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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S 계측기로 측정

 

방웨이 차왕수를 보고 멍하이로 돌아오는 길에 징마이를 들렀습니다. 방웨이를 출발한지 약 다섯시간 만에 징마이의 정상부근에 있는 마을인 망징(芒景)의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멍하이 까지는 아직도 두시간여를 더 달려가야 됩니다. 감기로 몸이 편치 않은 관계로 도부장 혼자서 계속 운전을 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번에 동행한 진 선생님에게 징마이를 보여주기도 할 겸 하루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이 호텔에는 뿌랑족 꾸냥이랑 결혼해서 차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인 브라이언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엔 꾸냥만 반갑게 맞이해주고 브라이언은 마침 귀국하고 없습니다.

 

다음날 오전 잠시 유명한 징마이의 운해를 감상하고 따핑장(大平掌)이라고 부르는 고수차 다원으로 갑니다. 연신 카메라를 찻잎에 들이대며 진 선생님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십니다.

 

제가 여러 번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 기행을 하였지만 진 선생님만큼 열정적으로 차를 연구하시는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상하이의 립톤 회사에 근무하면서부터 십여년을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차밭을 누비면서 각종 차의 특징을 세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자료를 아래의 블로그에 올려 공유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을 들어가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낮에는 강행군 밤에는 새벽 두시까지 저와 각종 차의 특징과 보이차의 진화 과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는데 과학적 식견이 부족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차쟁이 진제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차를 우림에 있어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속의 여러 가지 성분이 차의 성분과 섞이면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에 마침 진 선생님이 TDS(용존고형물총량) 측정기를 가지고 와서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 보았습니다.

 

TDS란 물속의 각종 유기물들이 얼마나 녹아 있느냐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TDS가 높으면 그만큼 차맛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할 수 있고 맛의 변화가 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경수(센물)와 연수(부드러운 물)로 구분하는 경도와도 관계가 있는데 TDS가 높으면 경수 낮으면 연수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맛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경도가 높은 에비앙(269)을 선호 할 수도 있고 낮은 삼다수(25)를 선호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를 우림에 있어 저는 차가 가진 성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TDS가 낮은 물을 선호합니다. 좋은 차는 좋은 맛, 나쁜 차는 나쁜 맛 그대로 노출되어야 원료를 선택하기에 용이 합니다. 특히 엄밀히 차를 시음할 때는 TDS가 제로인 RO(역삼투압,정수기물)수 등을 사용해야 차맛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길에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보니 대부분 TDS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TDS60이하이면 연수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린창 쪽의 물들은 10~20, 징마이쪽 30전후, 멍하이 저희 가게의 수돗물은 20정도로 나왔습니다. 모든 지역의 물들을 검측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곳의 물들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곳 윈난에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경도가 낮은 연수에 가까운 물이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도 물이 맑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빗물과 산수를 측정해보니 6~10 정도의 TDS가 나옵니다. 아주 낮은 수치인데 대부분 숲으로 둘러싸인 아열대 우림의 특징적인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이곳의 물맛은 아주 깔끔하고 약간 달달한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에 에비앙 등의 경도가 높은 물들은 개인적으로 약간 진하고 느끼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물이 좋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값비싼 물로 유명한 에비앙에서 문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중국명차연구소

https://blog.naver.com/jehyeongjin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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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빙도) 호수

 

빙다오 마을을 둘러보고 동구어(懂過)로 갑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이름뿐인 빙다오 차들의 원료로 주로 이용되는 지역입니다. 봄 고수차 1kg 가격이 600위안 정도입니다. 떫은맛이 약간 강한 편이지만 가격대비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마을 입구부터 심은 지 몇 년 안돼 보이는 생태차밭이 대단위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소수차 가격은 200위안 전후입니다. 비슷한 맛인데 빙다오 노채의 소수차 가격보다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어쩌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차이가 가짜 빙다오 차를 양산케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구어(동과) 고차수

 

