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차 뒤집기를 끝내고 보온 용 천으로 차를 덮음

10월 25일 발효 2일차

물을 뿌린 후 원료의 부피가 절반 정도로 가라앉았습니다. 이번 참에 멍하이 기지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유명 지역 고수차 원료 몇 가지를 같이 발효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이차가 대중화되면서 정품 노차는 점점 희소해져가고 생차가 지닌 강한 맛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숙차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고급 숙차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지역의 고수숙차들은 신빙성이 떨어져서 정확한 샘플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적은 양이지만 저희가 직접 생산한 것 그리고 샘플로 조금씩 구한 모차들로 숙차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원료들과 구분하기 위해 면으로 만든 포대기를 구한 다음 샘플 모료를 담고 번호를 표시했습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를 면 자루에 담음

저는 개인적으로 고가의 고수차 원료들로 숙차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차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한 차인데 굳이 숙차를 만들어 원래 가진 맛이 소실되게 할 이유를 아직 확실히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분들이 있으면 만들어 보는 것이 또한 상인의 숙명인 것 같아서 시도해 봅니다. 아래의 원료들도 숙차를 만들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험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각종 고수차 샘플

1. 24홍하차왕수 2.2kg

2. 24빙도남박고수 2.2kg

3. 24홍하단주 1.7kg

4. 22.23.24노반장고수 2.5kg

5. 24반분고수 2.2kg

6. 24하개만매고수 2.2kg

7. 24파전생태 2.2kg

8. 19이무만공고수2.2kg

9. 18향죽청단주 2.2kg

10. 19하개고급황편 2.2kg

 

오후 3시 모차를 뒤집으면서 물기가 골고루 적셔졌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곳은 수분을 보충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뒤집기를 하면서 숙차 무더기의 형태를 잡았습니다. 처음엔 직사각 모양의 형태를 만들어야 발효시 발생하는 열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샘플 모차를 무더기에서 중간 부분 위쪽에 배치했습니다.

 

발효균들이 샘플 모료에 잘 안착하게 하면서도 다른 모차들의 항과 맛이 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무더기의 위쪽에 무명 천을 깔고 그 위에 고급 모차를 나란히 배치하고 다시 무명 천으로 덮었습니다. 위쪽이라 온도가 부족할 것이 염려되어 박스에 모차를 담을 때 사용하는 식품안전 비닐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넓을 천으로 모차 무더기 전체를 감싸듯이 덮었습니다.

차 무더기의 중간에 샘플차를 배치

10월 26일 발효 3일차

발효되고 있는 차 무더기에 온도계를 꽂았습니다. 시작할 때의 온도는 20도 정도였는데 현재 온도는 35도입니다.

당분간은 계속 온도가 올라가고 며칠 뒤 50~60도 전후가 되면 2차 뒤집기를 할 예정입니다.

10월 27일 발효 4일차

매일 아침 9시, 오후 3시에 발효되고 있는 차 무더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42도 전후 였는데 오후엔 45도 전후가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10도 정도 상승했는데 중심과 바깥의 온도 차이는 3~4도 입니다.

현재 차 무더기의 크기는

가로 7 미터

세로 3 미터

높이 30 센티입니다.

더 많은 원료를 발효시키자면 무더기의 높이를 좀 더 높게 쌓으면 됩니다. 그러나 부피가 두꺼울수록 중심 온도의 변화가 가팔라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운산 멍하이기지 발효실은 한 번에 최대 2톤 정도의 모차를 발효할 수 있습니다.

뒤집기를 끝내고 보온용 덮개를 쉬움

10월 28일 발효 5일 차

오전 48도, 오후 51도 전후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발효실로 들어서면 찻잎이 발효 되는 향기가 느껴집니다. 맨 위에 따로 배치한 고급 원료들의 온도를 측정해 보니 45도 전후입니다. 전체 무더기의 온도보다는 약간 낮아서 2차 뒤집기를 할 때 개선할 방법을 찾아봐야 겠습니다. 찻잎 무더기를 손으로 헤쳐보니 제법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검은색 균과 흰색 균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효 4일차 온도와 원료의 모습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오운산 대표 최해철

