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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오운사고차 맹해 본점)

 

안녕하세요. 최근 며칠 동안 라오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하느라 매일같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오후에 라오반장에 올라가 생잎을 수매하여 저녁 늦게 저희 초제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살청을 하고 다음날 다시 올라가는 날들을 반복했습니다.

 

오운산고차 직원

 

올해 모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인연 맺은 차농들과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멍하이 쪽의 생산량을 대충 맞추고 며칠 뒤 린창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혹은 문자로 때론 메일로 어쭙잖은 글에 대한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427일로 카카오그룹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나 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다운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우연담과 오운산고차 홈페이이에도 멍하이 일기가 올라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바른 차인으로도 유명하신 목사님께서 매번 좋은 글들을 보내주셔서 후기로 대신 올려드립니다.

 

최해철 대표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교인들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피곤했는지 마룻바닥에 퍼져 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밤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병원에 태워주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최소 두 번씩은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주신 이번에 올려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실 차를 과학을 동원해 연구하기 시작한 시간은 경험을 통해 만든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짧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채엽에서 위조, 살청, 유념, 쇄청, 압병의 모든 과정을 경험에 의거해 했습니다. 대가(달인)란 각 과정을 기계 없이 해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십 수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차를 마셔온 저로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 만든 차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들어진 차는 보관이 크게 맛을 좌우하지 싶습니다. 보관과정이 잘못되면 잘 만들어진 차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고, 조금 떨어진 차도 보관이 잘되면 기대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홍콩의 전통 있는 차상들이 입창과 퇴창을 통해 차맛을 조절하는 것도 이런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차맛은 물을 포함해 차를 우리는 기술이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싶습니다. 즉 팽주의 차에 대한 조예나 입담,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수준, 우려내는 차의 종류와 이 차의 가격(비싸면 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낌), 다회에 참석할 당시 본인의 감정 등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차일 수도 있고 또 반대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집이나 책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고 거의 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들이야말로 품앗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 맛에 대한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좁은 차계(茶界)에서 맛 평가를 잘못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인 차맛과 차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으로 인해 싸우고, 비난하고 원수가 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숨겨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야겠습니다. 차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우려 주는 노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본인이 스스로 감탄하고는 했지만 수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저는 맞장구는 쳤지만 별로였습니다. 저는 차맛이란 본인이 차를 대하는 자세나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저는 차 맛을 보고 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선생님 정도 수준의 차인들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전혀 전문가 티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또 주름을 잡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마음 씀씀이를 100% 지지합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선생님의 태도야 말로 구도행각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선생님과 같은 차인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차를 대하는 선생님의 생각과 자세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아울러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듬뿍 임하기를 바랍니다.

 

201841일 해운대에서 올림

 

힘든 날

 

잘 지내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없음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삶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한심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그냥 앉아서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무겁고

해 저문 골목길을 서성이며

주름진 눈가에 소금가루가 쌓입니다.

 

좋은 날이 있겠지요.

어찌 늘 슬프기만 하겠습니까!

꾹꾹 누른 슬픔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지만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 너무너무 좋은 날

마음껏 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웅크려 생각해보니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한 죄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한 죄가 있습니다.

때론 기쁨을 감추고 때론 슬픔을 감춘 체 살아온 세월이

대못처럼 가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뽑을 수가 없습니다.

박은 이유를 알기에

뽑아버리고도 싶지만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목숨 다시 죽기 싫어서입니다.

 

* 매일같이 제가 좋아하는 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든 날도 있습니다.

물설고 낯 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같이 위로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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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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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빙도 기지 앞에서

 

어제 밤늦게 린창 오운산 기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야빠오 차를 시음하고 바로 준비된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희 승합차와 린창 기지에서 준비한 픽업 차량 두 대에 손님들을 태우고 빙다오를 오릅니다.

