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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원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쁘더라도 꼭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어제 늦은 시간 대구에서 강의를 마치고 심야버스로 올라왔다.

따라서 아침부터 몸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명가원에 도착하니 한 분 한 분 모여드는 분들이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잘 아는 분들이 많았다. 어제도, 그제도 늘 만나는 분들로, ‘어! 이분들도 회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가원 카페 회원은 참 다양한 분들이었고,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이렇게 참석해 주시는 것에 주인장이 아닌 내가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바쁜 주인장을 대신하여 내가 안길백차를 내었다.

나는 평소 숙우와 차 거름망을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개완을 이용하여 일곱 잔의 차 맛을 골고루 잘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눈치를 챘는지, ‘야, 이 차 맛있다. 안길백차를 이렇게 마시니까 향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팽주의 무안함을 덜게 해주신 분도 있었다. 조금 늦게 오셨지만 어떤 왕비부부가 멀쑥하니 뒤에 서 계셨는데, 그 분께 제대로 차를 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나는 승용차가 없는 관계로 평소 모이는 장소에 혼자 먼저 가서 산책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시며 사람들을 기다리는 편이다. 오늘은 초정(카페지기)님이 명가원으로 오면 같이 타고 갈 차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자리가 부족해서 코란도에 6명이 타게 되었는데 염치불구하고 나 혼자 운전대 옆에 넓게 타고 왔다. 뒤에 네 분이 좁게 앉게 되어 참 미안했다.

예정대로 승용차 3대와 나중에 오신 분들까지 25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 이때가 오전 10시 50분, 진관사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물과 물통 전기 코드 등을 잘 준비해 두었다. 어쩌면 비구니 스님의 세계이기에 더 정갈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11시 정각, 카페지기인 초정님의 인사말이 있었고 참석자는 서로 각자 인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모두 인사를 하는데 이름만 말하고 자리에 앉기에 내가 주제넘게 우리 이렇게 소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만난 분들이기에 그동안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성명을 하고 얼굴을 익히고 그래서 아이디와 얼굴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앞으로 온라인에서 만나더라도 서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사용하는 아이디(닉네임)와 본명 그리고 소속을 밝히자고 했다. 그래서 자기소개는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었다.

남기순 다화연구가를 시작으로 한분씩 소개를 하였다. 평소 이름을 잘 외우지 않기에 잘 모르지만 한문학을 연구하는 추옥자님, 중국에서 다경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김진숙님, 차사랑 카페 운영자인 유동훈님, 조계사 다도반을 지도하고 계시는 안연춘님, 멋진 왕비부부님, 여성 건강에 대한 좋은 말씀 주신 양선생님, 디자이너 0님, 초정님의 사모님과 아이들, 명가원 실장님 등등 제가 이름 모르는 많은 분들의 인사가 있었다.

사실 온라인 모임과 연계하여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대개 카페지기가 먼저 참석한 분들에게 카페의 실체를 설명하고 그동안 카페 운영을 위해 애써주신 분의 노고도 치하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로 풀어나간다. 오늘은 그런 흐름과는 약간 달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명가원 주인장은 가게를 위해서 의식적으로 또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진행한 것이 아니다. 이런 마음 좋은 성격 때문에 온라인이 뭔지도 모르고 ‘명가원에서 모임을 주최한다’는 말 하나로 오프라인 모임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 것 같다. 또 이런 편안한 분위기가 오프라인의 명가원이 전국에 잘 알려진 곳이 되었는지 모른다.

오늘 모임은 진관사 템플 스테이 차원에서 모였다고 볼 수 있다. 진관사가 천년 고찰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정말 아담한 사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진관 주지 스님의 좋은 말씀을 15분간 듣고 우리는 사찰 음식을 시음할 수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평소 이곳 스님들은 이렇게 많은 찬으로 드시는가 싶을 정도였는데, 오늘만 특별식이라고 하신다. 대충 생각나는 식단으로 보면 상추와 갖은 야채를 된장에 쌈 사먹을 수 있게 하였으며, 연뿌리와 우엉조림, 고구마, 김치, 김칫국, 된장국 등등으로 준비되었다. 식사 시간을 마치고 1시부터 양 선생님의 여성 건강에 대한 특강을 듣고 2시 정각 산행으로 이어졌는데, 나와 유동훈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먼저 절에서 나오게 되었다.

사실 차모임과 관련한 후기는 무슨 차를 어떻게 마셨고 이 차는 어떤 차이고… 하면서 따끈하고 신랄한 차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 모임은 참석자들의 아이디만 알고 있던 터라 아이디와 얼굴을 일치시키면서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분위기여서 후기도 그런 분위기로 쓰여지는 듯하다.

오늘,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피부로 실감하면서, 평소에 만날 수 없는 분들을 이곳에서 만나는구나 하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였다.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서로를 파악할 시간과 분위기가 부족했던 것과, 어떤 수준의 차를 준비해서 모이게 되었는지 사전 공지를 보지 못하였던 것과, 사진 촬영하느라 다양한 차 맛을 볼 수 없었던 점이 오늘 모임 후의 개인적인 유감이다. 오늘 마신 차에 대한 전문적인 후기는 다른 분의 글을 기대한다.

현재 명가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실장님, 온라인 일보랴 카페 일보랴 바쁜 중에도 선물 포장하며 일요일에 출근하여 일거리 하나 더 생겼는데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석우.

중국의 차 상세보기
박홍관 지음 | 형설출판사 펴냄
중국 차 입문서. 이 책은 중국에서 차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성(절강성, 광동성, 운남성, 안휘성, 대만 등)을 각각 수차례 반복하여 조사한 중국차와 그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보고서이다. 차...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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