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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임선(李壬先)

출생 : 1957년 2월 9일
현재 :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예절전문강사
          (사)한국차문화협회 전문사범
          (사)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 부산연합회 부회장

학력 :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 졸업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 전공) 문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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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文抄錄>

朝鮮時代 規範書를 中心으로 한 九容의 몸가짐과 茶禮節

                                                                               이임선

                                                                    예문화와 다도학과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禮儀는 시의성이 있어 시대의 변화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근본정신은 변하지 않으므로, 전통을 숭상하고 효를 행동화하는 가치관도 변화가 없다. 또한 몸가짐을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구용의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덕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여러 규범서에는 현대에서도 좋은 가르침이 되는 바가 많다. 본 연구는 조선시대 규범서를 중심으로 한 九容의 몸가짐을 문헌적 연구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茶禮節에서의 몸가짐을 연구하였다. 14C의 『小學』, 16C의『童蒙先習』과 『擊蒙要訣』, 18C의 『士少節』 등을 중심으로 한 동규편과 15C 중국의 女四書 중 인효문황후의 『內訓』과 소혜왕후의『內訓』, 16C의『규중요람』, 17C의『戒女書』 그리고 18C의 『士少節』 등을 아녀자편으로 구분하여 시대별로 살펴보았다.

  위의 여러 규범서를 중심으로 연구 범위내에서 구용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본바 바른 몸가짐의 기본을 구용에 두었다. 이를 위해 Ⅰ, Ⅱ, Ⅲ장에서는 규범서를 시대별로 동규편과 아녀자편으로 구분하여 구용을 논하고 규범서에 나타난 몸가짐을 분석하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을 삼가함으로서 극기복례위인에 힘썼다. 진정한 예의 의미를 깨닫고 구용을 바탕으로  올바른 태도를 갖춘 차생활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다. Ⅳ장에서는 行茶禮의 몸가짐을 구용의 토대로 모색하였다. Ⅴ장에서는 구용을 중심한 규범서의 내용이 현대에서도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사려되어 동규편과 아녀자편으로 교육적 의의와 현대적 의미를 탐색하였다.

  사소한 생활 자세에서 부터 비롯되는 생활규범은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항상 겉과 속이 한결 같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황면제는 몸과 마음을 닦는 데는 구용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시대별로 본 규범서에 나타나는 구용의 내용은 보다 세분화되고 실질적이며 구체화되었으며,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였다. 동규편에서는 일찍부터 몸에 익힘이 습성화되어 자연스럽게 행해질 수 있도록 孝와 敬을 토대로 하되 지식보다는 행동이 습이 되도록 반복함을 강조하였다. 아녀자편에서는 구용의 습을 전제로 보다 지혜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 입문하는 아동들의 책인 『小學』은 배움을 객관적인 사실을 배우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았고, 경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쇄소응대와 같이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행해야 할 일과 마음과 외면을 바르게 다스리며 행하도록 가르친다. 이와 같은 일은 경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윤리적 덕목을 실천을 통해 겸손하고 방만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배우도록 하였다. 아녀자편은 『小學』등 동규편에서 익힌 것을 바탕으로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것에 따라 실천함으로서 경은 더욱 진지해짐을 알 수 있었다.

  孝와 敬을 바탕으로 仁의 사상은 본인은 물론 가족 이웃에게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도록 실행함으로서 ‘和’를 이끄는 가정과 中庸을 지키는 몸가짐을 갖는 형이상학적인 사상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였다.

  공부란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배우는 것이라면 공부의 근본인 경을 함양하는 규범서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성의 바탕을 형성하는데 있다.