빙다오 노채 까지는 세멘 벽돌을 박아서 만든 길인데 몇 구간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거의 완성단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포장이라서 비가 오면 흙탕길이라 오르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석가명차 빙도 기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답게 한집 한집의 규모가 건평으로 보통 백 평이 넘고 수백 평이 되어 보이는 집도 있습니다. 계단으로 잘 정리된 고차수 산책길을 따라 마을 중심의 차밭을 둘러보고 마을 위쪽에 있는 빙다오 모수차를 친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나무의 씨앗이 떨어져 빙다오 차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한 줄기가 부러져 지금의 모습인데 원래는 더욱 웅장한 수형을 자랑했었습니다. 매년 샘플 삼아서 조금씩 모차를 구입하는 차농 집에서 작년의 노채차들을 시음하고 선물로 준 용주차(구슬처럼 돌돌 말아 놓은 차)를 점심을 먹으며 재미삼아 경매로 붙였습니다.

 

생각과 달리 이번에 오신 손님들은 어쩌나 단결심이 좋은지 모두 담합하여 천 위안에 대구의 병원장님께 낙찰되고 말았습니다.

 

8g짜리 36개면 300g정도인데 노채 중수 가격이 1킬로에 200만원 정도인데 300그람이면 대충 계산해도 60만원입니다. 이차를 15만원에 낙찰 받으신 병원장님은 횡재하신 것이니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에게 꼭 소주한잔 사셔야 됩니다...

 

농담이고요! 빙다오의 현재 시세를 알려드리는 의미에서 이렇게 계산해 보았습니다. 빙다오는 소수(50년이하), 중수(50~100), 대수(100년이상)으로 차나무를 구분하는데

 

빙도 태후앞에서 기념사진

 

봄차 가격은 소수(80), 중수(200), 대수(4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수령이 특별이 오래된 것은 딴주차로 따로 구분합니다. 딴주차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데 모차 1키로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경매 낙찰금액 천위안은 이번 일정 내내 고생하는 저희 직원과 린창기지 직원들에게 200위안씩 나누어주고 오운산 빙다오 기지가 있는 디지에로 향합니다.

 

기지에는 사륜구동 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험한 길입니다. 이번에 다시 해발을 척정해보니 디지에 1호 차밭의 해발이 1950미터 전후입니다.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 모두가 노채보다 이곳의 환경이 훨씬 좋다고 인정하십니다. 오운산 린창기지에서 계약한 차밭은 모두 세 군데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올해 첫물차로 빙다오 조춘특제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곳의 현재 시세는 노반장과 비슷한데 노채 가격의 삼분의 일 수준이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채 차와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빙다오에 오면 항상 들리는 빙다오 호수 바로 아래에 있는 송어 양식장에서 민물 생선회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린창기지의 숙소에 도착하여 작년에 생산된 차들을 다 같이 시음합니다. 처음엔 다들 가격대비 괜찮은 샤후싸이(小户赛) 차들을 조금씩 구입하시더니 빙다오 지계차를 맛보시고는 전부 바꾸어 달랍니다...

 

차산 기행을 하다보면 현지에서 방문 기념으로 조금씩 보이 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원가가 오픈되는 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이 원할 경우 일정이 지체되는 등 번거로운 부분도 있어서 되도록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자면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하지만 여기까지 저희를 믿고 찾아주신 분들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조금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그러나 저희와 협조 관계에 있는 차농들이 저희에게 제공하는 가격이 오픈되면 곤란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이번에 함께하신 스님께서 통도사개산대제기념으로 제작하신 귀면상을 몇 개 가지고 오셔서 린창기지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악한 기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해주고 스님이 직접 그림 뒤쪽에 샤오미 이름을 적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가게의 보배로 걸어두겠다고 남편 이름도 같이 적어달라고 합니다. 스님이 흔쾌히 적어 드렸더니 착한 샤오미 너무나 좋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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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 일찌감치 아침으로 미시엔(米线쌀국수)을 간단히 먹고 시꾸이(昔歸)로 향합니다. 미시엔 가격은 한 그릇에 한국돈 천원정도인데 윈난의 웬만한 큰 골목마다 있어서 바쁜 아침을 해결하기는 그만입니다. 아침을 보통 밖에서 먹는 중국은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에나 미시엔 가게가 있지만 윈난의 미시엔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윈시엔(云县)에서 시꾸이로 가는 길에 있는 따챠오산(大朝山)을 지나면서 길가의 찻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작년에 생산된 따챠오산 딴주(單株)차라며 우려 주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아주 괜찮습니다. 몇 년 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는 지역인데 이번엔 시간 관계상 차산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꼭 확인하고 싶은 곳입니다.