운남은 올해 봄차 시즌이 끝나고 오월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이 지역의 특성상 우기인 여름에 비가 집중되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특히 올해는 이천 년대에 들어와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노반장을 오르는 길목에 있는 '멍혼' 평야가 물에 잠겨서 채소 값이 폭등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운남 일정의 가장 큰 목적인 숙차 발효를 시작하고부터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 숙차를 만들기엔 좋은 계절입니다. 봄철엔 모차 생산 때문에 바쁘고 여름엔 계속 비가 와서 작업이 번거롭고 온도와 습도를 통제하기 힘듭니다. 겨울은 기온이 낮아서 발효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멘트 바닥 위에 깐 화산석 청소

먼저 오운산 멍하이 기지 발효실의 시설들을 보완하고 정비했습니다. 전통적 발효 방식인 시멘바닥 발효와 목판 발효는 유해성과 청결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나무 광주리 발효, 나무통 발효 나아가 스테인리스 통 발효 등으로 기술이 발달되고 있지만 한번에 발효할 수 있는 량이 한정적입니다(100~300kg). 그리고 뒤집기를 하면서 발효 정도를 살피고 온도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다시 원료를 쏟아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좋은 방법을 모색하다가 우연히 화산석 발효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봄차철엔 오운산 텅총, 덕굉 기지를 관리하고 평소엔 저희 멍하이 기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선생과, 이여사 부부의 고향이 텅총입니다. 텅총은 중국에서 온천과 화산석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고향의 친척들을 통해 쉽게 화산석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생각해 낸 방식입니다. 화산석은 용암이 굳어서 생성된 현무암입니다.

 

제주도의 돌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이 많은 돌이지요. 어렵사리 직사각형으로 생산된 화산석을 구해서 시멘트 바닥 위에 깔고 보니 보기는 좋은데 작은 구멍 속에 이물질이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니 숙차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라서 관리만 잘 하면 작은 구멍들은 오히려 온도를 유지하고 유익균이 서석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보다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생복 신발 모자 등을 준비했습니다. 아무튼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라 걱정반 기대반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오운산 최해철 대표와 직원

2024년 10월 24일 오후 3시

오운산 멍하이 기지 발효실에서 숙차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발효 책임자는 '랑하차창'에서 발효 기술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텅총 차농 장선생이 맡고 장선생 부인 이여사, 오운산 멍하이 점장 샤오리우 그리고 저는 보조 일꾼으로 참여합니다. 주원료는 오운산 멍하이 기지 주변의 왜화 형 고수차 400kg, 생태차 400kg 그리고 지난 2년간 운남의 여러 차산지에서 구한 고수차 샘플 204kg입니다. 모두 합치고 보니 공교롭게도 1004kg 천사표가 되었네요..^^ 

숙차 발효

오전에 세 차례에 걸친 물청소 등을 통해 발효실 환경을 최대한 깨끗하게 했습니다. 멍하이 기지 창고에 저장하고 있던 모차를 발효실로 옮겨서 생태차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왜화 형 고수차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고수차 샘플을 골고루 뿌려서 병배 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 발효실에 비치되어 있는 수도관에 호수를 연결하여 물을 뿌리기 시작했고 한시간 정도 모차가 충분히 젖을 정도로 계속 물을 뿌렸습니다.

 

경발효(70%전후), 중간 발효(80% 전후), 중 발효(90% 이상) 완성된 숙차의 색깔이 검을수록 중 발표에 가깝습니다. 숙차는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발효시킬 수 있습니다.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수분의 공급량도 각기 다릅니다. 저는 중간 발효를 선택했고 이후의 과정도 그렇게 진행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달정도 차를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해 숙차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올려드리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i16LJIXQM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석가명차 오운산 중국 부스

"茶是拿來喝的" 차는 마시는 것이다. 제가 중국에서 종종 사용하는 건배사입니다.

제가 茶是(차쓰) 차는. 하고 외치면 다른 분들은 那來喝的(나라이허더) 마시는 것이다. 라고 화답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나 중국에 있을 때도 늘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앞의 구절만 들어도 모두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에 건배사로 사용합니다.그렇습니다. 차는 누가 뭐래도 마시는 것입니다. 이렇듯 당연한 이야기를 제가 누차 강조하는 이유를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10월 10일 중국으로 입국하여 오운산 쿤밍점에서 이틀을 머물고 멍하이 기지로 내려왔습니다.

 

현재 중국의 차 시장은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가을 차 시즌이지만 차산을 찾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고 멍하이 모차 시장의 절반 정도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특히 보이차 유통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조우 팡춘에서는 투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운산 팡춘점을 운영하고 있는 명이 씨에게 연락해서 작금의 상황을 파악해 보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삼 년 전에 갑자기 등장한 금융차 브랜드 '범차'의 붕괴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보이차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가 '범차' 사태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봅니다.