  규범서에서 배운 내용들을 실천하는 중에 발현되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것을 확충하고 자신의 삶의 지표로 삼아 살아가는데 만족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은 증가하지만 그것은 인격적 성숙과는 무관하고 기술은 발달하지만 마음은 피폐해지는 현대교육의 역설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를 주자의 『小學』과 전통사회 규범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으며, 행다례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사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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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1. 연구목적과 내용

  禮의 근본은 인간의 진정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인간의 몸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생활의 기본인 예는 정성에서 비롯된다. 예의 형성은 시대의 변화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근본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 내면의 마음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 행동이며, 몸가짐이란 시간과 장소 및 상대방에 대한 예의 표현이라 하겠다. 이러한 예의 표현을 충실하게 하려면 바른 몸가짐의 기본을 알아야 할 것이다.

  「小學書題」에 “옛날 『小學』에서는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존경하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도리를 가르쳤다. 이 모든 것은 몸을 닦아 집안을 잘 이끌고 나라를 다스려서 세상을 화평하게 하는 가르침의 근본이 된다.”1) 하였다. 이는 『大學』 공부에 나아가기 위해 즉 治國平天下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소학에서 灑掃應對의 예, 즉 修身齊家를 가르치므로 윤리적 실천을 통해 게으르고 방만하지 않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어릴 때부터 배우게 하였다. 『小學』은 학문을 배양하는 수신서로서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과 원리를 가르쳤으며, 『童蒙先習』에서는 인간이 다섯 가지 도리인 五倫을 동몽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해설하여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도록 도모하였다. 이는 모두 참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절도와 도리를 체득함을 가르쳐 인격형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擊蒙要訣序」에서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면 사람 구실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 이른바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정상에서 벗어나거나 별도로 존재하는 일이 아니다,”2)며 학문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일상생활을 마땅히 해 나가는 것일 따름이라 밝히고 있다. 또한 栗谷은 학문이 아니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고, 학문은 일상생활에 있는 것으로 글을 읽어 이치를 연구하여 마땅히 행하여야 할 길을 밝혀내야 함을 강조하였다.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사회구조가 산업화되고 다양화 되면서 경쟁위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현재 우리는 입시를 위주로 하는 교육제도로 말미암아 우리의 전통적인 윤리도덕과 예절이 실종되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누구이며, 우리민족의 특수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민족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되어서 배우지 않으면 사람노릇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배움을 삶의 현실 속에서 바른 습관과 바른 태도를 함양하여 사람답게 사는 인간다움을 위해 수신이 필요하다.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덕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小學』은 주목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본 연구자는 『小學』과 여러 규범서에는 현대에서도 좋은 가르침이 되는 바가 많아 문헌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고 그 중 구용을 새로이 되새겨 제시하면서 생활화 하도록 하고자한다. 선인들의 가르침이 실려 있는 규범서를 시대별(14C, 15C, 16C, 17C, 18C)로 구분하여 구용의 내용을 찾고, 그것이 茶禮節과 관련된 부분을 연구하여 구용의 내용을 行茶禮와 연관시켜 보다 격조 있는 행다의 몸가짐을 모색하고자 실천적인 몸가짐의 가르침을 찾는데 목적이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교육과 문화의 바탕이 되는 유학사상을 담고 있는 규범서에는 이러한 바른 몸가짐의 기본을 九容에 두고 있다.3) 몸가짐은 행동예절의 기초가 되며 몸을 정결하게 하고 옷맵시를 깔끔하게 했더라도 몸가짐과 기거동작이 에의범절에 어긋나면 아무 가치가 없다. 

  차생활은 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다를 준비하고 이행함으로써 건강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수양하고 더불어 대인관계의 삶 속에서도 차를 매개체로 하여 예절을 실천해나가는 생활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차에 대한 기초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이론과 차생활을 실천하는 실제적인 모습이 겸비 될 때 올바른 차생활은 영위될 수 있다.4) 그러므로 진정한 예의 의미를 깨닫고 구용을 바탕으로 남에게 대접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정확히 알고 몸을 실천함에 기본적인 올바른 태도를 갖춘 차생활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다.

