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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21 멍하이 일기 92 - 여행 첫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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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죽청 3200년 고차수

 

311일에 입국하신 한국 손님들을 모시고 89일간 차산기행을 하였습니다. 첫날 린창 윈시엔 샹주칭에 있는 세계차왕수를 탐방하고 시꾸이, 빙다오, 징마이, 라오반장, 화주량즈 등을 차례로 견학하는 코스였습니다. 저는 8일날 멍하이를 출발하여 푸얼, 징구, 샤오징구(小景谷)의 쿠주(古竹), 전위엔의 라오우(老烏), 멍쿠의 빙다오 노우, 빠카(坝佧), 나지아오(那集)산 등을 먼저 둘러보고 12일 아침 린창 공항에서 손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번에 오신 분들은 모두 여덟 분으로 전 조계사 주지스님, 부산대 학장님, 부산의 건설회사 회장님 부부, 대구의 산부인과 원장님 부부, 밀양의 전기회사 사장님 그리고 마침 상하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저의 큰 딸내미가 가이드로 따라 왔습니다. 저는 모두 다녀온 곳이지만 이번에 오신 분들은 처음 방문하는 곳들입니다.

 

윈시엔에서 펑징으로 해발 2400미터의 고산을 굽이굽이 넘어갑니다. 길가의 비탈을 따라 호두나무와 대지차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펑징은 운남홍차(滇红)의 본고장인데 이곳의 대지차들은 대부분 홍차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상을 넘어 조금 내려오면 원시삼림 속에 조그마한 호수가 있습니다. 피로도 풀 겸 잠시 내려서 풍경을 감상하고 호수를 향해 돌팔매도 날려봅니다. 호수 건너편까지 돌멩이가 도달하면 오운산 미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더니 다들 열심히 던집니다...

 

샹주칭의 차왕수는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차왕수를 친견하러 오르는 계단을 다시 수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자주 보는 광경입니다. 멀쩡한 계단을 다시 허물고 또다시 다른 자재로 시공합니다. 주로 유명한 관광지 등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인데 개인 자금으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차왕수 바로 곁에 있는 작년에 오운산에서 향죽청 순료고수차 원료를 구매했던 집으로 가보니 집이 대부분 허물어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도로 위쪽에 있는 마을은 모두 철거한답니다. 차왕수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정부의 대책을 이해해야겠지만 조상대대로 살아온 촌민들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이라면 대모도 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아직 정부가 하는 일에 공식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원천적으로 모든 땅은 국가 소유이고 국민들은 30, 혹은 70년씩 국가로부터 임대 형식으로 땅을 소유합니다. 소유권을 팔거나 구매 할 수는 있지만 언제든지 국가가 필요하면 환수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정부분 보상을 해주지만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서적 박탈감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허물어진 집안의 한켠에 아직도 차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차 손님만이라도 차왕수 가장 가까이에서 손님을 맞이하고픈 마음인 것 같습니다.

 

고수차는 삼월 말이나 되어야 나오므로 햇차는 아직 이르고 바로 집 앞에서 자라고 있는 천년야생차 새싹을 몇 개 따와서 우려 봅니다. 연두 빛 새싹이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풀어 상큼하면서도 짜릿한 향기로 몸속 깊이 다가옵니다. 금세 정신이 맑아지고 만면에 미소가 번집니다.

 

두들 각자 한국에서 준비해온 예물로 차왕수 앞에 경배를 올리고 잠시 엄숙한 시간도 가집니다. 저는 손님들을 안내하느라 딸내미가 준비해온 소주 한 병을 끝내 내놓지 못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준비한 소주잔을 나눕니다. 모두다 결국은 마음이지요! 차왕수 앞에 소주잔을 놓으나 식사 자리에 놓으나 준비한 마음은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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