어떤 지역의 원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시도 되기 전에 주식의 선물처럼 거래되고,

심지어 웃돈까지 붙여서 제차 삼차 거래됩니다. 실물도 없이 종이 한 장으로 거래되고 설사 실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박스가 훼손되거나 열어 본 흔적이 있으면 판매가 어렵고 제값을 받을 수도 없으니 이런 종류의 차는 감히 마실 생각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거래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팡춘에서 차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번의 '범차' 사태에 직 간접적으로 연결된 비율이 80% 이상이고, 피해 금액은 조 단위를 넘어선다고 하니 작금의 보이차 시장에서 금융차가 점유하는 비율이 얼마나 절대적인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오운산이 중국에 진출하고 광조우, 선쩐, 상하이 등 여러 도시의 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보이차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목도하면서 오로지 품질 하나에만 매달려 온 한국의 작은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자본주의 속성과 맞물린 보이차 유통구조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유사 이래로 차를 소장해서 금융 자본처럼 활용하기 시작한 세월은 길지 않습니다. 이천 년대 이후에 본격적인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 차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녹차나 홍차는 소장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오히려 유통기한이 있어서 노차들은 폐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노차 개념의 형성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보이차에서 노차 개념이 형성된 후 다른 차들도 덩달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넓게 보면 차업의 발전이며 차 맛의 가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농의 입장에선 유통 기한이라는 한계를 돌파하게 되었고, 차인의 입장에선 다양한 차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의 교묘한 속성이 노차 개념을 활용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번의 '범차' 사태를 계기로 차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일어나기를 바래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사진 중앙에서 우측으로(김은호 회장, 안청옥 대표, 주낙연 경주시장, 정종섭 전 장관, 이상호 회장, 백로원 대표)

7회 경주세계차문화축제가 한국중국일본대만칠레미국 차인들의 참여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보문호반 둘레길에 67개의 찻자리가 마련되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마칠 때 까지 여러차레 비가 내리다 거치기를 수 차례 반복하였지만 부산 경남 일대에서 손님은 계속 모여 축제는 성황을 이루었다.

구례에서 참가한 고차수 공헌식 대표

경주세계차문화축제의 성공 비결은 조직윈원회 김은호 회장과 김이정 관장의 추진력, 아사가차회 회원들의 봉사 정신과 단합된 힘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73청병 보이차 시음 자리(티켓 10만원)

이번 축제에는 전체 67개팀 중에서 해외 23개 팀, 국내 44개팀이 참가했다. 국내 팀은 44개로 올해 처음 참여한 강릉 신사임당, 석가명차 본사, 대전 설조산방, 구례 고차수 등 차 교육 단체 및 차 전문점의 참여로 행사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미륵세존 진영 앞에서 이상호 회장

축제의 시작과 함께 대만 신온가무고수정(대표, 안청옥) 부스에서 삼화령 미륵세존 진영 전달 차회가 열렸다. 먼저 이상호 회장께서 인사말을 통해 차문화 발전 전략을 밝히셨으며, 내년 대차회의 기운을 경주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나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참가
일본 부쿠부쿠

외국 참여자는 중국과 대만, 일본, 미국, 칠레 등의 부스에서 그분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차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문화적인 요소는 중국 베이징에서 온 송대 점차법을 재현 발표한 观合(관허) 선생과 일본의 부쿠부쿠 찻자리가 호응을 받았다.

팽주 이재란, 대금 박종현

또한 아사가차관 이재란 선생님의 부스에서 한국차와 인도차를 내는 자리에서 차 교육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보이차 73청병 찻자리는 보이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향산재, 여여해, 진귀명차 등의 부스에서도 각자의 관심사를 가지고 차를 음미하면서 상담도 하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외국 참가자는 대만오룡, 광동오룡 등의 청차와 보이차로 다양하게 참여했다. 대만에서 매년 참가하는 업체로는 운전전차, 신온가목고수정 부스로 매년 방문객들로 부터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
강릉 사임당 다도대학
송대 점차법(观合 관합)부스에서 이해동 선생과 엄청옥 선생
송대 점차법 발표(观合 관합 부부)
진귀명차 대표
여여해 부스에서 숙차 시음

행사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하여 차 마시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축제를 주관한 김은호 회장님, 김이정 위원장님, 그리고 아사가차회 회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축제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https://youtu.be/D3XGkKshnY0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뢰달산

3월 1일에 오신 차산여행 팀을 배웅해 드리고 어제 뢰달산에 올라가 올해 첫 채엽활동을 했습니다. 2013년 뢰달산 정상 부근에 산불 방지용 저수지를 조성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자생하던 야생차 몇 그루를 삼림관리소로 옮겨 심었는데, 지금 채엽 단계라는 연락이 와서 뢰달산 차농 따투 부부랑 함께 올라가 4.5kg을 채엽했습니다. 