 

가게에 열편정도 남아있는 단주차를 모두 구매하려는데 주인이 잠깐 망설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여 결국 샘플도 남겨두지 않고 전량 구입하고 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곳곳이 바위투성이 산입니다. 대체적으로 린창 지역은 바위와 돌이 많은 토양이지만 방동은 그중에서도 적당한 크기의 자연석들이 차나무와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어서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화물차가 넘어져 길을 막고 있어서 잠시 우회 했지만 윈시엔에서 방동까지 세 시간여 이지역의 오운산 원료를 담당하고 있는 차농집에 들러서 점심을 먹습니다.

 

차농의 손님 접대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가 토종닭입니다. 저는 닭 모가지도 못 비트는 종족이지만 먹기는 잘합니다. 적당히 잘라서 물에 끓인 탕 요리가 주류인데 쫄깃쫄깃 한 육질이 식감을 자극합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마당을 둘러보는데 한편에 마약의 일종인 양귀비가 자라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거 큰 일 나는 식물 아니냐고 하니까 이 산골에 누가 와서 잡아가겠냐며 웃고 맙니다. 혹여 알더라도 가정용 상비약으로 조금씩 제배하는 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연세가 가장 많지만 누구보다 씩씩하신 건설회사 회장님께서 양귀비꽃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한국의 산골에서도 옛날에는 배앓이에 좋다며 조금씩 기르곤 했답니다.

 

란창강 변에 자리 잡은 시꾸이는 망루산(忙麓山) 자락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해발은 700미터 정도이고 물을 좋아해서 주로 강 주변에 살게 되었다는 따이족 마을입니다. 현재 고수차가 있는 마을에 따이족이 사는 경우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강변은 주로 평야 지대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옛날에 무성했던 고수차밭은 대부분 농작물을 심는 밭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따이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도심에 가까이 있거나 대부분 논농사 위주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시꾸이는 주문하시는 분이 많아서 올해 오운산에서 시꾸이 순료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근년에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입니다. 시꾸이 차농집에서 작년 순료고수차를 마시며 가격을 물으니 4800위안이랍니다. 딴주급은 8000위안으로 라오반장 가격과 맞먹는 가격입니다. 그 지역의 진정한 고수순료의 맛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매 년 두 세군데 순료차를 출시하고 있는데 자금 상황을 봐서 조금이라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시꾸에서 린창을 거쳐 오늘의 숙소인 쐉지앙의 오운산 린창기지로 가는 길이 최근에 새로 개통되었다기에 흔쾌한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해발 300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우노산(五老山)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개발제한구역 표시가 있습니다. 이산의 정상을 넘어가는 산길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가장 높은 길에서 휴대폰의 해발표시기를 보니 2780미터가 나옵니다.

 

백두산 꼭대기보다 높은 길인데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의 출렁임이 현기증을 일어 킬 정도입니다. 그 산맥 너머로 석양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들 버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하느라 야단입니다. 정상부근에 공터가 있어서 잠시 쉬어 가는데 야생차를 채엽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야빠오(芽孢茶)라고 부르는 것인데 새싹만 따서 가공해서 마시는 차입니다. 차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자라면서 보랏빛을 띄웁니다. 이곳이 워낙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바로 길옆에서 야생차를 채엽하는 장면을 봅니다. 생잎 가격을 물으니 일키로에 40위안이랍니다.

