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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배견

서울에서 오후 530분 비행기로 후쿠오카에 도착, 신간선과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 모지코 항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보내고 오전 10시 호텔에서 나와 마츠모토 히로코 선생댁에서 열리는 하츠가마 차회에 참석하였다.

1월 12일 오전 11시 차회가 시작되는데 1030분부터 손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필자는 사진작업이 필요하여 먼저 촬영을 하였는데, 일본 차인들이 대기실로 들어와 준비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차회 방문 기록에 각자의 이름을 남기고 일본 손님과 같이 대기실의 숯불 화로의 온기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분위기를 그대로 담을 수 있었다.

대기실의 도코노마에는 오늘 차회에서 사용할 도구들을 보관했던 상자가 이름과 사인이 보이도록 장식되어 있었다.

일본 차회에서는 이 부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차회에 사용할 도구들의 출처를 그대로 손님께 먼저 밝히는 것이다. 차도구의 위치가 어느 정도로 인식되어 있으며, 그 가치, 유래 등등 차문화의 성숙조건에 들어가는 도구에 대한 존중이 보이는 순서이다.

숯불을 피운 후에 연향을 넣는다

11시 마츠모토 선생이 종을 치자 차실로 모여들었다. 初座라고 하는 전반부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다다미 방에 일본식 예를 갖추고 들어가서 족자를 배견하였다.

신년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彩鳳舞丹宵라는 글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一陽來復의 의미를 담아 버드나무가 중간에 을 만들어서 묶여져 동백꽃과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이어서 차도구가 놓여져 있는 다다미로 들어가서 급대자라 불리는 선반의 앞에 앉았다.

제일 위의 天板에는 농차가 들어가 있는 茶入(챠이레)가 장식되어 있었고 아래 地板에는 柄杓(히샤쿠)火箸(히바시)가 꽂혀있는 杓立(샤쿠타테)蓋置가 들어있는 建水水指(미즈사시)가 놓여있었다. 그것들과 옆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솥의 경색을 감상하고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찻자리에서 임형택 원장과 박민호 선생

15명이 들어오자 방안은 사람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필자는 사전에 사진 촬영 허락을 받고 참석하였기에 촬영을 편하게 하고자 마지막 자리에 앉았다. 여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亭主炭点前을 하여 숯을 더하였다. 솥의 물이 끓여지는 동안 식사를 하러 옆방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懷石의 시간을 보내었다. 1월에 하는 하츠가마 차회는 총 4시간이 걸린다.

차회의 중심이 되는 濃茶를 마시기 이전에 식사와 간단한 술을 겸하는데 이것을 懷石이라고 하며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안주로 나온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복어 회가 놓여져 있었다.

예를 들면 밥과 요리를 먹을 때 처음에 나오는 밥은 밥을 할 때 맨 위의 밥맛이고 중간에 나오는 밥은 중간층의 맛, 세번째는 맨바닥에 있는 밥맛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마지막에 그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탕으로 끓여내어서 마지막에 먹고 그 탕으로 그릇들을 닦았다. 이것을 湯请(탕청)이라고 하며 禪院(선원)의 작법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두 네 번에 걸쳐 나온다. 국은 하얀 된장국에 복의 애를 넣은 것인데 아주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았다.

치도리를 준비하는 마츠모토 히로코 선생

매우 정성이 가득한 요리가 순서대로 내어지면서 술이 곁들여졌다. 처음에는 주인이 손님에게 한 잔씩 따르면서 접대였는데, 마지막에는 큰 가재요리와 콩을 가지고 와서 손님께 한 잔 올리고 손님은 또 주인에게 한 잔 올렸다. 이것을 치도리라고 하는데 千鳥(치도리, 술잔을 지그재그로 주고받는 모습이 千鳥(물떼새)의 걸음걸이와 닮은 점에서 이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懷石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한 뒤 後座라고 하는 후반부의 차회의 자리로 가게 되는데 이때 선생님은 종을 쳐서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종소리를 듣고 휴식하는 사람들이 차실로 모이는 장면도 좋았다.

선생님이 다완을 들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서 차를 내는데 飴釉의 도자기 다완 안에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이 완으로 농차를 이겨 내어서 손님께 내었다.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농차용 차를 세 번 내었는데 완의 안에 은박이 입혀진 다완도 내어졌다.

일본 다도에서는 島臺茶碗(시마다이쟈왕)이라고 불리는 금박과 은박이 안에 입혀진 다완으로 신년을 축하한다고 한다. 이는 陰陽의 조화를 보여주며, 오랫동안 바르게 사용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차인의 소장품 다완으로 이런 자리에 잘 어울렸다.

차를 다 마시고 나서는 이 날 사용한 茶入(챠이레, 차통), 仕服(시후쿠, 차통주머니), 茶杓(챠샤큐, 차숟가락), 茶器(챠기, 차기)를 돌려가면서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사람 9명 일본 손님 6명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4시간의 찻자리를 마쳤다.

하츠가마 차회는 차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차를 매개로 일어나는 종합예술적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것이 바로 차회다.

유튜브 다석tv  https://youtu.be/zbOeTVPeLco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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