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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1 멍하이 일기 11. 린창 여행기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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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주칭 차왕수를 만나러 가면서

 

멍하이 일기 11(린창 여행기 첫날)

 

차업을 하면서 줄곧 펑징(鳳慶)의 샹주칭(香竹菁)차왕수를 만나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망설여 왔는데 이번에 한국 손님들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손님들이 316일 오전 린창(林滄) 공항에 도착하므로

 

저는 315일 멍하이에서 자동차로 출발하여 일곱 시간, 징마이(景邁) - 란창(瀾滄)을 지나 솽지앙(双江) 저희의 린창 기지가 있는 곳에 먼저 도착하여 하루를 쉬었습니다. 란창을 지나면서 변경 검문소를 만나게 되는데 최근에 불거진 사드문제 때문인지 한국 사람은 특별 검색을 합니다. 한 시간여 일일이 출입을 확인하고 나서야 통과시켜줍니다.

 

너무 늦어서 약간 짜증을 냈더니 총을 든 중국 초병이 째려봅니다. 눈싸움이라면 저도 지지 않는 편이라 일 분여 째려보기를 하여 결국 제가 이겼습니다...나중에 초소 책임자가 내려와 늦어서 미안하다며 여권을 돌려줍니다. 점잖게 한마디만 했습니다.

 

저놈 교육 좀 시키세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으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부터 기르라고...” ‘사드의 효용성 논란을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무작정 한국을 폄하하려드는 못된 중국 놈들을 만나면 제가 가진 무기중의 하나인 눈싸움으로 기를 죽이곤 합니다...비록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망하면 망했지 한국인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생각은 추어도 없습니다.

 

매사에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면 어떤 중국인이던 저를 존중해줍니다.

잠시 이야기가 곁길로 나갔네요! 다음날 아침 린창 공항에서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모두 일곱 분! 이번 여행은 올해 린창 지역의 모차 상담을 겸해서 준비한 일정이라서 교육학박사님인 고 교수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족 같은 분들입니다. 저희 최실장을 비롯하여 5년 전에도 중국 여행을 함께 했던 분들입니다. 린창 공항에서 린창 기지의 차량이랑 저희 차에 모두 10명이 나누어 타고 두 시간을 달려 윈시엔(云玄)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어놓고 근처의 이족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다음 펑징을 지나 쌍주칭으로 향합니다. 좁은 길이지만 도로는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2000m전후의 고원지대에 새롭게 형성된 대지차밭들이 길옆으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홍차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펑징은 윈난 홍차로 유명한 전홍집단滇紅集團의 차창 및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샹주칭의 차왕수 역시 2005년 정식으로 3200년 수령의 세계 최고령 차나무로 인정 받고나서 전홍집단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샹주칭 마을은 이족(이족)이 전체 인구의 60%정도이고 나머지는 여러 소수민족이 섞여 있습니다. 진시우차주(錦秀茶祖)라고 불리는 차왕수는 이미 여러해 전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사방으로 10m정도의 거리를 두고 담벼락으로 둘러쳐 있습니다. 차나무의 높이는 10m정도로 높지 않지만 나무의 형상이 풍성하니 아름답고 뿌리부분의 굵기가 둘레 5m정도로 아주 튼실해 보입니다. 봄차 생산량이 모차로 35kg이나 된다니 크기를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마을 입구의 매점에서 도자기 병에 담긴 바이주(白酒)를 한 병 샀습니다. 원래 생각은 한국에서 막걸리나 소주를 가져와서 올리고 싶었는데 이번엔 여의치 않았습니다. 차왕수 앞에 향을 사르고 술한잔을 올리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젊은 시절 못된 성질 탓에 이리저리 떠돌다가 헤질 녘 어느 암자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녹차 한 잔의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야말로 흙수저인 내가 성질까지 나빠가지고 차를 만나지 않았다면 뭘해먹고 살았을까 싶습니다.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

 

동지섣달 불목하니

노승과 비켜 앉은 툇마루 나뭇잎만 뒹굴어

머하러 왔노ᆢ

오데로 갈끼고..

우짜잔 말이고..

밥이나 멕여 주이소

마당쓸고 밥묵고

나무하고 밥묵고

절하고 밥묵고

머리나 깍지

부끄러버서ᆢ

그라먼 가야지

갈데가 없어요ᆢ

우짜잔 말이고

차나 한잔 주세요ᆢ

석달열흘 불목하니

이산 저산 다 태우고

갈끼가!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건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차나 한잔 묵어라!

해는 저물고

마주앉은 툇마루 차꽃 한송이 영글다

 

*옛날 생각하면서 쓴 시 한수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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