이러한 이유로 유명 차산 주변의 생산량은 실제보다 적게 알려져 있고 유명 차산의 생산량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라오반장 만해도 매년 고수차 생산량이 100톤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 비하여 차밭 면적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진승차창의 한국 총판을 할 때부터 라오반장은 셀 수도 없이 오르내렸는데 현재 136가구 한가구당 200kg정도로 환산하면 대략 30톤 많이 잡아도 50톤 정도로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인 반펀이나 라오만어 신반장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인데, 시장에서 이들 지역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차는 점점 줄어들었다가 최근엔 이지역의 찻값도 치솟으면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시세 따라 생산량도 고무줄입니다...

 

최근엔 고수차가 생산되는 어느 마을에나 차왕수가 있습니다. 동구어에도 차왕수가 있습니다. 차나무의 크기를 봐서는 다른 유명 지역 못지않게 굵습니다. 올해 봄차 가격을 물으니 생옆으로 1kg2400위안입니다. 모차로 만들면 1kg에 만위안 정도입니다. 빙다오의 일반 고수차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지만 동구어의 고수차 평균 가격에 비하면 아주 높은 가격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령과 관계없이 모두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고수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차나무의 굵기에 따라 가격도 점점 분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빠치(파기) 마을의 장미

 

모리에(磨烈)로 갑니다. 향이 특별히 좋지만 마을도 작고 생산량도 아주 적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2500위안 정도인데 동구어와 가까이 있지만 맛의 특징이 확연히 다릅니다. 차나무의 외형적인 모습도 조금 다릅니다. 이러한 맛의 차이는 토질이나 기후의 차이보다는 차나무 품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발 1800m 산의 구부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산길 저 너머로 샤오후싸이(小戶賽), 따후싸이(大戶賽)가 보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마을은 짜이()로 부르는데 이곳만 유독 싸이()로 부릅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빙다오 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뜻이랍니다...

 

싸이()는 제사 지내다, 우열을 겨누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제로 샤오후싸이와 빙다오의 차맛은 아주 흡사한데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듭니다. 제 느낌으론 빙다오 쪽의 차들은 생콩 비슷한 향기가 있고 열감이 좋습니다. 샤오후싸이의 차들도 향기가 맑고 열감이 좋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는 길이 험하고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올해 봄차 가격이 삼천위안을 돌파 하면서 정말 빙다오와 한판 뜰 기세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산골 소수민족 촌의 이름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발음 그대로 한자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마을의 역사와는 관계없습니다. 한자의 뜻으로 마을의 내력을 가늠하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들도 이전에는 마을의 이름에 별 관심이 없다가 최근에 원래 병도였다가 빙도로 이름이 바뀌면서 마을 전체가 대박 난 경우를 보아서인지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보입니다.

 

빠치(坝氣)로 갑니다. (빠취坝去라고도 부릅니다.) 띄엄띄엄 고수차들이 보이지만 대부분 생태차 내지는 소수차들 입니다. 지인의 집으로 들어가 가을차를 마셔봅니다. 가격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차입니다. 습관처럼 차맛이 별로이면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인연이 있는 멍쿠(勐库)의 보이차 가게를 몇 군데 둘러봅니다. 모두다 유명 차산의 이름표들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모차 원료판매가 주업인데, 팔다 남은 원료로 내비 없이 병차로 찍어둔 차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샘플로 몇 가지 차들을 구입하고자 하는데 굳이 그냥 선물로 줍니다. 얼마 전 가을에 멍하이 가게로 왔기에 오운산다기셋드를 선물했더니 저녁도 사주고 대접이 융숭합니다. 소수민족들의 친절은 어딜 가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풍성합니다. 다가올 봄을 기약하며 작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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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형 씨와 함께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에서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쿤밍 차창으로 왔습니다. 쿤밍의 기온이 영하 4도입니다. 윈난이 중국의 최남단 구름의 남쪽이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서 겨울엔 가끔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몸살기도 있고 해서 안닝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하루 몸을 쉬었습니다. 다음날 차창에서 그동안의 출고 상황과 재고를 확인한 후 쿤밍 공항에서 상하이에서 오신 진 선생님을 만나 린창으로 갔습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시고 국내의 대기업에서 식품관련 업무를 보시다가 10년 전 상하이로 넘어와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업체인 립톤에서 한국, 중국, 대만의 품질관리를 담담하고 계신분입니다. 2016년 상하이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연을 키워온 분인데,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으로 20년간 오로지 차 관련 업무만 담당해온 진짜 전문가이십니다. 벌써부터 기회가 닿으면 고수차 산지를 탐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에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린창 공항에서 오운산의 린창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샤오미의 남편을 만나서 숙소로 향합니다. 멍하이에서 우리차를 몰고 일곱 시간을 달려온 도부장과도 샤오미 집에서 만나 이번에 함께 할 일정을 점검해봅니다. 차철 에는 바빠서 기타 차산을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그동안 둘러보지 못한 차산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린창쪽입니다.

