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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05 다미향담(303) 사찰에서 마신 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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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본 다완, 말차

 

지난 일요일 인사동 다경향실에서 이원제 회장님 부부와 박규용 대표를 만났다. 이곳에서 2003년 대익 보이차와 하관 차를 비교해서 마시고 점심을 먹은 후에 파주 보광사에 갔다. 보광사 주지 실에서 생차와 숙차를 마시고 나왔는데, 박규용 대표는 여기까지 왔으니 한운 스님을 뵙고 가면 좋겠다고 하여 연락을 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한운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채(寮舍寨)

 

스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 필자의 눈앞에 방의 정경이 펼쳐진 순간, 이 방 주인은 차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떡판같이 잘라서 사용하는 찻상 위에는 도자기 다반과 자사호가 몇 점 놓여있었다.

 

그 옆에 있는 찻그릇이 진열된 장식장을 보며 이곳에서 오랜만에 말차 한 잔 마실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 기대는 윤이 난다고 할 정도의 다완과 어제도 마시고 오늘도 마신 정갈한 찻솔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스님께 말차 한 잔을 청했더니 흔쾌히 내어주시는 모습은 천상 차꾼의 모습이었다. 어본 다완(御本 茶碗)에 내어주신 말차를 함께 자리한 네 사람과 같이 나누어 마시고 나왔다.

 

오늘은 아마도 이 분을 뵈려고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본 다완과 맞닿은 입술의 그 감촉과 싱그러운 그 향기는 아직도 입안을 맴돌고 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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