 

올라 간 김에 주변 원시삼림 야생차들의 발아 상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빠릅니다. 전체적으로 아직 이르긴 하지만 양지쪽의 일부는 채엽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고픈 마음에 이 가지 저 가지에서 3.8kg을 채엽해서 하산했습니다. 

뢰달산 오운산 초제소에서 채엽한 잎을 위조하면서 찻잎의 상태를 관찰하니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색깔부터 다릅니다. 삼림관리소로 이식한 찻잎은 짙은 녹색에 가깝고 원시삼림 속 찻잎은 연두색 계통입니다. 이식한 찻잎은 해 가림을 해주는 나무가 없어서 강열한 태양에 완전히 노출되었고, 삼림 속 야생찻잎은 아직 덜 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향기를 맡아보니 두 가지 찻잎의 경계가 뚜렷합니다. 원시삼림 속 찻잎의 오묘한 향기는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합니다. 찻잎 속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호흡을 함께 했습니다. 

3월 15일까지 선주문 기간이라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할 차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오운산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제품 이름도 전부 바꾸다 보니 여러가지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보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차산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출국에 앞서 올린 글 그리고 지난번 글들에서 전체적인 방향은 제시했었습니다. 맹해, 이무, 임창, 보이 4대 차구로만 차산지를 분류한 것은 제가 수많은 차산을 다니며 여러번 강조했듯이 좋은 차는 특정 차산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맹해 지역만 해도 수백 군데의 고수차 산지가 있습니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알만한 특정 지역을 선택하고 유명 차산이라서 어쩔 수 없이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출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제가 느끼기에 작금의 보이차 산지 특성은 유명 차산일수록 오염 정도는 심각하고 품질은 점점 나빠지는데 가격은 오히려 점점 더 올라갑니다. 심지어 하룻밤 사이에 수백 년 된 고차수가 새롭게 탄생하기도 합니다. 유명 차산으로 옮겨지고 있는 고차수 문제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점점 황폐해져가는 유명 차산의 상황을 비판하고 있지만 특정 차산이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차가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특정 차산의 좋은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한국의 뜻있는 차상분들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유명 차산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차가 생산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앞에서 두 가지 야생차를 비교해 드렸듯이 환경이 차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좋은 차에만 집중하다 보니 품평을 통해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오지 차산의 원료를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문의할 때마다 모르는 차산은 말하지 않고 소량 선택된 유명 차산 위주로 알려주는 것이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운산 10주년을 맞이하여 과감하게 차산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올해 차를 마무리하면 많은 원료를 선택한 차산은 유명하지 않더라도 밝힐 예정입니다. 선주문 이전에 차산지를 알려드릴 수 없는 건 저도 아직 올해 차를 품평하기 전이라 어떤 차산이 선택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맹해고수'는 그동안 오운산에서 '진'으로 대표되었던 당해 연도 맹해 지역 고수차들을 시음하고 선택하는 고수품평병배차라는 개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유명 차산 위주로 시음하던 방식을 버리겠습니다. 아직은 덜 알려져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좋은 원료를 구하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올봄부터는 유명 차산, 차나무의 수령, 품종, 해발고도 등 그동안 좋은 차의 기준으로 열거되었던 모든 선입견을 내려놓겠습니다. 

