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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등중등 보이차 탕색

9월 13일 명가원에서 기획한 차연정담(茶緣情談) 첫 번째 차회가 열렸다. 향후 매월 정기적으로 차회를 연다. 

명가원 김경우 대표

회비: 7만원 (다음 차회에서 식사를 포함하면 10만원)
운영 방식: 차계의 인사를 초대하여 차에 대한 경험담을 듣고, 주인이 내는 차를 음미하는 시간.
차(茶): 1990년 말 중소차창 성공사 녹인
       1996년 맹해차창 정품 등중등 7523
       1950년대 문산포종
       기남향 차

맹해차창 정품 등중등 7532
원충 스님과 김경우 대표


첫 번째 초대 손님
원충 스님: 경북 상주 보장선원 禪主, 일본 하나조노 대학에서 중국선종으로 박사학위 취득, 현재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차회 진행
원충 스님은 보이차 메니아로 차를 마시면서 좋아진 신체적인 특이점과, 스님 개인 취향의 차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겸한 이야기에서 공감하는 분들과 대화가 지속되었다. 스님은 강성호 내비를 넣고 90년대 후반 차로 유통되는 차를 즐겨마시고 있고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김경우 대표는 차를 내면서 설명을 하고 마시면서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성공사_녹인

처음 마신 성공사 녹인은 중소차창에서 만든 차로서 5-7등급의 모차를 병배하여 만든 차다., 1996년 맹해차창 정품 등중등 7532 보이차와 비교 해서 맛과 품질 특징에 대해 설명하였다. 특히 맹해차창 보이차의 가치에 대한 해설에서 노차를 취급하는 전문가의 견해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문산포종 노차

50년대 문산포종은 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1868년 창립된 김덕중 노차포에서 소량 유통된 차로 설명을 듣고 시음하게 되었다. 나는 70년대 생산한 문산포종차는 보관 방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접해 보았지만, 그 이전에 만든 차는 처음 접하였다.

 

문산포종 노차는  환경이 좋은 곳에서 오랜 기간 보존이 잘 된 차다. 차 맛의 특징은 생기가 있으면서도 노차로서의 깊은 신맛이 뚜렷하고, 차를 마신 뒤에 올라오는 단침은 풍부하여 오래된 청차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기남향_재배향

잠시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경주 황남빵보다 더 원조격이라고 하는 최영화 빵과 무화과, 청포도, 케익류 등이 준비되어 차마신 뒤의 허기감을 채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남향 차를 마시면서 최근 재배 침향의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차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 중국과 대만에서 일어나는 좋은 내용들이 선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국 차회의 방향도 조금씩 변화되고 정착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차를 마시기 위한 찻잔과 받침은 좀더 높은 단계의 차회에서 만날 수 있는 수준이기에 언젠가 환상의 조합을 기대하게 된다.

https://youtube.com/shorts/fy2JlkVmJzw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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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암

2021년 12월 29일 상주 보장암에서 원충 스님이 여는 첫 번째 차회에 참석했다. 건물 외형에서는 옛날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실내 벽을 보면 100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금씩 차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날 차회 만큼이나 특별한 것은 처음으로 보장암 현판을 걸고 손님을 맞이한 점이다. 차회 내용은 향후 차회 기록으로 정리될 것이다.

보장암 암주 원충스님

- 원충스님은 차회를 마치고 짧은 시를 보내왔다.

청진한 차향기 찻잔의 입맞춤에 여흥이 남네 한잔은 가볍게 눈빛으로 두잔은 입술 촉촉함으로 세잔은 오감을 감싸면서 그리고, 다음날 보내온 시는 다음과 같다.