 

빙다오는 노채를 중심으로 서쪽방향의 난포우, 디지에 동쪽방향의 빠와이, 노우로 나누어집니다. 노채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머지 네게 마을은 디지에 이외에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노채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손을 델 수조차 없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1kg에 삼만위안 한국돈으로 오백만원을 돌파하면서부터는 저는 쳐다보기도 싫은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손님들 때문에라도 어쩔 수없이 몇 번씩은 찾게 됩니다. 마을 전체가 현대식 건물들로 완전히 바뀌었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차장과 고수차를 견학하기위한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차의 가격 또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몇 몇 지역의 원료가격은 맛과 품질적인 측면에서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명도에 편승한 일종의 가수요가 아닌가 합니다. 빙다오만 하더라도 차밭 환경은 오히려 노채보다 디지에나, 난포오가 더 좋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개인의 기호는 다를 수 있지만 맛과 품질도 저는 디지에 쪽을 더 선호합니다. 오운산이 올해 출시한 빙도차의 원료도 디지에의 단주 8그루에서 정선한 원료입니다.

 

또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울퉁불퉁 산길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몸을 차의 움직임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올곧게 살아오신 분들도 그냥 흔들리세요, 수고로운 어께를 의자에 붙이고 목도 머리도 기대면 좋습니다. 좁은 차 안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목을 뻗대고 있으면 하산해서 차도 탈나고 본인도 몸살 납니다.

 

그냥 수수천년 산맥의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 이리저리 나를 흔들며 안마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좌로 우로 휘청거리다보면 어느새 평평한 길에 다다르고 결국은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숙소로 돌아와 누우면 아무 생각 없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아침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집니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흔들리지는 마세요. 좌로 흔들릴 때 우로가고 우로 움직일 때 좌로 가지도 마세요, 아니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사에 중심을 잡자면 기울임의 반대로 가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명이 타는 승용차에 다섯 명이 앉아서 가면 꽉 찬 길입니다. 한사람이라도 움직임을 거스르면 모두 불편합니다. 엽에 예쁜 사람이 앉았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자꾸 그쪽으로만 다가가면 부닥칩니다.

 

힘겹게 살아온 어께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곁에 다소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차가 그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가고 이쪽으로 기울면 불편한 사람이 다가와도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좌삼삼 우삼삼 서로의 기울기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비좁은 차안이지만 서로의 공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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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박람회장

 

어제 중국으로 들어와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칠월의 쿤밍박람회를 참가한 후 사드사태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중국의 기타지역의 박람회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중국 최대 규모의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여러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왕에 시작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각 지역의 오운산 전문점에서도 홍보 차원의 참가를 요청하고 멍하이, 쿤밍, 광조우, 상하이에 있는 오운산 직영점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아내도 함께 와서 한복차려입고 팔자에 있는 대장금노릇하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심천 박람회는 중국 전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큰중국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손꼽히는 선쩐에서 열리는 박람회라 모든 비용이 비쌉니다. 전시부스 여섯 칸에 설치비 및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이천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됩니다. 이 비용을 좋은 원료를 만드는 쪽으로 투자하면 좋으련만 차업도 어쩔 수 없이 사업인지라 일단은 규모의 경제로 몰아가는 중국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박람회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수익이 초과되고 있어서 부담이 덜합니다만 아직 중국은 홍보 단계인지라 이중 삼중의 부담입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박람회장

