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정읍시 산내면 옥정호 부근 숲속 차밭

 

석우연담에서 차와 관련한 두 번째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초롱 출판사 윤여목 실장이다.

윤실장이 만든 차 이름은 홍심, 청심, 단심이다. 이날 마신 차는 홍심과 청심으로 그 구분은 찻잎을 따는 계절이라고 한다. 단심은 우전에 해당하고 청심은 세작, 홍심은 중작 정도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다른 차밭의 기준과는 차이가 많다. 일반 평지의 차는 기온이 온화하면서 잎이 올라오는 기간이 완만하다. 하지만 이 차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가 갑자니 기온이 올라가서 찻잎이 쑥 자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찻잎을 따는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단심은 비장의 무기로 아직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 실장은 평소 차 품종을 연구해 오면서, 한국 차로 한국형 홍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오랜 연구 끝에 차농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품종을 연구하며 각 품종마다 무성번식으로 차 밭을 일구어왔다.

 

홍차를 만들어 차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정읍 지역의 기후 특성을 잘 살려 만들었다. 아래 질문과 답변에서 윤실장의 차를 바라보는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채다헌의 차 향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킵니다. 언제부터 차를만들기 위해 준비하셨는지요? 

 

: 15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제가 본래는 차 품종 연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과일이나 채소, 인삼이나 약초 등은 중국이나 대만보다 맛에서나 영양에서 결코 뒤지지 않거나 훨씬 더 좋은 반면, 차에 있어서는 중국이나 대만차에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을 보고 왜 그런가 깊이 생각하던 차에 원인을 찾아보았더니 제 나름의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삽목시 뿌리 내림의 형태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 소위 차를 재배하거나 차를 하는 차인이라는 사람들이 차를 문화적인 면으로만 부각시키다 보니 차예절이나 다인의 입장에서 차를 받아들이고 화려한 외형에만 치중했지 정작 차의 품종이나 재배법 그리고 제다법은 도외시 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둘째, 제가 한동안 책 출판을 하며 간간히 차에 대한 논문집을 만들어 주다가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논문들 중에 너무 말이 안되는 데도 그럴듯하게 학설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 예를들어 차는 옮겨 심으면 죽는다든가 꺾꽂이를 하면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해서 동해에 약하다든지... 이러한 학설이 근간을 이루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차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후학들에게 빼앗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중국은 이미 송나라 명나라 시절에 무성번식법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책상 앞에서 펜으로만 연구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온 학인들 중에 품종이 다른 중국차를 우리땅에 심으면 강남의 귤이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의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우리의 녹차품종으로 변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럴 듯 하지요... 하물며 와인을 만들때도 품종이 중요하고 사과 배 복숭아도 품종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을 내는데 어찌 차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셋째, 차를 접하는 초심자들이 차의 세계에 먼저 들어온 차선배나 상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너무 현혹되다 보니 그들이 모든 차의 전문가처럼 여겨져서 그들의 말이 곧 학설처럼 굳어져 진실이 왜곡되는 점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차인이 돼서 차를 발전시켜야 할 좋은 싹들을 미리 싹뚝 자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적응시킨 오룡차 품종

 

저는 차의 분야를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 차의 품종을 연구하는 육종전문가

- 차를 재배하고 재배지의 기후나 토양의 적합성을 통찰하는 차 재배기술전문가

- 차엽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차의 제다를 연구하는 제다전문가

- 다양한 차에 대한 다기를 다루거나 만드는 다기전문가

- 잘 만들어진 차를 다인의 입장에서 차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 차예절전문가

물론 한 사람이 전부다 박식하게 알 수는 있으나 어디까지 차인은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지 모두다 전문가일 수 없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차에 어지간히 빠질 즈음 간간히 들리는 소식이 우리 녹차는 만들어야 팔리지 않고 차농가들이 차밭을 갈아엎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커피가 대세인 요즈음 차농가는 죽을맛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안이 있다고 말하고 홍차를 만드세요했더니, 평생 녹차를 가꾸고 만들어 오신 칠십대의 지인이신데 우리차는 홍차를 만들 수 없는 품종이라는 것입니다. 차를 연구하는 저로서는 머리가 띵 했습니다.

 

중국의 소종홍이나 특히 기문홍은 우리 차와 맛이 비슷하던데 어찌 이렇게 연구와 노력도 안해보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나... 그 분은 저에게 품종을 달랍니다. 홍차를 만들게... 홍차는 세계 차시장의 75~80%의 유통량을 자랑하는 찬데 아이러니 하게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홍차를 내놓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후가 이렇게도 좋은데... 대만은 청향과 맛을 얻기 위해 2,000미터나 3,000미터의 산 위에서 차 재배를 하는데 다행히 우리는 위도가 높아서 지리산이나 남도는 그냥 있어도 그들이 재배하고자 하는 기후보다 더 좋은 기훈데... 겨울에 조금만 신경쓰면...