[高麗] 진각 혜심(眞覺慧諶) 인월대(隣月臺) 巖叢屹屹知幾尋, 上有高臺接天際. 斗酌星河煮夜茶, 茶煙冷鎖月中桂.  북두로 은하수를 길어 한밤에 차를 달이니 차연기 싸늘하게 달속의 계수나무를 감싸네

고려진각국사 인월대(隣月臺) 茶詩의 일부에 대해서 답시로서 원충스님이 지은 것이다. 시문에서 차회 제목(북두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쇠주전자에 물을 따른다

北斗 찻잔속에 차한잔 따라서 은하철도 타고서 그대 창가로 동지날밤에 기차소리 잊지마소 몇생에나 만나서 한잔 할거나

그음날 전날에 소소(小小)한 찻자리를 펼치니 고려시대 다완, 도곡(陶谷) 다완, 유천(柳川) 다완은 본래무심(本來無心) 무쇠주전자 겨울 솔바람소리를 몰고 오니 온 우주에 물질하고 일죽(一竹)의 일휘(一麾)로 청하수(淸河水) 일미진중(一味珍重)한 다객(茶客)들은 찻빛을 응대하도다.

도곡作 정조이라보다완

보장암 차회는 차문화가 가장 번성한 고려시대 선인들의 시문에 답하며, 과거와 현대 기물을 조화롭게 사용한 새로운 모형을 보여주었다.

이번 보장암 차회는 寶藏庵의 도량정비에 도움을 주신 慈悲華보살님의 은덕이라고 전한다.

https://youtu.be/muviun6aGVk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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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등중등 황인

 

12월 초순에 명가원에서 오랜만에 원충 스님을 만났다. 필자도 막 자리에 앉았는데 원충 스님이 들어오셨다. 김경우 대표는 최근에 좋은 차가 입고되었는데, 같이 마셔보자고 하며 비닐로 잘 포장된 1996년 등중등 황인을 열게 되었다.

 

사실 1990년대 보이차 정품 가운데 포장된 맹해 정창 차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과감하게 포장지를 열고 그 차를 마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미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상주에서 강의차 오신 원충 스님은 차에 대한 관심이 깊고 학구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실전에도 강한 분이다. 그래서 주인도 마음을 열고 차를 낸 것으로 보인다.

좌중에서 나온 말, 첫 잔에서 아 그래 이런 맛이야!” 한다.

 

1996년 등중등 황인

 

이차는 1996년 홍콩남천공사에서 맹해차창에 주문하여 만든 것으로 홍콩 보관창고에서 입창이 잘 된 차이다. 잘 보관된 노차의 깊은 세계를 알고 좋은 차를 많이 접한 마니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차에 대한 발효와 잘 익은 차를 알게 되면 적당한 입창의 효험은 또 다른 차의 맛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잘 익은 차이지만 강한 차이기도 하다. 그것을 더 강하게 즐기기 위해 차의 양을 많이 넣고 우려서 마신다. 이 맛을 아는 찻꾼들이 호기로운 맛을 재미있게 즐긴 시간이다.

 

생차나 고차수에서 알 수 없는 다른 장르의 차, 이제 우리는 조금씩 보이차의 익은 차 맛을 이해할 시기도 온 것 같다. 이런 강한 차를 만나면 세월에 따라 익어가는 농도의 깊이를 이해해 가며 기다리는 맛이 또 재미가 난다. 덕분에 한 해를 보내면서 차 맛에 대한 깊은 인사를 하게 된다.

 

흔히 이런 차를 생차만 마시는 분들은 탁한 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입창 차와 건창이라는 비유를 들어가며 고차수의 건창 보관이라는 공식이 생긴 듯하다.

 

 그러나 이전의 홍콩에서 보관된 50년대 홍인을 비롯하여 7080년대 차 대부분이 입창되었고 그 창고가 습한 덕분에 빠른 발효를 가져온 일도 있고 그렇지 않고 과발효된 경우도 있다. 건창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질 때가 많다.

 

물론 그 정보야 다 나와 있어 볼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은 아직도 광저우 보관을 일번으로 생각하는지는 다시 반문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보이차의 세계는 이전부터 진행형이고, 우연히 좋아진 차가 있었다면 공들여 망가진 차도 있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차가 탁하다고 논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의미로 탁하다 하는 것일까?

샹파뉴만 마셔 본 사람이 걸쭉한 진국 하우스 와인을 이해할 수는 없다.

 

- 석우(石愚)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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