 

보통 전시부스를 두칸 혹은 네칸으로 참가 했는데, 이번엔 여섯칸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아예 중국식으로 꾸며서 보란 듯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韓國人做的普洱茶)라는 글씨를 대문짝만하게 걸었습니다. 최근에 한중의 긴장관계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속 좁은 중국인들도 있습니다. 공산당에 통제된 언론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보도에 익숙한 그들이기에 무작정 탓할 수도 없습니다. ‘사드문제도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상황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중국인들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중국이 이제 미국과 더불어 G2(Group of 2)로 불이우고 있지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내 할 말하고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줘야 할 것이 있다면 주면 될 것입니다. 오운산은 박람회장에서 결코 중국의 거대 보이차 집단에 기죽지 않습니다. 가격을 할인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정직한 맛으로 승부합니다.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먹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라는 당년호차(當年好茶) 경년신차(經年新茶)의 경영이념으로 기존의 보이차들이 가진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의 새로운 개념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오운산 차를 시음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하는 첫 질문이 오운산이 한국에 있는 산이냐는 것입니다. 悟云山 즉 윈난의 차산을 깨달아서 만든 차라고 설명하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라고 적혀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차인 줄 알았답니다.

 

오운산고차 부스

 

한국인이 윈난에 가서 한국인의 기술과 양심으로 직접 만든 차라고 설명하고 기타 차들과 비교해보고 입맛에 맞으면 연락하라고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박람회 현장에서 판매되는 경우는 희소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연락이 오고 한번 구매한 분들이 다시 찾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박람회 첫날이라 하루종일 먼 곳에서 올라오신 분들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들이 찾아와서 인사하기에 바빴습니다. 한국에서도 울산공예가 협회 등에서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고 내년 일월에 울산에서 보이차 개인 소장전을 개최하시는 여상구선생님 등의 마니아 분들도 오셨습니다. 부디 먼길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모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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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출하 준비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상하이의 오운산 직영점을 방문했습니다. ‘홍치아오’(虹橋) 공항 근처의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골동품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안꾸이(專柜)라고 부르는 전시대 한 공간에 오운산 차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같이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를 두 군데 개발 했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에 오운산을 시작하면서 중국20, 한국10, 기타 국가에 20 모두 50곳의 대리상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개발 완료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부분의 큰 도시마다 박람회를 참가하고 난징을 비롯하여 몇 군데 대리상을 개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하였습니다.

 

기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신생업체의 압도적 물량 공세와 홍보 전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여력도 없고 한국의 조그마한 석가명차에서 설립한 신생 업체를 오로지 차의 품질과 사람만 믿고 대리상을 맡아서 운영해준 분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판매가 부진하여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모든 차들을 반품 처리하고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 등으로 박람회 참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사가 있고 쿤밍에 차창을 지인의 협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판스처라고 부르는 직영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오운산으로서는 차를 마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방법입니다.

 

선 제공 후 결제 방식인데 기존의 보이차 전문점에 저희차를 우선 제공하여 기타 차창들의 제품들과 경쟁하게 하고 판매 후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전문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우리차를 접할 수 있고 일 년의 홍보 기간이 완료되면 다시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성과와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대리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는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는 문화 상품이고 거대 자본의 홍보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는 마셔본 사람이 다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생산된 모든 차의 샘플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소 손실이 있지만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상하이에서 띠디처(滴滴車)’라고 부르는 일종의 공용 택시를 타고 이싱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에서 이싱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가오티에’(高鐵중국의 고속철도)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띠디처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차주로부터 연락이 오고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150위안 한국 돈으로 26000원정도인데 버스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같이 가는 일행 때문에 때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친구 한사람,

 

아줌마 한사람이 일행이 되었는데, 웬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면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오겠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습니다. 기사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을 하지만 매번 마상후이라이’(馬上回來) 금방 온다는 답변만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인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줌마가 미안하다며 길거리 음식을 몇 가지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줍니다.

