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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1 멍하이 일기 23. 유념(揉捻비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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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23 - 유념(揉捻비비기)

 

살청이 끝나자마자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유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살청이 끝난 찻잎은 넓은 대나무 광주리에 늘어서 잠시(10분정도) 열기를 식힙니다. 가운데로 뭉쳐서 서서히 열기를 빼는 방식이 있고 바로 펼쳐 널어서 빠르게 식히는 방식 도 있습니다.

 

느린 식힘 방식은 탕색이 금황색 계통으로 아름답고 맛도 약간 부드럽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론 빠른 식힘 방식에 비해 맑은 향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오운산은 약간 빠른 식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식힘이 끝나면 바로 비비기에 들어갑니다.

 

유념의 목적은 투명한 유리막에 싸여있는 찻잎을 깨트려 내물질이 밖으로 잘 흘러나오게 하고 돌돌 말아서 차를 각종 형태로 제작할 때 찻잎이 부스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적당히 식은 광주리의 찻잎을 일정량 둥글게 말아가면서 빙글빙글 한쪽 방향으로 돌려줍니다. 너무 강하게 말거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비비면 탕색이 혼탁해지고 침전이 많이 생깁니다.

 

강한 유념을 하면 찻잎속의 물질들이 일시에 많이 우러나기 때문에 탕색이 진해지고 맛도 강렬합니다. 반대로 약유념을 하면 탕색이 맑고 맛은 순하게 우러나옵니다. 두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천천히 길게 맛이 우러나오게 하자면 약유념 방식을 택하면 되고 햇차부터 강열한 맛을 추구하면 강유념 방식을 택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여린 잎은 부드럽기 때문에 약하게 비비기를 하고 억샌 잎은 조금 강하게 비벼줍니다. 현제 오운산은 전체적으로 약유념 방식에 가깝습니다.

 

오운산이 모차 제작에서 아직도 고민하는 문제 중에 하나가 이 유념 문제입니다. 아직도 확실한 결론은 없고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이 적당을 행동으로 말로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냥 10분정도 잘 비비고 있습니다...

 

최근엔 기계 유념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보통 기계 한 대 가격이 80만원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바쁠 땐 일손을 크게 들어줍니다. 유념은 보기엔 설렁설렁 쉬워 보이지만 계속 하다보면 아주 힘든 작업입니다. 하루 종일 단순 반복 작업이기에 힘이 한곳에 집중되어 어께가 많이 아프고 자칫 대충 넘어가기도 쉽습니다. 기계는 전기 동력의 일정한 압력으로 계속 진행하므로 사람이 주무르는 것보다 오히려 효과적인 비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운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계 유념을 합니다. 전수공으로 한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오운산은 대부분 전통적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앞으로도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언제든지 참고할 것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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