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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차

 

전제형이 최해철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최해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회사 연구실에서 짬을 내어 두 가지 샘플에 대해서 수분 함량과 수분활성도(aW, Water activity)에 대해서 측정해 보았습니다.

 

먼저 기계에 대해서 간단히 사진을 보내어 드립니다. 수분활성도 측정하는 기계와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기계입니다. 각각 사진 2장씩입니다. 그리고 샘플에 대해서도 사진 보내어 드립니다.

 

첫 번째는 사장님께서 생산하시는 2016년 보이생차 오운산 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분이 잘 통과되지 않는 재질의 포장재에 넣었고, 습도 조절을 확실히 하는 저희 집 거실에 보관한 것입니다.

 

두번째 샘플은 제가 구매하고 보관하고 있는 대익 75422012년 생차입니다. 제가 출시 되자마자 구매를 하여 집 거실에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장재는 종이 상자에 넣어 외부 습도에 영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물론 집안의 습도는 항상 60% 이하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시면, 오운산 생차의- 수분함량은 7.53%입니다.

 

- 수분 활성도는 0.53을 아주 낮습니다. 효소가 있어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즉 그냥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녹차도 우롱차도 백차도 모두 겪는 동일한 변화가 보이차 생차에서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익 75422012년 생차의 결과는 수분함량 8.04%와 수분활성도 0.533으로 오운산 생차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 나면 녹차나 백차 그리고 우롱차에 대해서도 분석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일반인에겐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저 같이 과학하는 사람에겐 중요합니다. 꼭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도 자료를 정리하여 저의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jehyeongjin에 게재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제형 드림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결론

먼저 귀한 시간을 내어 실험까지 해주신 것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대익의 7532나 오운산 미가 수분함량이나 수분활성도 측면에서 효소의 실활 상태인 0.85이하라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이지만 신임할 수 있는 분의 과학적 실험의 결과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도 녹차, 우롱차, 백차, 등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변화 즉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인정하니까 많은 부분이 이해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노오룡차나, 노백차의 개념 정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이차뿐만아니라 다른 차들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산화 즉 자동산화(auto-oxidation)가 일어나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녹차도 예외 없이 노차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당장은 오랜 세월 길들여온 맛의 기준 때문에 호불호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그러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보이차에서도 노차의 개념이 형성된 것은 20세기 중반이후의 일입니다.

 

보이차도 옛날엔 대대로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바로 먹던 차였지요. 청나라 때 황실에 공납되었던 보이차도 햇차였으며 황제가 즐겨먹고 각국의 사신들에게 선물한 차도 햇차였습니다.

 

20세기 이후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보이차도 생산에 용이한 방식으로 발달하였습니다. 문화혁명을 거치며 옛 사람들의 터전을 따라 남아있던 고수차는 체엽과 관리의 불편함에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고무나무나 바나나 등의 경제작물로 전환되었으며 대단위의 신식 다원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흔히 대지차라고 부르는 운남의 제배다원에서 생산된 찻잎은 고수차나무에서 생산된 원료와는 맛이나 향기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오운산이 고수차에 천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농밀한 맛과 향기가 좋은 고수차 와는 달리 대지차는 다소 자극적인 떫고 쓴 맛이거나 회감이 부족하고 밍밍한 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순한 숙차가 개발되었고 생차는 묵혀서 마시는 음다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각종 기술들도 개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문제는 녹차나 기타 차들과는 다른 것 같은 보이차의 산화입니다. 최근엔 오룡차나 백차도 노차로서의 가치가 증폭되고 있지만 보이노차와는 맛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효소가 작용할 수 없는 실활 상태에서 자동산화로만 변화한다고 보기에는 보이차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화려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 산화(발효)의 원인 및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윈난과 주변의 국경일대에 산재해 있는 차나무의 성분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지역의 차나무에 비하여 폴리페놀 등의 함량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둘째 제조 방식의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살청 과정이 개괄적으로 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보이차의 살청 기법은 기타 차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쇄청 즉 보이생차의 마무리 건조과정을 햇볕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을 비롯한 태양속의 각종 광선과 유념을 하면서 진액으로 흘러나온 차의 성분이 만남으로서 현지에서 흔히 태양미라고 부르는 독특한 맛이 형성됩니다. 이 맛이 세월과 함께 보이차만의 특별한 풍미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째 녹차와 홍차 등은 출시할 때의 맛을 기준 함으로서 최대한 변화를 차단시킨

밀봉상태(캔이나 페트병 등도 통기성이 있음으로 완전한 밀봉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음)로 출시하지만 보이차는 죽통 내지는 종이 포장방식이므로 외부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쉽게 노출됨으로서 산화(발효)에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넷째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 오랫동안 보이차를 취급한 분들의 다양한 경험이 하나의 기술로 축적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가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적용되어 인위적인 촉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다소 복잡하고 긴 토론을 마무리 할까합니다.