2. 선행연구 고찰

  조선시대의 생활규범과 질서는 우리사회를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을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될 소중한 가치규범이 되어왔다. 그러나 조선조 사회가 근대, 개화기를 거치면서 서구문화, 기독교의 현실주의적 생활철학 등이 널리 확산 되었으며, 일제강점기의 영향 등으로 인하여 우리고유의 생활규범과 질서는 점차 그 의미가 많이 상실되었다.

  『小學』의 「敬身」편은 자신의 몸을 바꾸는 행동규범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예의범절을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 규범을 그대로 현재의 생활에 가져다 쓰는 것은 많은 부분에 있어 맞지 않지만 그 기본적 정신을 고찰(이정덕․송순, 1993) 해봄으로써 현대생활에 걸 맞는 예의규범을 찾아내어 오늘날 아동기부터 지식일변도로 나아가는 교육에서 탈피하여 도덕교육, 예절교육, 인성교육 등 인간 내면의 교육적 가치를 전통사상에서 찾아 오늘에 새롭게 재현하고자 하였다. 

  퇴색되어가는 우리의 가정규범교육을 재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이길표(1994)는 昭惠王后의 『內訓』, 李德懋의『士小節』, 宋尤庵의『戒女書』, 李珥의 『擊蒙要訣』등 조선조 규범서를 통해서 찾아 제시 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사회로부터 오늘날에 맞는 행동예절을 통해 인간다운 실천적인 몸가짐의 가르침에 대한 내용과 특징을 고찰(1998)하였는데, 전통사회에서의 교육과 문화의 바탕이 되는 유학사상을 담고 있는 조선조의 규범류에 바른 몸가짐의 기본인 구용은 마음속의 예를 가장 잘 나타내는 수단이며, 구용을 갈고 닦음으로써 더욱더 예에 가까워지게 된다 하였다. 그러므로 규범교육을 어렸을 때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지도한다면, 요즘 같이 통재 없는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진정한 예의 의미를 깨닫고, 바람직한 인간을 형성하게 할 것이다.  

  조선시대는 현대와 가장 가까운 전통사회이며, 한글이 창제되고 각종 사회문화가 발달되었던 조선시대의 『小學』, 『童蒙先習』, 『擊蒙要訣』, 『士小節』등 동몽교재에 나타난 언어예절, 음식예법, 옷차림예절, 몸가짐예절, 마음가짐예절 등으로 나누어 수신예절 교육의 내용을 고찰하고 특징(주영애․박상희, 1999)을 논하였다. 

  소학을 중심으로 유점숙(2001)의 연구에는 전통사회의 儒人들이 童蒙에게 가르쳤던 『小學』에서 여러 가지 예절 가운데 몸가짐에 해당되는 구용을 중심으로 고찰함으로써 오늘날의 아동들이 좀 더 바람직한 몸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정영선(2002)의 연구에는 茶禮라는 글자는 『고려사』에 중국에서 온 칙사에게 차와 술을 대접한 예를  茶酒禮(동아대학교 출판부, 1971)라 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종원년(1401)부터 ‘다례’라는 기록이 나온다. 다례란 ‘사람이나 신에게 예를 갖추어 차를 끓여 주고 마시는 일’ 또는 그러한 法式이다. 흔히 행다례라고 했으며, 茶儀라고 했다.

  김이수(2006)는 『小學』에 나타난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의 의미를 체육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기위해 윤호창(1999)이 번역한 『小學』과 1187년 주자와 그의 문인 劉淸之에 의해 저술된 원저『小學』을 근간으로 하여, 3권에 해당하는 「敬身」에서 언급하고 있는 몸가짐을 중심으로 『小學』교육에 나타난 신체교육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일희(2006)의 연구에는 정신문화 속의 꽃으로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조상의 얼과 예절과 법도와 예술적 혼을 간직하고 있는 차문화는 오늘날 차생활을 함에 있어서 지역이나 차회, 또는 종교에 따라 행다례법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바른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킴에 있어 차생활의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 등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생활다례의 귀감이 되게 하기 위한 난향지실 행다례법을 연구하였다.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국제화시대 속에서도 올바른 전통성을 지닌 모습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통가정생활에서의 가정규범교육의 중요성과 그 내용을 재론하여,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3. 연구방법 및 제한점

