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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웰 신간, 향기로 장엄한 세계, 백비헌 저]

神과 人間을 이어주는 香에 대한 考察
조상을 모시는 제사에 향이 없다면 경건함이 반감되지 않을까?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역한 체취를 풍긴다면, 그 미모 또한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후각은 어쩌면 육감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향을 신비롭게 여겼고 향이 저승과 이승, 신과 인간을 연결해준다고 생각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러 찾아온 삼인의 동방박사가 황금과 함께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가지고 온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고대 오리엔트에서 시작된 향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첨단 문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향의 본질과 근원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악취가 진동하는 것도 본질과 근원을 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香에 취해 香爐를 쫓다
오리엔트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져온 향의 궤적은 이제 거의 다 지워졌지만, 지은이는 옛 문헌을 등불 삼아 희미한 흔적을 되짚어본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대 역사서는 물론, 의학서적과 문집까지 뒤적이며 그 흔적을 이어가는 일이란, 향에 대한 지식을 꿰어내는 작업이라기보다는 향이 내리는 영감에 취해 홀려가는 상태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乳香과 沒藥에서 시작해 龍涎香과 貝香에 이르는 향의 재료를 설명하고, 이런 재료를 이용한 스무 가지의 합향법을 전하는 것은 물론,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 까지 사용되었던 수많은 향로들을 수집해 책에 그 모습을 싣는 일은 향에 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배움이 짧고 식견이 좁아 두서없는 글을 썼다며 겸양하고 있지만, 향에 대한 박식함과 깊은 성찰은 책 곳곳에서 저절로 드러난다. 향에 대해 잘 모르면서 향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많은 현학자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반성을 촉구하고 있으니, 이 책은 香煙을 즐기는 饗宴의 儀軌이자 반성문인 셈이다.

지은이에 대하여
지은이는 자신을 白沸軒 주인이라고만 밝힐 뿐, 다른 소개는 원치 않는다. 백비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끓인 맹물을 뜻하는데, 지은이가 향과 향로 못지않게 차(茶)를 좋아하다보니, 모든 차의 바탕이 되는 백비(白沸)를 자신이 머무는 방의 이름으로 삼았다.

지은이가 수집한 향과 향로는 물론 차와 찻그릇을 비롯한 다양한 고미술품은 웬만한 박물관에 필적 할만하다. 지난 2007년 환구단 정문이 엉뚱하게도 우이동에서 발견됐는데, 당시 환구단 정문을 처음으로 알아보고 방송사에 제보한 사람도 지은이였고, 그 덕분에 환구단은 지금 서울광장 옆 제자리로 옮겨졌다.

지은이는 당시 자신이 소장한 향로를 비롯한 유물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박물관의 정문으로 사용할 옛 문(門)을 찾으러 다니다가 환구단 정문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눈에 예사롭지 않은 문이라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지은이의 문화재에 대한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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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향 문화는 확연한 차이점을 갖는다. 서양의 향수는 대량생산을 통해 표준화된 향기를 만들어 내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누구에게든 접근성이 쉽다. 동양의 소향문화는 향의 종류와 양, 화력의 강약 등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는 반면에 표준화와 대중화가 어렵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종류의 향 문화를 조화롭게 엮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동서양의 향과 도구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연구가 선결되어야 한다. 향과 향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 새로운 향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아시아의 향 문화의 역사를 사진과 함께 책에 실었다.

1. 향이란?
2. 향의 시원
3. 향의 종류

단일향│單一香
유향(乳香)/몰약(沒藥)/안식향(安息香)/침향(沈香)/용뇌(龍腦)/백단향(白檀香)/전단향(전檀香)/ 자단향(紫檀香)/대회향(大茴香)/정향(丁香)/감송(甘松)/영릉향(寧陵香)/당목향(唐木香)/소합향(蘇合香)/계피(桂皮)/배초향(排草香)/모향(茅香)/사향(麝香)/용연향(龍涎香)/패향(貝香)

합향│合香
부용향(芙蓉香)/취선향(聚仙香)/서운향구(瑞雲香毬)/구자향법(毬子香法)/촉왕훈어의법(蜀王薰御衣法)/당화도사아향법(唐化度寺牙香法)/옹문철랑중아향법(雍文徹郞中牙香法)/연안군공예향법(延安郡公蘂香法)/공불습향법(供佛濕香法)/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 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아향법(牙香法)/전신향분법(傳身香粉法)/매화향법(梅花香法)/의향법(疑香法)

고대 오리엔트│Orient의 향
이집트/메소포타미아/아라비아반도 남단

중국의 향│中國香
한(漢)/삼국, 위진남북조(三國, 魏晉南北朝)/수, 당(隋, 唐)/송(宋)

한국의 향│韓國香
고구려(高句麗)/백제(百濟)/신라(新羅)/통일신라(統一新羅)/고려(高麗)/조선(朝鮮)

각 장르를 세분하여 보면

향의 종류(種類)/
각각의 향들은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가열(加熱), 증류(蒸溜), 희석(稀釋) 하여 향기(香氣)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각각의 향들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조합(組合)하면 기존 향과 전혀 다른 새로운 향기를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자연 상태로 독특한 향기를 지닌 각각의 향을 단일향(單一香)이라 하고 단일향을 섞고 조합(組合)하여 만들어지는 향을 합향(合香)이라 표현한다.