 

아직도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대하여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지만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귀울이며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바쁘신 중에도 토론에 성심 성의껏 답해주신 진제형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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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답변 1)에서 살청시의 솥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고 차엽의 온도가 실활의 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곳 멍하이 현지에서 살청을 하면서 찻잎의 온도를 측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충 감으로 완료 타이밍을 잡습니다.

 

처음엔 풋내가 강하게 나다가 찻잎이 익어 갈수록 고소하고 단향이 올라옵니다. 오운산은 보통 약 40분 정도의 살청시간을 준수합니다. 솥의 온도는 처음엔 150도정도로 하다가 점점 온도를 내려 100도정도까지 내렸다가 마지막에 다시 살짝 올려서 마감합니다.

 

차엽의 실활 기준온도를 75~80도 정도라고 말씀 하셨는데 제가 정확히 척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오운산차의 차엽 온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장갑을 끼고 살청을 하지만 맨손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온도이고 실제로 맨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평균적인 온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최근 봄철에 생잎이 한꺼번에 생산될 때 많은 차농들은 솥의 온도를 200도 이상 올려서 10~20분 사이에 살청을 끝내는데 그럴 경우에는 찻잎의 온도가 높아지는 건 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이생차와 녹차의 살청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녹차는 고온에서 여러 번의 살청과 유념을 반복해고 솥에서 대부분 완성하는 차이고 보이차는 한 번의 저온 살청으로 끝내고 유념을 하고 햇볕에 말림으로서 자외선을 비롯한 햇살 속의 각종 광선과 결합하여 보이차만의 독특한 향미가 형성되면서 완성되는 차입니다.

 

고온으로 찻잎 속 수분의 함수량이 4%전후가 되도록 계속 살청 유념 과정을 거치는 녹차의 살청과 중간 단계로 단 한번의 저온 살청을 하는 보이차의 살청이 같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답변 2)에서 녹차와 보이차의 수분함량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하시고 수분활성도(0.85)이하이면 효소의 실활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우선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정확한 측정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보이차가 수분활성도(0.85) 이하라는데 의문을 갖습니다. 어떻게 완성 후 수분함수율이 4%전후인 녹차와 12%전후인 보이차의 수분활성도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보이차의 수분활성도는 녹차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분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효소의 작용과 외부 환경에 의한 발효로 인하여 보이차는 느리지만 서서히 노차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분활성도가(0.85) 이상이면 습창차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습창차를 제조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우연찮은 기회에 몇 번 습창차를 제조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차를 거의 물에 담갔다 꺼내고 다시 말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수분함수율은(0.85)가 아니라 당연히 아주 높은 상태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답변 3) 녹차나 보이차 모두 서서히 변화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녹차가 변화한 맛과 보이차가 변화한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제가 설명한 보이차 제조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4) 효소의 역할은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보이생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여 잎의 색갈이 변한 것은 저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빨간색이 아니고 갈색 계통인 것 같습니다.

 

채엽 한 잎을 가능한 빨리 위조 대에 올려야하는데 찻잎을 따다보면 간혹 시간이 지체되어 자루 아래쪽의 찻잎이 짓눌려 색깔이 변하는 경우와 모차를 쇄청 할 때 비를 맞는 다던가 완성 후 습기에 노출되면 색깔이 변하곤 합니다. 그런데 찻잎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차를 우렸을 때 탕색이 빨갛게 나오긴 하지만 찻잎이 빨갛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보이 생차를 오래두어도 홍변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습니다. 그러나 빨갛게 변하진 않지만 햇차일 땐 암녹색 계통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갈색으로 변합니다.

 

햇차를 우릴 때 엽저 색깔은 녹색계통입니다. 그러나 5년 지난 보이생차를 우려도 엽저 색깔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엽저 색깔은 완전히 갈색 계통입니다. 그리고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보이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지 않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셨는데 점점 갈색으로 변화하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증명하긴 힘들지만 산화(발효)가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 주변에도 많은 식품을 전공하고 계신 교수님들도 있고 수시로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지만 선생님처럼 독특한 주장을 하시는 분은 처음 뵙습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서 좋습니다.

 

제 주장은 그저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의견일 수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시고 또 굴지의 회사에서 여러 해 연구원으로 활동하셔서 여러 가지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늘 바쁘시겠지만 아직은 박약한 한국 차계의 과학적인 밑 그름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주장이 때론 약간 과격하게 들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치열할수록 열매는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에 헛됨이 있으면 아낌없는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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