  본 연구는 문헌연구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조선시대에 주로 많이 인용된 것으로 『小學』을 바탕으로 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유아용 윤리교재인 『童蒙先習』, 배우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인 『擊蒙要訣』, 조선시대의 부녀자들의 가르침이 실려 있는『內訓』, 『규중요람』, 『戒女書』, 『士小節』 등을 연구하고, 선행 연구를 중심으로 규범서에 나타난 몸가짐을 고찰하여 기거동작의 기본으로 가르쳐온 구용을 바탕으로 행다례를 살펴본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갖는다.

  『小學』 등 문헌에서 나타나는 몸가짐에 관한 것은 많으나 표와 관련된 것이 없기에 몸가짐을 살펴 표로 구분 하였다. 규범서 교육의 의미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구용의 몸가짐과 교육적 의의를 탐색하였고, 구용의 범위에서 차예절과 연관된 부분을 고찰하였다.

  본연구자는 문헌을 충실히 고찰하려고 노력하였으나 『小學』의 구절들이 여러 경전에서 뽑은 어려운 글들로 구성된바 원전을 이해하는데 다소 미흡한점이 있었음을 밝혀둔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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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오양가
출생 : 1955년생
현재 : 경희대학교 강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강사
학력 :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전공(철학박사)
        
<논문>
박사학위논문: 한국 다례 유형 연구
---------------------------------------------------<박사 학위 논문 연구목적>

Ⅰ. 序論
1. 硏究目的

본 논문의 목적은 한국 다례(茶禮)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현대 한국 다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과정 속에서 한국 다례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그 시대의 주요한 사상과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하여, 한국 다례만이 지니고 있는 사상사적 의미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나아가 전통 다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대 다례의 바람직한 방향성도 함께 모색한다. 이상과 같은 연구를 통하여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국적 문화와 사상에 기반한 전통 다례의 현대적 구현은 물론 미래에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다례 문화의 정립을 도모해보려는 것이 본 논문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이다.

