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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보이차

지난 토요일 아침 9시 조찬 차회는 아니지만, 태풍 링링이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날 당일 오전 9시에 만나서 차를 나눈다는 것은 웬지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진 원고에 대한 의논이 만남의 주제였고 서울에서 가는 길은 태풍 이름 그대로 큰 바람을 세차게 맞아가며 장소로 향했다.

 

이렇게 바람 속을 뚫고 굳이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 아침에 차 맛나는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었던 것, 그만큼 마음속에서 기대감을 마구 솟아 났던 것이 정확한 이유였다.

 

군산은침

차탁을 보니, 어제 밤에 마신 군산은침 엽저가 한 잎씩 가지런히 놓여있다. 엽저만 보아도 극상품이다. 전날 중국에서 온 손님에게 홍인을 대접하고 군산은침 특등급을 마셨다고 했다.

 

그리고 군산은침을 마셨는데, 황차로서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차다. 필자가 2006<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를 발표할 때, 수년 간의 사진작업에서 정말 어려웠던 것이 일등급 군산은침과 같은 황차였다. 3차 개정판을 위한 사진 작업을 완성해 두었지만, 그런 과정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 날의 군산은침으로 느껴보는 차와 차맛은 감회가 남달랐다.

 

두 번째 마신 차는 무이산 귀동(鬼洞) 골짜기에서만 생산되는 철라한으로 흔히 암차의 깊은 풍미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차였다. 이렇듯 동급으로 천라한을 만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보이차 탕색

대화 중에 필자가 마시고 싶은 차를 청했다.

8월 중순 이 곳에 와서 마셨던 산차 형태의 보이차다. 이 차는 골동보이차니 숫자보이차니 아무 상관없었다. 말이 앞서는 차가 아니라 한 마디로 이런 것이 보이차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차였다.

 

이전에도 이런 부탁은 하지 않았지만 그 기억 때문에 홍선생을 필자와 만난지 17년 만에 먼저 차를 청해본 적이 없었던 차에, 걸명소(乞茗疏)를 지어 부르게 된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딱 한 번 더 진실로 건강한 보이차를 마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은 동영상

대단한 이름을 가진 차가 아니면서 좋은 차라고 하는 그런 얕은 말이 아니다. 한 모금에 느껴지는 강한 기억을 선사 해 준 참 좋은 차였기에 마셔보고 싶다고 했고, 흔쾌히 차를 내면서 13g이라고 하면서 자사호에 차를 담아 왔다.

 

이 차의 원 출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차가 처음 나왔다고 전해지는 홍콩 <금산다루>에서 나온 차라고 한다. 차 맛도 그렇지만 노보이차가 가진 장점을 많이 보여주면서도 장향을 가진 건강한 맛은 석교헌을 나와서도 돌아오는 내내 입안에서 그 향기가 가시지 않았다.

좋은 차의 기운을 다시 만난 것에 감사한 찻자리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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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대홍포

 

한국의 차문화가 최근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유료 차회 운영이 잘 되고 있다. 차회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문화적으로 조금씩 성숙해간다는 부분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근데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유료 차회는 유독 중국 차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일본 차회도 있지만 공부하는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소문이 나지 않고 비슷한 수준에서 조용히 행해지고 있다.

 

순종대홍포, 철라한, 수금귀, 백계관

 

중국 차는 공개적으로 모집해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일본 차회와 다르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중국 차 전문 차회는 그동안 보이차 중심의 차회가 주류였다면, 3-4년 전부터는 무이암차가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 있다. 무이암차 차회는 고전문화(대표 황영하)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론 수업

 

고전문화 차회는 학습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필자도 여러 차례 참석해 오면서 느낀 점이다. 차를 마시기 전에 반드시 오늘 시음할 차에 대해서 사전 교육을 한다. 차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음을 하면 아무리 좋은 차라도 그 가치가 반감될 뿐 아니라 함께 참석한 사람들 간의 수준차가 커져서 진행 후에도 만족감이 훨씬 적을 수 있다.

 

백계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이제는 황영하 대표 방식의 학습과 품평이 결합된 차회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무이암차 4대명총 차회는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고 본다.

 

첫 번째로 나온 진덕화 선생 감제로 만든 철라한은 굉장히 맑은 차다. 철라한 차로서 이만큼 맑은 차를 만나기는 드문 편이다. 맑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두 번째 수금귀는 철라한 바로 뒤에 마셔서인지 맛의 풍부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깊은 맛 또한 강점으로 나타났다.

 

백계관 엽저

 

세 번째는 백계관으로 화면에서 다른 무이암차와 외형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사진으로 설명하고 이에 맞게 실물의 차를 시음하고 옆저를 볼 수 있었다.

 

차를 우리는 모습

 

마지막으로 마신 순종대홍포는 청향이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대홍포와는 조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맑은 맛이 순정대홍포라고 한다. 순정대홍포는 대홍포의 모수를 무성번식으로 성공한 차를 상품화한 것인데 모수와 동격으로 보는 차라고 황대표는 설명한다.

 

2014년에 진덕화 선생 모시고 차회를 하면서 마신 청향 대홍포와는 맛과 항기가 달랐지만, 같은 류로서 이런 순종대홍포 역시 그 맛을 통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귀한 경험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차회는 한 번에 네 종류의 명총을 경험한 귀한 시간이었다. 공식적인 차회를 마치고 황영하 대표는 출장 차회를 위해서 인천 송도로 떠나고 남은 사람끼리 명총 4종류를 모두 섞어서 끓인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무이암차는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같은 맛을 내지는 못한다. 늘 그해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지나온 기후를 기억하면서 연도마다 특징이 다른 차 맛을 즐기는 것이 무이암차 마니아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무이암차 4대 명총 차회(동영상)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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