 

한 삼년 됐는데요. 한번은 후배가 정읍에는 시에서 지원해서 2002년도에서부터 차를 심기 시작했는데, 녹차가 안 팔리니까 다들 차밭을 버리고 떠나거나 그나마 몇 안남은 차농가도 지리멸렬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읍 농업기술센터에 들러 제일 큰 차농가를 수배해서 둘러보았습니다. 차밭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습니다. 너무 정갈하게 관리해서 영화를 찍어도 아름다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원의 다실에 들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차밭은 그렇게 훌륭하게 가꾸어 놓고 정작 뽕잎차나 개똥쑥차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읍은 내장산 단풍도 있고 하니 정읍미인이라는 부랜드와도 맞는 홍차를 하셔야죠라고 했더니... 잘 와 닿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홍차를 잘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 다원의 찻잎을 사서 홍차를 만들어서 그분들께 맛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차를 만드는 기계도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그걸 알리 없지만 차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다만 차를 연구하는 저로서는 차가 갖추고 있는 향과 표현되지 않은 맛이지만 우리차도 홍차를 만들면 맛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해에 제가 직접 그 지역으로 내려가서 홍차제다의 가능성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제 주소도 옮기고 다원을 빌려서 홍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지만 노력하면 좋은 홍차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읍시 현암다원

 

2. 정읍에서 채엽한 우리 녹차 잎인데도 찻잎이 큰 것은 이유가 있나요?

 

: 제가 홍차를 만든 다원은 정읍시 산내면 옥정호 기슭인데, 지대가 높고 산속이라 정읍의 다른 지역보다 한 보름 늦게 차엽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숲속이라서 차싹이 길쭉길쭉 합니다. 차품종도 중엽종입니다. 지리산지역이나 남쪽의 기후와 달리 4월 중순까지는 춥다가 갑자기 더워지는 날씨라 차엽이 빨리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잎은 크지만 부드럽습니다.

 

위조시설

다양한 빛깔의 차싹

 

3. 직업은 도서출판 초롱 편집자 인데 어떻게 해서 차 농사를 지을려고 했습니까?

 

: 제가 차를 접한지는 이십대 중 후반이었습니다. 한 이십 오륙년쯤 되는군요. 저희는 불교출판사라서 그런지 많은 스님들이 방문하셨지요. 특히 선방 스님들은 차를 좋아해서 늘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연스레 차 매니아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차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고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도 좋고 세상 사람들도 이로운 일이 최상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이 직업이면 오죽 좋겠습니까. 세상에 선연을 쌓는 일이겠지요...

 

4. 현재 보유하고 있는 품종의 종류와 출시할 차를 알려주십시오.

 

: 우리 차는 다양한 품종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차엽의 빛깔로만 봐도 녹색, 미색, 홍색, 자색 등등 색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향이 있겠다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저는 그래서 차엽의 맛과 색과 향과 형태 등등을 가지고 분류했습니다. 많게는 이십여종 그 중에서 상품으로 개발하면 좋겠다 생각하는게 십 여종 됩니다. 그동안 실험만 했으므로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어떤 품종은 백도향이 좋고 어떤 품종은 꽃향기 같은 화향이 좋습니다. 청향이 담백한 것은 녹차로 과향이나 화향이 좋은 차는 홍차나 기타 중국의 봉황단총이나 대만의 동방미인과 견줄 수 있는 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참고로 제가 10여년 전에 차씨를 들여와 토착화시킨 오룡차 품종이 있습니다. 그 것을 네 가지로 분류했는데 청향이 아주 좋습니다. 오룡차는 녹차로 변하지 않더군요.

 

태백산 녹차품종

태박산 녹차 품종

 

5. 홍차를 완성하면서 가열하지 않고 만드는 것이 이 차의 장점이라고 하셨는데, 차의 선진국 중국에서 생산되는 기문홍차나 정산소종 등과 어떤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까?

 

: 지금 우리나라는 홍차를 만든다면서 황차방식으로 홍차를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식혜로 술을 만드는 격입니다. 홍차는 엄연히 산화해서 발효시키는 차입니다. 그래서 오미가 살아있습니다. 아니 오미가 살아 있어야 홍차입니다. 황차는 만드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중국의 기문홍이나 정산소종은 발효후에 홍배를 강하게 합니다. 요즈음 만드는 무이암차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향이 강합니다. 그것을 일부는 암향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홍배를 강하게한 불맛입니다. 그러므로 많이 마시면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화기가 빠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봅니다.