다례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관련된 일종의 문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차를 마시는 단순한 행위에서 출발하여 그 행위의 과정을 일정한 형식과 절차 속에서 정식화하면서 하나의 의식(儀式)으로 정착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형식과 절차 속에 당시인들의 정신적이고 사상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가미됨으로써 그 시대만의 독특한 다례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다례를 통해서 그 시대나 지역 사람들의 단순한 음식과 기호 문화뿐만 아니라 의식(意識)이나 사상적인 특성까지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례 문화는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 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코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깔려 있는 필자의 기본 인식이자 다례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특히 한국 다례는 다양한 음식 문화 중에서도 정신적인 측면이 중요시되는 대표적인 문화 활동이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졌던 다례 속에 다양한 사상적 요소들이 투영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형성된 한국 다례 속에는 각 시대의 사상적 특성을 대변하는 불교사상, 유교사상, 도가 및 도교 사상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다례 문화가 당시의 사회를 이해하는 매개로써의 역할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과 사상이 융합된 한국 다례 문화는 단순한 이론의 학습이나 습득이 아니라 이론의 자기화를 위한 수양과 체득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현실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려고 한 한국 사상의 특징을 반영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례 문화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 요소는 차(茶)와 다구(茶具)이다. 다례라는 의식 자체가 차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차 자체가 지니는 의미와 성격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차는 인류가 마시는 음료 중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면서 특별한 주목을 받아왔던 대상이다. 인간이 차를 마시는 행위 속에는 차나무의 재배에서부터 차의 잎을 수확하는 방법 또는 잎을 따는 시기인 채다(采茶), 차를 제조하는 과정인 제다(製茶), 차를 마시는 형식인 음다(飮茶), 차의 유통과 보관, 그리고 차로 인한 건강 유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차를 마시는 행위 속에는 일정한 법칙이나 예술적인 기교, 정신적인 사상 등의 의식(儀式)이 가미됨으로써 다른 음료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형태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독특한 의식이 시대별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한국 다례 문화로 전승되어 정착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다례 문화의 의미와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종의 삶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례 문화는 한국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는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양 삼국에서는 각국의 지리적 특성이나 사상적 특성, 그리고 국민적 정서나 자질 등에 따라서 각각 독특한 형식과 특징을 지닌 다례 문화가 형성, 발전되어 왔다. 중국은 다예(茶藝), 일본은 다도(茶道), 한국은 다례(茶禮)라는 형식으로 각국의 사상적, 문화적 특징에 걸맞는 다풍(茶風)을 형성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형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동양 삼국의 다례문화 속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예(藝), 도(道), 예(禮)라는 언어적 차이 속에 존재하는 각국 차문화의 차별성보다는 삼국의 차문화가 모두 공통적으로 예(藝), 도(道), 예(禮)라는 정신적인 측면이 함께 융합된 수준 높은 문화 형태의 하나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즉 본 논문에서는 현대 차문화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삼국의 고유한 차문화 형식을 인정하면서도 차문화 속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정신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하고자 한다. 삼국이 모두 정신적인 측면이 내재된 수준 높은 차문화를 향유했다는 것은 삼국이 상호 교류와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불교, 유교, 도교라는 사상적 토대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 높은 전통 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다례 문화는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의 전통 다례 문화의 원형을 복원하여, 그 속에 담긴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많은 차회가 생겨나면서 전통의 다례 방식에 입각한 다례 교육은 물론 각 차회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적 성격에 맞는 행다례(行茶禮)를 개발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 다례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각각의 차회가 모두 전통 다례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전통 다례의 의식 속에 담긴 정신이나 사상적 특징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형식이나 절차에 관한 명확한 규정도 전무한 실정이다. 각 차회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통 다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실증적인 고증과 연구에 근거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전승되어 온 내용에 따라서 그 행위의 과정만을 맹목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전통 다례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신라와 고려 및 조선의 다례에 대한 문헌은 사료라도 그나마 찾아볼 수 있지만, 초기 부족국가 시대의 차문화 관련 자료나 기록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새롭게 복원하여 공표할 만한 전형적인 다법(茶法)의 발굴 역시 매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례가 전통적인 방법과 절차에 입각한 전통의 재현과 재창조라는 기치를 내걸고는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전통 다례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시연회(試演會)나 행사장에서 발표되었던 자신들의 다법을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합리화시키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일부에서는 다례법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교육하고는 있지만,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통 다례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나 체계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지어 단순하게 일본식 행다례만을 모방하여 교육하면서 마치 우리 전통의 다례인 것처럼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올바른 한국 다례 문화의 정착과 보급을 위해서는 전통 다례에 대한 연구와 복원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근대사에 끼친 일본 문화의 영향을 생각할 때 우리의 다례 문화 속에 침투해 있는 일본식 잔재를 일소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 다례 문화를 정립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통 다례에 대한 연구와 재현 등과 더불어 향후 한국 다례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전통 다례 문화에 대한 사료적 접근과 고증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시도조차도 현재로써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그 결과 전통 다례 의식(儀式)이나 그 속에 내재된 정신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례의 형식을 이루는 다기의 진열법, 다례의 진행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행위와 절차, 그리고 각 행위와 과정에 붙여진 용어와 그 의미 등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각각으로 행해지고 있다.