단일향(單一香)

유향(乳香) / 인류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향으로 아라비아반도 남부와 동부 아프리카가 주산지이다. 유향나무(Boswellia carterii Birdwood)의 수피(樹皮)에 상처를 내면 거기에서 유백색의 진액이 흘러나와 뭉쳐 굳어진다. 노란빛이 도는 흰색 결정이 상질이고 검은색이 짙을수록 질이 떨어진다. 기원전 4000년경의 이집트 분묘(墳墓)에서 유향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고대부터 유향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달리 훈육향(薰陸香) 다가라향(多伽羅香), 천택향(天澤香) 마륵향(摩勒香), 馬尾香(마미향), 명향(明香), 두로향(杜香), 西香(서향) 으로도 불린다. 범어로는 kunduruka라 한다. - 본문 10p

몰약(沒藥) / 유향과 더불어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향료로 아라비아반도 남부와 동부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감람과의 콤미포라 미르라(C.myrrha)나 콤미포라 아비시니카(C.abyssinica)의 껍질에 상처를 내어 채취한다. 유향과 마찬가지로 수피에 상처를 내면 수지가 흘러나와 적갈색으로 뭉쳐 굳게 되는데 이것을 채취한다. 고대부터 향료(香料)와 방부제(防腐劑)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향이었다. 쓰다(苦)는 의미의 아라비아어인 murr에 어원을 두고 있다. 달리 정지향(精祗香)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페르시아어 잔지(Zangi)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잔지(Zangi)는 흑인(黑人)을 나타내는 말로 몰약의 주산지중 하나였던 동아프리카를 일컫기도 했다. -  본문 11p

침향(沈香)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팥꽂나무과의 Aquilaria agallocha가 자연재해나 병해충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면 상처부위와 주위에 수지(樹脂)를 분비 축적(蓄積)하게 되는데 이것을 채취한 것이 침향이다. 수지가 축적된 부분은 수지가 없는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 하여 침향(沈香)이라 한다. 침향은 생산지와 산출 부위 및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고급의 것을 가라(伽羅-奇楠, 伽南)라고 한다. 가라는 검다(黑)는 의미의 범어 Kalaguru에서 유래되었다. 침향(沈香), 침수향(沈水香), 해안향(海岸香) 등으로도 불린다. - 본문 12p

향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나온 책으로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향로│香爐]
1. 향로란?
2. 고대 오리엔트의 향로
굽 높은 원추형 향로/병향로/잔형 향로(盞形 香爐)/기타
3. 중국의 향로

[향로 감상] 부록
녹유 박산로(한)/옥(玉)제 루공훈로(한)/자주요 백자향로 등 저자의 많은 소장품 가운데 부록으로 편집된 내용은 <향로 감상> 타이틀로 만들어 60여 점의 향로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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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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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침향나무를 재배하고 나무속에 염화나트륨을 투입하면 상처가 생기고 나무속에 골이 생긴다]

요즘 사찰이나 차 전문점, 선방 등에서 유행하는 것이 침향이다. 스님들은 침향으로 만든 염주를 차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차문화를 선도한다고 하는 분들이 갑자기 전국 곳곳에서 침향 전문가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사동 모가게에서 2년전 주인과 손님 여럿이 차를 마시다가 주인은 중국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침향에 대한 역사와 가치를 대단하게 설하고는 침향을 칼로 조금 잘라내어 우려서 마시면 좋다고 하였다. 난 솔직히 그 자리에서 마시기는 했지만 이것을 왜 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침향차라고 하는 것이 이런 수준으로 이야기 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최근 곳곳에서 침향이야기가 나온다.

부산지역에서는 옷칠염주와 침향염주가 요즘 상당히 고가로 거래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건강에 좋다고 한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침향이 염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마시고 태우고 손목에 끼고 다닐 정도가 되니 현지에는 큰 호황인것 같다. 좋은 향을 태우는 것은 좋지만 침향이 너무 왜곡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에서는 향도, 향문화 하면서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나온다.

침향이라고 하는 나무는 원래 수지(樹脂 나무의 진)가 없으며, 상처를 내거나 썩게 되면 수지가 생겨나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인사동 H점에서 주인장의 침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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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점 주인장은 인도, 베트남 등지를 다니면서 그들의 문화상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침향이 너무 유행하고 아시아에서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까 침향 나무재배에 따른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용인 즉, 침향 나무를 5년간 재배하면 그 나무를 다시 구매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5년된 나무가 침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주사위로 나무속에 염화나트륨을 투입하면 나무가 섞어서 골이 생기는데 나무자체에서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옹골지게 뭉치면서 생기는게 침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수요가 넘쳐나서 그런 투자자를 모으기는 하지만 나중에 그 시점에서 공급이 넘칠 경우는 외국인의 투자는 어떻게 대응할지 대책이 궁금했다. 뭐 투자자들은 영리하니까 잘 알고 하겠지만 아무튼 좋은 침향은 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침향목을 코앞에 대고 향이 깊게 나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좋은 것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할 때 향이 나온다고 한다.

이 나무는 불을 피워보면 침향이 난다. 투자의 성공에 대한 것은 제쳐두고 이제 침향이 이런씩으로 생산된다고 볼 때 질마재 사람들이 침향을 만들려고 하는 방식의 결과로 인해 진짜 침향은 더욱 진귀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동아일보 2009년 2월 11일 오피니언 오늘과 내일 / 최영준 / 다문화, 침향을 생각하며에서 나온 글을 보면 침향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에 200~300년간 참나무를 묻어둔 뒤 꺼내어 태우면 깊고 그윽한 향기가 난다. 이것이 향 중의 향으로 치는 침향(沈香)이다. 미당(未堂)은 ‘질마재 신화’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질마재 사람들이 침향을 만들려고 참나무 토막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어내다가 육수(陸水)와 조류(潮流)가 합수(合水)치는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은 자기들이나 자기들 아들딸들이나 손자손녀들이 건져서 쓰려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먼 미래의 누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후대들을 위해섭니다….’
그렇다, 다문화의 씨앗이 싹이 터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는 그날이 오려면 질마재 사람들이 참나무 토막을 갯벌에 묻던 그 마음부터 헤아려야 할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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