 

모차 가격은 보통 300위안전후인데 야생차는 수분이 많아서 5키로 이상을 덖어야 모차 1키로가 생산됩니다. 시음용으로 몇 키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채엽하던 사람들이 전부 몰려옵니다. 결국 모차 10키로, 생잎 33키로를 구입하여 쐉지앙의 오운산 기지에서 반은 가마솥 살청으로 만들고 반은 그늘에 말려서 시험 생산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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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차

 

전제형이 최해철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최해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회사 연구실에서 짬을 내어 두 가지 샘플에 대해서 수분 함량과 수분활성도(aW, Water activity)에 대해서 측정해 보았습니다.

 

먼저 기계에 대해서 간단히 사진을 보내어 드립니다. 수분활성도 측정하는 기계와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기계입니다. 각각 사진 2장씩입니다. 그리고 샘플에 대해서도 사진 보내어 드립니다.

 

첫 번째는 사장님께서 생산하시는 2016년 보이생차 오운산 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분이 잘 통과되지 않는 재질의 포장재에 넣었고, 습도 조절을 확실히 하는 저희 집 거실에 보관한 것입니다.

 

두번째 샘플은 제가 구매하고 보관하고 있는 대익 75422012년 생차입니다. 제가 출시 되자마자 구매를 하여 집 거실에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장재는 종이 상자에 넣어 외부 습도에 영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물론 집안의 습도는 항상 60% 이하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시면, 오운산 생차의- 수분함량은 7.53%입니다.

 

- 수분 활성도는 0.53을 아주 낮습니다. 효소가 있어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즉 그냥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녹차도 우롱차도 백차도 모두 겪는 동일한 변화가 보이차 생차에서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익 75422012년 생차의 결과는 수분함량 8.04%와 수분활성도 0.533으로 오운산 생차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 나면 녹차나 백차 그리고 우롱차에 대해서도 분석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일반인에겐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저 같이 과학하는 사람에겐 중요합니다. 꼭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도 자료를 정리하여 저의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jehyeongjin에 게재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제형 드림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결론

먼저 귀한 시간을 내어 실험까지 해주신 것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대익의 7532나 오운산 미가 수분함량이나 수분활성도 측면에서 효소의 실활 상태인 0.85이하라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이지만 신임할 수 있는 분의 과학적 실험의 결과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도 녹차, 우롱차, 백차, 등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변화 즉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인정하니까 많은 부분이 이해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노오룡차나, 노백차의 개념 정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이차뿐만아니라 다른 차들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산화 즉 자동산화(auto-oxidation)가 일어나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녹차도 예외 없이 노차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당장은 오랜 세월 길들여온 맛의 기준 때문에 호불호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그러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보이차에서도 노차의 개념이 형성된 것은 20세기 중반이후의 일입니다.

 

보이차도 옛날엔 대대로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바로 먹던 차였지요. 청나라 때 황실에 공납되었던 보이차도 햇차였으며 황제가 즐겨먹고 각국의 사신들에게 선물한 차도 햇차였습니다.

 

20세기 이후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보이차도 생산에 용이한 방식으로 발달하였습니다. 문화혁명을 거치며 옛 사람들의 터전을 따라 남아있던 고수차는 체엽과 관리의 불편함에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고무나무나 바나나 등의 경제작물로 전환되었으며 대단위의 신식 다원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흔히 대지차라고 부르는 운남의 제배다원에서 생산된 찻잎은 고수차나무에서 생산된 원료와는 맛이나 향기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오운산이 고수차에 천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농밀한 맛과 향기가 좋은 고수차 와는 달리 대지차는 다소 자극적인 떫고 쓴 맛이거나 회감이 부족하고 밍밍한 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순한 숙차가 개발되었고 생차는 묵혀서 마시는 음다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각종 기술들도 개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문제는 녹차나 기타 차들과는 다른 것 같은 보이차의 산화입니다. 최근엔 오룡차나 백차도 노차로서의 가치가 증폭되고 있지만 보이노차와는 맛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효소가 작용할 수 없는 실활 상태에서 자동산화로만 변화한다고 보기에는 보이차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화려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 산화(발효)의 원인 및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윈난과 주변의 국경일대에 산재해 있는 차나무의 성분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지역의 차나무에 비하여 폴리페놀 등의 함량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둘째 제조 방식의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살청 과정이 개괄적으로 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보이차의 살청 기법은 기타 차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쇄청 즉 보이생차의 마무리 건조과정을 햇볕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을 비롯한 태양속의 각종 광선과 유념을 하면서 진액으로 흘러나온 차의 성분이 만남으로서 현지에서 흔히 태양미라고 부르는 독특한 맛이 형성됩니다. 이 맛이 세월과 함께 보이차만의 특별한 풍미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째 녹차와 홍차 등은 출시할 때의 맛을 기준 함으로서 최대한 변화를 차단시킨