본론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우선 본 논문에서 사용하는 다례 용어에 대해 간략하게 그 개념 정의를 해두고자 한다. 첫째, 차례(茶禮)는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 명절 등의 낮에 지내는 간소한 제사를 말하는데, ‘차사(茶祀)’라고도 한다. 둘째, 다례(茶禮)는 영혼과 사람에게 예를 갖춰 대접하는 행위를 말한다. 셋째, 차사(茶事)는 일반적으로 ‘찻일’이라고 하며, 차와 관련된 모든 일을 의미한다. 차의 재배에서부터 찻잎의 채다 및 제다, 손님을 맞아 차를 접대하는 일체의 행위 등을 말한다. 넷째, 행다(行茶) 또는 행다례(行茶禮)는 다례를 행한다는 의미인데, 현대에 와서는 손님 앞이나 무대 위에서 시연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다법(茶法) 또는 다례법(茶禮法)은 차를 우려내기 위한 도구 선택과 배열, 차 우리는 순서와 예법,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사상까지를 포괄한다. 마지막으로 차회(茶會)는 차문화 행사를 하기 위한 모임을 말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개념 중에서도 ‘행다례(行茶禮)’는 다례를 구체적으로 시연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다례 문화를 대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과 관련된 우리의 전통 다례(茶禮)는 현재 두 갈래로 나뉘어 계승되고 있는데, 우리의 전통 조상 숭배사상인 속절(俗節)에 지내는 차례와 접빈 다례(接賓茶禮)이다. 그리고 현대에는 대중 앞에서 시연되는 행다례가 중시됨으로써 무대예술의 한 장르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행다례 과정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차와 예(禮)의 관계이다. 우리의 전통 다례 의식은 물론이고 현재의 다양한 행다례 또한 예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행다례 속에 포함된 예는 단순한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 사상적 특징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특히 시대별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전개된 전통 다례 속에 포함된 의식과 사상의 근원을 탐구하여 우리의 전통 다례가 지니는 특징을 명확하게 분석함으로써 현대 다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초 연구들이 선행되어야만 전통 다례의 재현과 재창조라는 현대 다례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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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차(茶)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기호 식품이다. 하지만 커피와 달리 차는 예(禮)를 갖추는 일을 중요히 여긴다. 그것은 일반적인 음식에서 예로 발전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차와 함께 하며 살아왔다. 부산, 대구, 서울 등의 웬만한 차인들의 행다법을 지켜봐 왔고, 때로는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회원권을 구입하며 준비된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도 수차례 해왔다.

각 차회의 행다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정도로 수 없이 많은 사진 촬영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이런 일에 이만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가 하는 후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러한 시간들이 다 소중하고, 그들의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 차문화의 발전이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문화의 한 분야가 발전하기까지는 그 분야 관계자들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속된다.

차인의 눈으로 봤을 때도 행다 절차는 까다롭고 어렵다. 다른 사람의 진지한 행다례 발표를 보면서 ‘춤추는 것 같다’ ‘너무 외형적으로 치우친다’고 폄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혹자는 한복 입고 폼 잡는 것 때문에 차문화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누군가는 ‘과도기’라 이름 짓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기라 명명한다고 멈추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 미래로 향한 중요한 길에 놓여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학문으로 그 깊이를 논하고, 차를 연구하는 학자는 차의 품종을 연구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매진하면서 다 함께 가야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분명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형적 치우침이라고 매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 긍정적 대안이 아니다. 좋은 대안을 놓고 함께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차회의 흠집 내기 발언보다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을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행다 발표에 있어서는 그 동안 수련했던 것을 자신 있게 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보자.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 매김 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이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태권무(跆券舞)라는 것도 생겨났고, 한편에서는 전통 태껸을 지켜온 이도 있었다. 무엇이 원류이고, 무엇이 본질인가? 문화는 다양성의 산물이다. 문화가 물이라면 시대의 삶은 그를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변화면 물은 거기에 비추어 유연하지 않은가?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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