이무산 입구

다만 한 가지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무고수, 임창고수, 보이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무는 육대차산 원료로만 국한시키지 않을 것이며 임창은 등나무형 고수차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이는 현재로선 봉황산 쪽 원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차농과의 특별한 인연에도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래서 싸고 좋은 차 없다는 씩의 막연한 상식에 도전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잘 살린다면 적어도 유명 지역의 원료만 구해서 비싸게 판매하는 차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차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일단은 지켜봐 주시고 올해 출시할 차로 심판받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2월 19일 운남으로 출국합니다. 부산대학교 차학과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운남 차산탐방에 동참합니다. 올해부터 '운남차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오리엔티' 정상훈 대표와 함께 차산을 안네 할 예정입니다. 사월까지 벌써 4팀의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도 차를 생산하는 틈틈이 함께하며 현장의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봄차를 마무리하고 유월에 귀국했다가 칠월에 다시 출국하여 오운산 기지 이전 공사를 끝내고 구월에 귀국하여 쭉 고향의 어머님 곁에 머물렀습니다. 구순의 어머님 건강은 그렇고 그렇습니다. 새벽녘 저에게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하시는 뜻은 당신께서도 조금 출출하다는 것임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챙겨드리고 보살피는 일이 생각보다 버겁게 느낄 때가 있지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지금의 수고를 고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그럴 수 없는 분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님과 단둘이 고향 땅에 머물면서 밤새워 옛이야기를 도란거리며 아침을 맞이하는 지금의 생활이 저에겐 너무도 소중합니다. 봄차를 마치고 유월에 귀국하면 다시 어머님 곁에 머물 것입니다. 제가 운남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모시기로 했습니다.

봄차가 마무리되면 지구의 구석구석을 다녀보고팠던 꿈은 잠시 접어둡니다. 최근에 불교 공부를 하면서 삶의 실상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삼 개월간 뉴질랜드를 다녀온 것이 내 인생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어진 인연에 충실하고 나라고 불리는 욕망 덩어리가 가는 길을 살피는 것이 참다운 여행 임을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차 열심히 만들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석가명차 오운산이 중국에 기지를 만들고 차를 생산한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좋은 차를 찾아서 사백여 곳 차산지를 조사한 기록과 가공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오운산의(悟雲山-운남의 차산을 깨닫다) 뜻에 맞는 차를 출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3월 1일에 시행되고 있는 선주문 공지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지만 우선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제가 깨달은 바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차산지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

*차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수차의 오묘한 향기는 소수차가 대체할 수 없다.

*야생차는 대자연의 순수한 맛과 향기를 품고 있지만 내재된 성분이 풍부하지 않고 마시면 배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잘 선택해야 된다.

*차는 예술이 아니라 노동이다. 좋은 차는 장인의 손맛이라기보다는 과학이다. 최신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한다.

*무엇보다 사람이다. 차농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차농의 정성과 생산 유통하는 사람의 양심이다. 그리고 정성껏 만들어진 차를 따르고 마시는 사람의 혜안이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오운산에서 생산한 모든 차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량식 시음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차는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서 맛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산한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들을 마셔보고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은 소량식 선택하여 부담 없이 마시는 것이 즐거운 차 생활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는 고가이지만 마니아 층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주문을 받아서 따로 생산하겠습니다. 차업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고 모두가 힘겨운 시절입니다. 일반 대중이 차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오운산도 정규 제품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채엽한 차

2월 16일 중국으로 들어와서 줄곧 운남에 머물면서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 차산을 다녔습니다. 올해 봄차의 특징으론 우선 다소 심각했던 가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작년을 제외하면 지난 몇 년간 계속 가뭄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일 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고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운남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면 봄에 비가 적은 것은 당연합니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됩니다.

올해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연속성이 이어진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년이 예년과 달리 비가 너무 많았던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생산량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올해는 급감한 느낌이 들지만 매년 통계로 나타나는 생산량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는 일부 지역의 경우 봄차 생산량이 평년의 30% 도 안 된다고 합니다. 저희도 경동 지역의 단주차는 찻잎이 부족해서 선입금을 받았지만 결국 생산할 수 없었고, 경동과 석와 지역은 작년 봄 고수차를 일부 섞었음을 밝혀 둡니다. 이무 쪽 고수차 생산량은 확실히 줄었고 기타 지역의 차농들 이야기는 보통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생산량의 편차는 차밭이 위치한 지형과 토양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원시삼림 속에서 잡목들과 어우러져 적당한 그늘이 형성된 곳, 비탈진 지형의 계곡 아래쪽 그리고 수원이 가까이 있는 차밭은 웬만한 가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평지 차밭 그리고 주변에 잡목이 없고 밀식 재배된 곳, 바위와 돌이 많고 마사 토양으로 이루어진 차밭은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차의 품질은 다소 덜쑥날쑥합니다.