밀봉상태(캔이나 페트병 등도 통기성이 있음으로 완전한 밀봉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음)로 출시하지만 보이차는 죽통 내지는 종이 포장방식이므로 외부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쉽게 노출됨으로서 산화(발효)에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넷째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 오랫동안 보이차를 취급한 분들의 다양한 경험이 하나의 기술로 축적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가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적용되어 인위적인 촉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다소 복잡하고 긴 토론을 마무리 할까합니다.

 

아직도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대하여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지만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귀울이며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바쁘신 중에도 토론에 성심 성의껏 답해주신 진제형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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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답변 1)에서 살청시의 솥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고 차엽의 온도가 실활의 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곳 멍하이 현지에서 살청을 하면서 찻잎의 온도를 측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충 감으로 완료 타이밍을 잡습니다.

 

처음엔 풋내가 강하게 나다가 찻잎이 익어 갈수록 고소하고 단향이 올라옵니다. 오운산은 보통 약 40분 정도의 살청시간을 준수합니다. 솥의 온도는 처음엔 150도정도로 하다가 점점 온도를 내려 100도정도까지 내렸다가 마지막에 다시 살짝 올려서 마감합니다.

 

차엽의 실활 기준온도를 75~80도 정도라고 말씀 하셨는데 제가 정확히 척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오운산차의 차엽 온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장갑을 끼고 살청을 하지만 맨손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온도이고 실제로 맨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평균적인 온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최근 봄철에 생잎이 한꺼번에 생산될 때 많은 차농들은 솥의 온도를 200도 이상 올려서 10~20분 사이에 살청을 끝내는데 그럴 경우에는 찻잎의 온도가 높아지는 건 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이생차와 녹차의 살청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녹차는 고온에서 여러 번의 살청과 유념을 반복해고 솥에서 대부분 완성하는 차이고 보이차는 한 번의 저온 살청으로 끝내고 유념을 하고 햇볕에 말림으로서 자외선을 비롯한 햇살 속의 각종 광선과 결합하여 보이차만의 독특한 향미가 형성되면서 완성되는 차입니다.

 

고온으로 찻잎 속 수분의 함수량이 4%전후가 되도록 계속 살청 유념 과정을 거치는 녹차의 살청과 중간 단계로 단 한번의 저온 살청을 하는 보이차의 살청이 같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답변 2)에서 녹차와 보이차의 수분함량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하시고 수분활성도(0.85)이하이면 효소의 실활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우선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정확한 측정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보이차가 수분활성도(0.85) 이하라는데 의문을 갖습니다. 어떻게 완성 후 수분함수율이 4%전후인 녹차와 12%전후인 보이차의 수분활성도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보이차의 수분활성도는 녹차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분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효소의 작용과 외부 환경에 의한 발효로 인하여 보이차는 느리지만 서서히 노차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분활성도가(0.85) 이상이면 습창차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습창차를 제조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우연찮은 기회에 몇 번 습창차를 제조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차를 거의 물에 담갔다 꺼내고 다시 말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수분함수율은(0.85)가 아니라 당연히 아주 높은 상태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답변 3) 녹차나 보이차 모두 서서히 변화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녹차가 변화한 맛과 보이차가 변화한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제가 설명한 보이차 제조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4) 효소의 역할은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보이생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여 잎의 색갈이 변한 것은 저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빨간색이 아니고 갈색 계통인 것 같습니다.