 

속으로는 아따 니나 많이 쳐 먹어라...싶지만 한입 먹어봅니다. 기름기가 입술에 줄줄 흐르는 맛입니다. 그때부터 기회는 찬스인지 아따! 덩치가 산만한 이 아줌마가 이싱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애교를 떨면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낍니다. 자기는 한국사람 좋아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는 둥 온갖 황당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영화 미저리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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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매장

 

이싱에서 자사호 주문을 마치고 쿤밍으로 가서 차창과 쿤밍직영점을 둘러보고 멍하이로 왔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비가 왔다는데 어제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가게에서 여러 지역에서 샘플로 들어온 가을 차들을 계속 시음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운산은 여름차나 가을차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숙차로 가공할 원료를 구하기 위해 각 지역의 봄 차와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가을차는 대체적으로 향기는 좋은 편이지만 맛이 엷다는 느낌입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모든 면에서 별로입니다. 예년에 비해 멍하이를 찾는 사람도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줄어서 그런지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입니다. 지역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있지만 가을차 가격은 봄차의 절반정도에 형성됩니다. 여름차는 가을차의 절반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올해 노반장 봄차 가격이 일키로에 백만원 전후였는데 가을차는 오십만원 여름차는 삼십만원 전후입니다.

 

차가 계속해서 맛이 없으면 차 마시는 일이 참 고역입니다. 취미로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매번 집중해서 연거푸 마시다보면 때론 머리도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도 올라옵니다. 봄차철엔 매일같이 이차 저차 가리지 않고 시음에 집중하다보면 손가락 발가락 끄트머리가 간지럽습니다.

 

일종의 차중독인지 나중엔 발갛게 부어오르고 물집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지요. 이럴 땐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 수는 없고 소독삼아 저녁에 바이주한잔씩을 마십니다. 50도 이상의 독주라 한잔만 마셔도 곯아떨어지기엔 좋습니다. 차농이 가리켜준 일종의 비방인데 술만 취하고 상처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격 또한 터무니없고 멀리서 샘플을 들고 찾아온 차농일 경우 바라보기도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도 사용하고 차농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제작한 오운산 다기를 한셋드 줬더니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는 차를 한보따리 주고 갑니다. 이렇게 저렇게 모인 차들도 연말에 2017년 기념병을 생산할 계획인데 맛없는 차만 모아서 만드는 건 아닙니다...

 

오운산초제소와 숙소

 

맛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쓴맛이던 단맛이던 있어야 평을 하는데 그냥 맹한 물맛만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대량 생산하는 여름 차에서 나타나는 맛인데 장맛비에 쑥쑥 자란 맛입니다. 그리고 강열한 쓴맛과 떫은맛이 자극적이라는 느낌의 차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찻잎 품종 자체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유념을 지나치게 강하게 하거나 위조를 하지 않은 차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청은 부족 하면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불이 너무 강하거나 완료 타이밍을 놓치면 향이 좋고 고소하지만 연기 맛 그리고 탄 듯한 맛이 목을 자극합니다. 어떤 분은 농약이 있어서 자극적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대량 생산하는 차는 일부 농약을 사용하지만 보이차는 아직 녹차나 오룡차에 비하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고수차는 구조적으로 농약을 치기가 어렵고 대지차는 워낙 저렴해서 농약 값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보이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시며 입으로 느낄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모를 일입니다. 어떤 분은 마시자마자 찻잔을 탁 놓으면서 농약 맛이다! 이거 먹으면 큰 일 난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은 농약 맛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농약은 무슨 맛일까요? 맛이 아니라 농약으로 인한 신체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차는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가을비가 내립니다. 멍하이도 이젠 가을이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지난 추석에 고향친구들이랑 가족 동반으로 필리핀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옮아온 감기가 한국에서 시작되더니 멍하이 에서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차 마시는 사람이 감기 들면 영 폼이 안납니다.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있고 아내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혼자서 바라보는 멍하이의 가을달이 불그스레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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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춘(방촌) 차시장