좋은 것은 아주 좋고 아닌 것은 영 아닌 차들도 많습니다. 어느 해보다 좋은 차를 선택하기 어려웠던 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산된 차들은 탕 색이 흐린 경우가 많습니다. 가뭄이 심한 해에 생산된 차들은 잎 속의 수분이 적어서 가공 중에 쉽게 파괴됩니다. 특히 살청과 유념이 까다로운데, 첫 탕을 우려 보면 가공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잎이 많이 파괴된 차는 탕 색도 탁하지만 쓰고 떫은맛이 단번에 우러나기 때문에 첫 맛은 강하고 내포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근년에 들어서면서 유명 지역이라도 차밭을 구분하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고수 단주 등 차나무의 굵기로만 구분하다가 점차 차맛을 알아가면서 차나무의 품종과 생태환경 그리고 토양 등의 중요성을 인식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같은 마을이라도 차밭의 위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결국 올해 마흑의 석문감 단주차는 채엽할 수 없었습니다. 석문감 차밭 중에서 큰 감람나무가 있는 곳을 석감1호 차밭 등으로 구분해서 매년 일정량의 원료를 확보하곤 했는데, 나중엔 차밭 주인도 그렇게 부르더니 올해는 특정 상인이 제가 지목한 차밭의 생엽 가격을 훨씬 높게 책정해서 모두 가져갔다고 합니다. 제가 분류한 차밭이고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차농 입장에선 경제적 가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매년 오르기만 하던 고수차 가격이 올해는 약보합세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몇몇 유명 지역의 차들은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말만 풍성하지 실제로 제값 받고 거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는 생산량이 확실히 줄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 업계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보이차 업계의 큰손들도 주춤한 상황입니다. 생산량이 준만큼 모차 소비량도 대폭 줄었기에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없습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맹해지점

멍하이 쪽 여러 차창에는 방송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인터넷 업체들이 난립했다가 봄차가 마무리되면서 그들도 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쇼핑몰 형태로 운영되는데 '왕홍(网红)'이라고 부르는 이름난 연예인을 내세워 하루에 수십억 원어치를 팔았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반품률이 절반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현지 차농이 서툴지만 꾸준하게 정직한 제품을 소개하는 곳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상한 차를 이상한 가격으로 소개하고 '떴다방' 씩의 한탕주의가 접목된 판매 방식은 차 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인정받는 차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오늘 곤명-심천-인천으로 귀국합니다. 6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티월드 박람회에 참가하고 615~18일까지는 부산 백스코에서 열리는 차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후 잠시 동안 본사에 머물 것입니다. 박람회 기간이나 제가 본사에 머무는 동안 방문하시는 분들껜 직접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매년 비슷한 일정으로 운남으로 가서 봄차를 마무리하고 귀국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로 대표 되었던 오운산 제품의 구성도 완전히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올해가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 마지막 제품이 될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오운산(悟云山)의 뜻 그대로 '운남의 차산을 깨달은' 바를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깨닫다'라는 뜻은 광범위합니다. 제가 깨달은 바는 다만 십여 년 운남의 차산을 헤매며 나름대로 파악한 차산의 특징과 좋은 차의 조건들입니다. 지금까지 462 곳의 고수차 산지를 탐방했고, 셀 수 없는 품평을 통해 100여 가지의 제품도 출시했지만 저의 깨달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도 중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 저보다 더 노력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저도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차산 또는 마을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는 탈피할 계획입니다. 이무. 맹해. 임창. 보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한 가지 차만 출시할 예정인데, 분명한 것은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수차는 같은 지역의 차밭이라도 수백 년에 걸친 변이 그리고 지형과 일조량 밀집도 등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오우산 보이차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자주 마시다 보면 결국은 내 몸이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차입니다. 화려한 포장, 능란한 언변, 유명 지역의 고급차로 아무리 치장해도 차는 결국 마시는 것이지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좋은 차는 화려하지도 맹맹하지도 않습니다.

 

향기로운 꽃이나 달콤한 과일 맛으로 비유할 수 있지만 차는 역시 차일뿐 결코 꿀이 될 수 없고 향수도 아닙니다. 좋은 차는 담백하지만 맑고, 수수하지만 여운이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은은한 단맛이 감칠맛을 돋우어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고, 마시다 보면 호흡을 동반하는 미묘한 향기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최해철 대표

처음부터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차를 마시면 차맛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환상을 좇아 다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중도에 차 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좋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시로 물처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아닌 그 무엇이 차에 있음을 누구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차는 꼭 특정 종류의 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차를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차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국 차인 이라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차를 조금이라도 곁에 두고 마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국 차 산업의 발전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노력하시는 차농 분들에게도 응원의 마음 전합니다. 부디 차를 만드는 분, 판매 하시는 분, 마시는 분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인연 닿는 분들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