 

채엽 한 잎을 가능한 빨리 위조 대에 올려야하는데 찻잎을 따다보면 간혹 시간이 지체되어 자루 아래쪽의 찻잎이 짓눌려 색깔이 변하는 경우와 모차를 쇄청 할 때 비를 맞는 다던가 완성 후 습기에 노출되면 색깔이 변하곤 합니다. 그런데 찻잎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차를 우렸을 때 탕색이 빨갛게 나오긴 하지만 찻잎이 빨갛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보이 생차를 오래두어도 홍변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습니다. 그러나 빨갛게 변하진 않지만 햇차일 땐 암녹색 계통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갈색으로 변합니다.

 

햇차를 우릴 때 엽저 색깔은 녹색계통입니다. 그러나 5년 지난 보이생차를 우려도 엽저 색깔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엽저 색깔은 완전히 갈색 계통입니다. 그리고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보이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지 않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셨는데 점점 갈색으로 변화하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증명하긴 힘들지만 산화(발효)가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 주변에도 많은 식품을 전공하고 계신 교수님들도 있고 수시로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지만 선생님처럼 독특한 주장을 하시는 분은 처음 뵙습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서 좋습니다.

 

제 주장은 그저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의견일 수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시고 또 굴지의 회사에서 여러 해 연구원으로 활동하셔서 여러 가지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늘 바쁘시겠지만 아직은 박약한 한국 차계의 과학적인 밑 그름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주장이 때론 약간 과격하게 들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치열할수록 열매는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에 헛됨이 있으면 아낌없는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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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념 작업 과정

 

1월에 귀국해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고 221일 멍하이로 돌아 왔습니다. 한 달여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처리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님들을 만났습니다. 어디를 가나 저는 일복이? 많습니다. 때론 잠시 쉬고 싶은 날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멀리서 찾아주시는 님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습니다. 오운산이 확실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를 최선을 다해 실현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재 멍하이는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아침저녁으론 아직 약간 쌀쌀하지만 낮에는 25도 정도입니다. 벌써 대지차들은 출시되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쪽의 일부 생태차들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예년에 비해 찻잎이 빨리 출시될 것 같습니다.

 

작년은 일기가 불순하여 찻잎도 늦게 발아했고 생산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때문에 고수차 가격도 폭등 하였는데 올해는 순조롭기를 바래봅니다. 그러나 주변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올해도 고수차위주로 약간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살청과 유념을 할 수 있는 시설

 

오운산도 부지런히 차산을 다니며 작년에 차품이 괜찮았던 지역 위주로 조금씩 선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선 계약은 작년 가격에 준하여 하는데 계약을 했더라도 찻잎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르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다시 조금씩 조정해주곤합니다. 햇차가 출시되면 다시 맛을 보고 원하는 맛에 도달하면 잔금을 모두 지불하고 계약한 전량을 가져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올해 오운산의 한국 물량은 선주문으로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운산 한국 대리상을 비롯한 여러 님들이 선주문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오로지 저희를 믿고 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거금을 맡겨주신 여러 님들께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차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특히 빙다오와 라오반장은 2010년 저희가 진승차창 한국총판을 할 때 주문 제작한 경험을 살려 500g 조춘특제로 생산하기로 하였습니다. 조춘특제는 이른 봄 수령 300년 이상의 고수에서 첫 발아한 찻잎만을 정선하여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출시되자마자 진정한 고수차의 참맛을 찾는 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2010편 한정 생산한 제품이라서 출시되자마자 소진되었고 지금은 거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차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춘특제는 선주문 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작년에 저희 자본으로 생산한 량보다 열배가까이 생산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오운산 전문점 위주로 조춘특제는 선주문을 받고 있는데 총생산량은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오운산의 주력 상품인 진. . 미가 출시되고 순료차로는 화주량즈(滑竹梁子)와 시꾸이(昔歸)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고수황편숙차가 출시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고수황편의 수매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기타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주문 제작 차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입맛에 맞는 정선한 원료로 최선의 상품을 제작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도 한국에서 차산 기행을 원하시는 팀들이 많습니다. 311, 323일에 오시는 팀은 이미 확정되었고 4월과 5월에도 한국에서 오시는 팀들이 있습니다. 바쁜 철이라 매번 저희가 모든 차산을 안내할 수는 없습니다. 323일 팀만 한국의 이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고 저는 이곳에서 일을 보는 틈틈이 손님을 맞이할 계획입니다. 중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3, 4월은 가게 안이 매일같이 손님들로 꽉 차있습니다.

