

태어난 아기에게는 사진 찍는 것을 두고 뭐라 하지 않으면서 인생들이 모여 이루어 내는 개업이라는 것은 더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안국동차관 창가쪽 탁자

 

최근에는 1년간만 기록해 보겠다고 약속하고 해보는 안국동차관

안국동차관은 어찌보면 내가 참 부질없는 짓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관을 방문할 때면 늘 카메라를 들고 간다. 그냥 들고 올때도 있지만 뭔가를 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오늘은 결이 좋은 차탁 위의 메뉴판을 찍었다.

 

어느 인물은 화가의 곁을 지키며 그 평생을 서로 교류하고 기록을 남긴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하겠으나 춘하추동을 지켜내 보고자 하는 마음을 바로 태어나고 성장하는 어린 묘목에서 아름드리까지 모두 같이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 뿐이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있는 일들도 많을 듯 하다.

잠시 고개를 들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안국동 거리의 인력거가 지나는 것을 보았다.

언제가는 인력거도 안국동차관이 정류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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