 

물론 옛날에 마셔봤던 대홍포나 암차는 불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고 오미가 강했습니다. 쓴맛이 강해서 처음 마실 때 얼굴을 찡그리고 마셨으나 조금 있으면 목안에서 달달하게 느껴집니다. 고진감래지요. 이게 암차지요. 처음 마실 때 강한 향이 나므로 그렇게 차를 배운 분들은 그래야 암차인줄 압니다. 그러나 차를 오래 하신 분들은 대번에 압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홍차가 향은 강하나 홍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발효후 열처리를 적당하게 한 차는 일정기간 지나면 화기가 빠져나가 흡수력과 맛이 좋아집니다. 자연스러운 차가 되는 것이죠.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태백산에서 차 밭을 일구는 모습

 

6. 차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를 만든다기 보다 육종을 먼저 택했습니다. 바탕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제가 길러낸 품종으로 우리차도 훌륭한 차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차의 미래를 가꾸어 나갈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태백산 차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야 세대가 지나도 연구는 끊임없겠죠. 우수한 품종을 끊임없이 소비자 욕구에 맞추어 길러 내야 차산업이 발전하겠지요. 품종에 따른 제다법도 연구해야 하고 다양한 차, 녹차는 기본이고 청차 홍차 백차등등 품종이 많은 만큼 다양한 차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저를 격려 내지 응원하시는 분들께도 좋은 차를 선보일 것이고, 그동안 저를 쓸데없는 짓 한다고 했던 분들께도 다시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모든 분들께 맛있는 차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채다헌 차실에서 홍차

 

오랜만에 인사동에 있는 초롱 출판사를 찾아 갔다. 윤여목 편집 실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바로 찻자리가 놓여 있었다. 전에는 사무실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고 찻자리는 안쪽 방에 있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제서야 문 앞에 걸린 채다헌이란 현판이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윤여목 실장은 찻자리에 앉기를 권하면서 제가 직접 만든 홍차 맛 한 번 대접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전문인의 품위를 보였다. 불교서적 전문 편집인으로서 차에 대한 목소리를 담고 싶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 주변에 놓은 차와 차를 담아둔 항아리가 대신 말을 해주고 있었다.

 

유리 다관에 차를 넣는데 아래쪽에 부서진 차를 그 위에는 정상적인 찻잎을 넣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차를 다루다 보니 바닥에 부서진 찻잎찌꺼기가 생기는데 좋은 차의 찌꺼기라 차 맛을 조금 진하게 마실 사람하고 차를 나눌 때에는 다관 바닥에 부서진 차엽을 깔고 차를 넣는다는 말에 은근히 미소를 지었다. 필자처럼 무이암차를 즐기는 매니아 층은 잘 알고 있는 방법으로 꾼들이 마시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채다헌에 보관된 홍차

 

하지만 그렇게 차를 섞어서 낼 경우에는 차를 내는 솜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스스로 차에 대한 나름 자신감이 충분히 있는 경우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었다. 첫째, 둘째 차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우리나라 차를 마시면서 그래 이게 차 맛이다라고 말 할 수 있었다. 필자도 오랜만에 이렇게 우리 차를 마신지 참 오래되었다고 느꼈다.

 

윤실장이 만든 차 이름은 홍심, 청심, 단심이다. 이날 마신 차는 홍심과 청심으로 그 구분은 찻잎을 따는 계절이라고 한다. 단심은 우전에 해당하고 청심은 세작, 홍심은 중작 정도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다른 차밭의 기준과는 차이가 많다. 일반 평지의 차는 기온이 온화하면서 잎이 올라오는 기간이 완만하다. 하지만 이 차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가 갑자니 기온이 올라가서 찻잎이 쑥 자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찻잎을 따는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단심은 비장의 무기로 아직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날 차를 마시고 기쁜 마음에 다음에 인터뷰 기사를 내겠다고까지 했다.

청심을 마시면서 차를 만든 이의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 참 정성이 가득찬 차라는 것을 맛과 함께 엽저를 보면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홍차라는 것은 분명 생소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차례 어느 누군가에 의해서 지속적, 간헐적으로 만들어져 왔으나 황차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홍차같은 홍차, 우리들의 홍차, 한국에서 난 찻잎으로 한국사람에게 알맞고 우리 감성에 충족하는 홍차가 나타난 것은 참 기쁜 일이다.

 

반대로 그러한 홍차가 나타난 것이 우연은 아니다.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홍차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홍차를 만난 것은 참으로 큰 복이 아닐런가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