 

특히 325일은 올해로 네 번째로 개최되는 세계차인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2015년 당시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시작한 행사인데 태족, 하니족 등의 소수민족과 세계 곳곳에서 오신 차인들이 모여서 한바탕 어우러져 즐기는 행사입니다. 징마이의 옌종 차창에서 열리는데 매년 조금씩 발전하여 올해는 정식으로 세계차인축제라는 플래카드도 걸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멍하이를 찾아오시는 분이 있다면 기꺼이 저희가 함께 모시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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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계약을 마치고

 

밤 열두시의 쿤밍국제공항은 한적합니다.

출국 수속을 하고 40번 출구에 앉아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작년에 백 여섯 번의 비행, 올해는 몇 번이나 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날아온 거리만큼 다시 날아서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내 인생이 날아 온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다시 돌아갈 여비라도 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듯 피곤합니다. 잠이 옵니다. 전에처럼 깜박 잠들면 공항 미아가 되어 온 길을 돌아가야 됩니다.

머리를 두드리며 두 눈 부릅뜨고 출구를 지켜봅니다.

빨리 비행기에 타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싶습니다.

 

새벽 다섯시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쿤밍에서 네시간을 날아온 여정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비행이라면 아예 포기하고 잠이라도 실컷 청하겠지만 새벽 두시처럼 네시간은 애매한 시간입니다.

 

어쩌다보니 네시간을 하릴없이 잊은 생각에 젖어 있다가 비실비실 내려서 KTX 역으로 향합니다. 첫차가 일곱시라 아직도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됩니다. 마침 야생화공원이라고 적힌 문패가 보이기에 밀치고 나가봅니다. 한동안 경험치 못했던 영하 10도의 한기가 확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눈이 내립니다.

마침 흡연구역이 있습니다.

새하얀 연기를 길게 눈 속으로 날려봅니다.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나는 내리는 눈발 속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반백의 엉성한 머리카락 속으로 새하얀 눈이 스며듭니다. 차갑고도 냉철한 이성이 다시 KTX 온실 속으로 나를 이끌고 조금만 기다리면 고속열차는 도착할 것입니다.

나는 열차를 타고 다시 가족들과 동료들이 있는 일터로 향할 것입니다.

열심히 살아야 겠지요!

눈은 내리고

다시 또 눈은 내립니다.

 

고속열차는 도착하고

나는 7호실 6D 좌석에 앉아 울산역 언양으로 향합니다.

아내는 지금 쯤 일어났겠지요.

어제 쿤밍공항에서 전처럼 혹시 잠에 골아 떨어져 하차 역을 놓칠까봐

도착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나는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어제도 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엔 식사 초대를 받아

못 먹는 술까지 두잔을 마셨습니다.

아직 여명은 밝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둠속으로 내리는 눈발을 뚫고 고속열차는 달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창밖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열망의 불꽃처럼 거리의 가로등들이 하나 둘 스쳐 갑니다.

잠이 옵니다.

이제는 자야겠습니다.

내가 잠자고 있어도 열차는 가고 눈은 내리겠지요.

일터에 도착하면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깨어 있다

깨어 있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꿈결처럼 자다 깨기를 반복했네요.

남녘으로 내려오면서 먼 산엔 잔설이 남아 있지만

길가엔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도착하기까지 내 옆 자리엔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타고 내렸습니다.

모두 눈인사도 없이 말없이 앉았다가 그렇게 말없이 떠나갔습니다.

나도 그냥 좌석에 기대어 깜박깜박 하였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서 좀 쉬고 출근할까?

따르릉 이과장 전화입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멀리서 오신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화주량즈 선주문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그리고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눈물겨운 마음으로 생활시 한수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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