 

귀국길에 쿤밍 공장에 들러 올해 생산된 차들을 점검하고 숑다(雄達) 차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저희 가게에서 박람회 참가 후의 재고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어제 광조우 팡춘으로 왔습니다. 우기 인지라 비행기도 심심찮게 결항 또는 연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하이에서 쿤밍으로 나올 때도 연착이더니 광조우로 올 때도 두 시간 연착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공항패션이니 쇼핑이니 하면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작업복 차림에 배낭하나 걸치고 공항에만 오면 그냥 딱 무료합니다.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특히나 연착이라도 하게 되면 하릴없이 몇 시간이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두 번은 의자에서 졸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9시 광조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다가 황급히 다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습도에 숨이 막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니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가 39도입니다. 습도까지 높으니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이즈음 광조우는 낮에는 보통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130위안이면 가는 거리를 300위안 달라고 합니다.

 

차엽성에 가게가 있고 자주 온다고 하니까 그럼 200위안만 달랍니다. 결국 미터 요금 기를 켜라고 하고 136원에 호텔까지 도착했습니다. 외국 사람이라고 바가지 쉬울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150위안을 주니까 잔돈도 안 내어주고 그냥 갑니다. 모처럼 외국사람 하나 태워서 좀 더 벌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기사 마음도 이해해줘야 되겠지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랑 근처 매점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최근의 팡춘시장 동향과 보이차 시세를 확인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인 대익과 하관의 시세부터 살피자면 7542, 7572, 8653, 등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숙차로 유명한 추병량 대사의 해만차창이 숙차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밀감보이차(小靑柑) 시장의 성장으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기념병으로 출시된 대익의 난운’, ‘산운’, ‘진장공작’ ‘금대익등의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부터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더니 몇 달 만에 서너 배 씩 급등하였다가 최근에 약간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 복금에서 먼저 출시하고 진승에서 곧이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상근병이라는 차가 있습니다. 야생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내표에 원시삼림의 500년 이상 된 고수찻잎으로 만들엇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상근(橡筋)이란 줄기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성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천여 편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오운산에서 올해 출시한 샹주칭지역의 차들이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데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는 섬유질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잎이나 줄기가 비벼도 쉽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출시 가격이 3000위안 정도였는데 20000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호흡을 고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팡춘시장에 와서 보이차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종종 꼭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입니다. ‘팡춘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차엽성에 오운산 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의 성지가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차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보는 국적불명의 자본이 할 기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세탁용 자금, 부동산 투기자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미 끌기 등의 형태로 자본이 들어오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세력들의 연합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반대로 깡통 찬 사람들이 모여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만여 개로 늘어난 상점들은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누구가 무엇을 어떻게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고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보이차라고 해서 상품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곳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오면 어쩐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날씨도 더운데 머리만 띵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가게 직원도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늘 멍 때리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마주앉아 아무리 고고한? 정신을 추구한다는 오운산차이지만 그래도 사업인데, 니나 내나 자식 공부도 시키고 잘 묵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쫌 잘해보자고 얘기하면서도 시장 상황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저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차!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턱도 없이 비싼 차!

정해진 규정 외에 할인도 안 해 주는 차!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인이 만든 차!

