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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구소 백부송 대표

 

최근 일어나는 차회의 공통점이라면 중국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만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장소가 아니면 과거 중국차를 취급한 사람의 집이나 다른 업소에서 차회라는 이름으로 돈을 지불하고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의 유형이라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차 전문 카페 운영자가 매장을 열고 카페에 공지하여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차회가 있다.

 

개완으로 차를 내는 모습

 

후자에 속하는 차연구소[카페 운영자 : 백부송(차충)]의 차회가 백부송 운영자가 대표로 있는 경기도 안산의 다락찻집에서 825일 오후 3시부터 630분까지 3시간 30분 동안 열렸다.

 

플레이팅 도마에 쿠키, 잣, 대추 올림

 

필자는 찻자리가 열리기 전에 차탁 사진 작업을 위해서 20분 일찍 도착했는데, 손님으로 오신 세 분이 먼저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팽주 자리에는 손님으로 오신 이원배 선생님이 차를 내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찻자리 풍경이다.

 

차회 시작 시각인 3시 전후에 팽주를 포함 8명이 자리에 앉았다. 백부송 대표는 먼저 차회는 8명으로 제한하는 이유를 밝혔다. 자사호나 개완을 사용했을 때, 두 번 우린 차를 큰 숙우에 담아 4명씩 마실 차의 양을 작은 숙우 2개로 나누어 사용하면 찻잔에 7부 정도의 양을 넣고 마시게 되는데, 이때 차의 깊은 맛을 한 잔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9명이나 10명이 되면 차의 양을 5부나 6부 정도로 적게 따르게 된다. 그러면 차의 충분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되기에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안이 깊은 찻잔을 사용한다고 했다.

 

동정오룡 두등장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차를 내어 주는 대로 마셨다. 조금 큰 잔에 7부 정도로 따르니 뭔가 마실 만큼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마신 차는 2018년 동정오룡 두등장이었고, 두 번째 마신 차는 무이성 대홍포였다.

 

왕청해 대사 안계철관음

 

이날의 메인 차로 왕청해대사 안계철관음을 시음했는데, 백부송 대표는 첫 잔 마시면서 뭔가 만족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두 번째 차를 마시고는 죄송합니다. 메인 차가 기대한 차 맛이 되지 못해 오늘 회비는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차 양의 문제인듯했다. 8명이 마시는 차를 8g으로 큰 개완에 왕청해대사의 안계철관음을 우려 마셨는데, 기대치만큼의 맛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회비를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실 이 차를 개인적으로 마셔보았을 때는 좋은 차였다.

 

오룡차 20g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만큼 주인은 차를 준비하면서 기대를 많이 한 것에 대해 실망한 것 같았다. 그 기분은 뒤로하고 비장의 차를 낸 것이 요즘 인터넷에서 크게 활동하는 종림 씨가 만들어온 동정오룡으로 20g 한 봉지를 그대로 다 넣고 우려내었다.

 

청향으로 만든 차인데, 이전에 마신 차와는 반대로 다량의 차를 넣고 맛과 향을 깊게 느끼고자 한 모습은, 종림 씨가 만든 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고급 숙차를 자사호로 내는 모습

 

2004년 제작 진순아호

 

차회 회비 3만 원으로 마시는 자리에 너무 많은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남은 차가 4가지나 더 있었다. 그중에 한 가지만 더 소개하면, 2004년 진순아호를 내면서 맛은 1996년 진순아호라 생각하고 마시자는 주인의 말이었다.

 

차회 모습

 

참 재미있는 말이며, ‘다락차회의 순진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찻자리는 과도기로, 모두가 서로 이해하며 하나하나 존중해 나갈 때 각 차회의 성격이 드러나면서 개성 있는 차회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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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시차

 

흔히 우리가 차 벌레라고 부르는 것 중엔 죽각충 (竹殼蟲), 차충(茶蟲), 지충(紙蟲) 등이 있습니다.

 

죽각충(竹殼蟲)은 대나무 껍질에서 주로 서식하는 벌레인데, 갈색 계통의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차를 포장 할 때 죽피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물에 한번 적셨다가 마르면 포장합니다. 죽피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거나 자체의 물기가 완전히 마른 가을 죽피가 아닌 봄, 여름의 죽피를 사용하는 경우에 더욱 많은 벌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충(茶蟲)은 차 자체에서 생기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깔입니다. 오로지 차만 먹는 벌레이며 숙차나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용주차 혹은 충시차로 알려진 차의 매개체입니다. 인체에 해가 없고 오히려 보이차의 후발효를 촉진하기도 한다지만 시각적으로 또는 위생적으로 별로 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충

 

지충(紙蟲)은 종이 포장지를 갉아 먹는 벌레로 주로 오래 보관한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종이가 삭아서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왕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차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입니다. 퇴치 방법으론 차를 며칠간 밀봉했다가 열어보면 차속에 숨어있던 벌레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벌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만 말씀드렸습니다. 벌레가 보이면 일단 포장을 벗기고 햇살에 한 두 시간 노출시킨 뒤 깨끗이 털어내고 다시 포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여름에 주로 발견되다가 겨울이 되면 현저히 줄어들며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아직 이러한 충들이 보이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음용할 경우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정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보이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므로 생물인 상태로 섭취할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벌레라는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고 차는 식음료이므로 맑음을 추구함에 있어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좀 더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생산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충시차(蟲屎茶) 혹은 용주차(龍珠茶)라고 부르는 벌레의 배설물로 만든 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차의 배설물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에 용주차(龍珠茶) 즉 용의 구슬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붙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원래 충시차는 광시성 꾸이린 지역의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야생등나무, 찻잎, 환향수 등의 줄기와 잎을 쌓아놓으면 화향아(花香蛾)라는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배설한 것과 벌꿀 그리고 찻잎을 일정한 비율로 섞고 솥에 덖어서 차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든 차는 보통 100g3만원정도 하는데, 충시차도 오래되면 될수록 맛이 순해지고 묵은 노차향이 있습니다.

 

최근엔 이무 등지에서 찻잎을 갉아먹고 있는 벌레를 찻잎 채로 집으로 가져와 채반위에 놓고 길러서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진 것을 모아 만든 충시차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충시차는 야생형이라고 해서 엄청난 고가에 거래됩니다.

 

그리고 차 벌레가 노차를 갉아먹고 배설한 것과 차 부스러기 등을 모아서 판매되는 충시차도 있습니다. 생산된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인데 같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어서 약간은 혼란스럽습니다. 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조금 다릅니다. 찻잎 등을 갉아먹어서 나온 차는 약간 달고 쓰며 탁한 맛이 있는데 차를 갉아 먹은 것으로 만든 것은 묵직한 노차 향과 걸쭉한 느낌이 있습니다. 가격도 차를 갉아먹어서 만든 것이 훨씬 비쌉니다. 소개서를 보면 여러 가지 효능을 이야기하는데 대표적으로 위장에 좋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상한 이야기만 잔뜩 했네요. 차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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