 

그 외에도 오운산이 가진 약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팡춘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차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차는 괜찮은데! 하고 맙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한 편 두 편 신기해서인지! 실험용인지! 사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경영이념으로 세웠고, 보이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먹다가 남으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경영이념에 새긴 것입니다. 훗날 재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언하건데 그러려고 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시월에 다시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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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주인(최해철)

 

므장미띠펑황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한 시간 삼십분을 달려 닝얼에 도착합니다. 닝얼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부터 보이차가 이곳에 모여서 전국으로 운송되었기 때문에 이 지역 이름을 따서 보이차로 불렀다는 지역적 명칭의 유래지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나커리(那柯里)라는 곳이 있는데 차마고도를 오르내리던 마방들의 큰 객잔이 있던 곳으로 최근에 시에서 새롭게 단장하여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2007년 원래 스마오(思茅)시 푸얼현이었던 것을 스마오시 자체를 푸얼시로 바꾸고 푸얼현은 그냥 닝얼현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푸얼의 영토 확장이랄까요?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여러 사람에게 그럼 왜 푸얼이 닝얼로 바뀌었냐고 물어보았는데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정부에서 하는 일이려니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하기 참 쉽죠...

 

나중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1900년대 초에도 푸얼이 닝얼로 바뀐 적이 있고 이후에도 몇 번 왔다 갔다 했네요!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름은 닝얼로 바뀌었지만 유적은 그대로 남아 있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옛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르는 이름 바뀐 푸얼의 옛 거리를 잠시 걸어봅니다. 곳곳에 아직도 푸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간판들이 보입니다. 시가지 한복판에 우뚝 솟은 보이차 기념관이 있습니다. 내부 계단으로 오층까지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층층마다 보이차 관련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는 저물고 쿤밍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저녁으로 소고기 샤브샤브에 바이주 한잔을 겻 들여 든든히 먹고 근처의 호텔에 투숙합니다. 이곳에서는 최고급 호텔이라는데 요금이 삼 만 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목적지인 쿤루산(困鹿山)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우기인지라 비만 안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건 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한 달 내내 비 맞고 돌아다니다보니 비만 오면 살짝 이상해지는 느낌입니다. 속담에 비 맛은 중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꾸 입에서 중얼중얼 이상한 소리가 나오려고 합니다. (스님한텐 죄송한 표현입니다...)

 

쿤루산은 푸얼차구 중에서도 차 가격이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지역입니다. 중국의 유명 배우가 천년 야생고수차를 한그루 입양하여 보호하고 있다는 곳이기도 합니다.

 

닝얼에서 한 시간, 산길이지만 비교적 포장도 잘되어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습니다. 차산 길이 이정도만 되면 관광버스도 다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차가 다니는 길 중에 이정도로 나쁜 길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 봄차가 출시되기 전에 그동안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모든 차농에게 일괄적으로 봄 고수차 3kg씩을 샘플로 발송해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제가 멍하이에 있으므로 근처의 차농들은 직접 샘플 차를 가지고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푸얼이나 린창(臨凔) 등 멀리 있는 지역에서는 먼저 전화를 하고 샘플 가격을 입금한 후 차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모든 차산을 방문하고 시음을 한 후 샘플이라도 가지고 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봄차가 출시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매년 이렇게 모인 차들은 연말에 오운산 기념병으로 제작합니다. 오늘 방문하는 쿤루산의 차농도 그때 상담 후 차를 발송해준 친구인데 차농사를 시작한지는 4년밖에 안된 젊은이입니다.

 

현재 유명 차산의 많은 차농들이 그렇듯이 옛날엔 도시에 나가서 일하다가 찻값이 오르면서 귀농한 케이스입니다. 올 봄에 상담할 때 고수차는 너무 비싸서 생태차로 3kg만 보내 달라고 했는데 고맙게도 고수차도 조금 같이 보내주었습니다. 한 창 차철이라 여러 가지 차들을 매일 같이 시음하곤 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맛이어서 이번 기회에 방문하기로 한 것입니다.

 

황지아짜이(皇家寨) 차밭 바로 앞에 자동차를 세웁니다. 젊은 친구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저희를 맞이해 줍니다. 악수를 하고 고개를 차밭으로 돌리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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