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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새벽까지 일을 하고 택시기사에게 물었다.가까운 곳에 사우나가 있으면 테워달라고 했다. 지친 몸이라서 그냥 기사가 데려다주는 곳에 내려 건물을 보니 굿모닝사우나였다.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된 곳에서 3시간 정도 쉬었다가 나왔는데, 바로 옆 건물이 구빙담(대표 남태규)이라는 핸드드립전문점이다. 커피볶는집이라는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는 곳에 수동식 그라인더가 보인다. 이것은 구빙담이라는 곳이 커피 맛과 커피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듯이 보였다. 벽장 선반에 전시되어 있는 엔틱 커피잔들은 커피애호가나 일반인들에게 커피가 생활 속 기호음료 이상의 문화를 보여주는 디피가 인상깊었다.

안쪽 중앙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카운트로 갔을 때, 필자의 그 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곳은 커피를 제대로 내려줄 수 있는 곳, 즉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보여서 치즈케익 한 조각과 케냐산 원두 핸드드립으로 주문했다.


여직원과 남자직원이 오전 시간이라서 분주해 보였다. 인테리어가 다른 집과는 차별성이 있어 보였는데, 커피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 말차를 마시는 다완이 인테리어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차인으로 볼 때, 찻그릇으로 인해 오히려 커피 전문점의 전문성 이미지가 조금 반감되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어느 하나를 디피하더라도 그에 대한 가치가 넘쳐나야만 모든 분위기를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은 차류라는 의식에서 담아 마시는 그릇으로서의 상징성은 있다고 정리했다.(사진 위, 이다은 바리스타)

구빙담 매장안에서 케냐산 원두커피를 시켜놓은 자리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려고 할 때
, 남자 직원이 가져온 케냐산 커피가 탁자에 놓였다. 한 모금 마시면서 적이 놀랐다. 진실로 크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호불호가 많은 케냐 커피의 맛을 정확히 딱 한잔에 보여주었다.

구빙담 이다은 바리스타의 커피내리는 모습(석우미디어 동영상)

이 맛은 이전에 필자가 강원도에서 마셨을 때 나의 입맛에 표준이라 생각하고 마셔온 그 맛의 수준과 비슷한 것 같았다
. 그동안 여러 곳에서 이 커피를 시켜보았지만 두 세 곳에서만 케냐산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시고 쓴맛이 기분 좋은 맛으로 바뀌며, 물질이 풍부하며 회감으로 연한 쵸코향이 올라오는 맛 또한 흥미로운 것이다. 이럴 때 커피 한잔으로 하루의 시작을 연다고 할 만큼의 기분 좋은 날,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울산에서 참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된 날이다.

다른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하고자 할 때 리필이 된다고 하면서 브라질 원두 커피를 마셨다.

주인이 없는 가운데 이런 맛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커피숍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끝까지 남을 커피 숍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흑백 사진도 함께 촬영했는데 흑백은 필름사진이라 현상과 인화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간략하게라도 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부디 그 사진이 커피향을 전달해 주길 바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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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란 커피클래스, 배재란 대표가 직접 원두를 내리는 모습

(, tea)를 봉사하는 현장에서는 연지(蓮池)를 이용하여 연차나 대용차를 준비하고 녹차. 발효차 꽃차를 내는 편이다. 간혹 차선생님이 전통한복을 입고 말차를 낼때 차선으로 격불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차를 배우기도 하였다. 그래서 행사장에서의 차 봉사는 다른 분야와 달리 매우 정적이면서 신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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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원불교 안산교당 신축봉불식 행사에 갔다가 차와 커피가 같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것도 차와 커피가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하는 자리다. 필자는 찻자리에 먼저 눈이 갔고, 아는 분이 말차를 준비하고 있어서 인사를 드리고 말차 한 잔 대접받았다검정색 연지를 이용하여 연차를 준비해 놓은 것을 볼 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찻자리를 보았다
.

말차 한잔을 들고 좋은 향과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건너편을 보니 참좋은 커피향을 내고 있었다. 보통 행사가 있는 곳에 가면 커피가 놓이는 자리에는 1회용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장소에 있던 커피클래스에서 피워내는 원두향은 주변 사람들을 유혹할 만큼의 매력적인 향기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마신 말차의 향기가 입안 가득하여 그대로 향기를 머금고 아쉽게 일단은 2층으로 향했다.

배재란의 커피클래스에서 준비한 블루마운틴 원두커피

필자가 안산교당에 온 것은 원불교 교당의 행사에서 헌다(獻茶)가 아닌 헌향(獻香)이 식전행사로 잡혀있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헌향을 진행할 한영용 박사와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식전행사에서 헌향이 잘 진행되어 사진 작업을 마치고 1층 로비로 내려가서 올라가기 전 벼르고 있었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평소 원두커피를 좋아하지만 냉커피는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간단한 기구를 이용하여 로스팅을 하고 원두를 내리는 모습, 얼음을 거쳐 한 잔 내어주는 블루마운틴 냉커피는 무더운 날씨에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단 필자의 입맛에 당당히 합격. 그리고 불현듯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이미 차에서 멀어져 커피쪽에만 와 있었다. 더구나 그의 손놀림과 커피를 내는 동작은 이미 프로였다. 옆의 보조들의 행동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그는 커피 한잔 한잔에 온갖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로스팅부터 한잔의 커피로 만들어 내어 놓는 것까지 필자의 마음 속에 들어 온 것은 바로 그러한 커피의 모습이었다.

블루마운틴 커피 1000잔을 핸드드립으로 대접하는 모습

군복을 입은 군인도 줄서서 대기하고 마시는 모습

사진, 배재란 대표, 한영용 박사

필자는 책 한 권을 선물하면서 인사를 한뒤 사진 몇 장과 간편 동영상을 촬영했다. 원래 필자는 편집을 하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는 입장이라 배재란 대표의 커피내는 모습을 아주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사실 그런 모습은 매년 서울코엑스에서 열리는 카페쇼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현장감이다. 핸드드립으로도 사람이 모이는 골든타임에 맛있게 낼 수 있다는 현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배재란 커피클라스 대표의 핸드드립으로 커피 1000잔을 봉사하는 모습(석우미디어 동영상)

필자는 이 날 커피 세 잔을 마셨다. 자신이 내는 커피에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배재란 커피클라스가 성황을 이룬 것은 짧은 시간에 준비해온 1000개의 큰 컵이 다 나갈 만큼의 커피를 내었다는 것은 한 잔씩 마시는 커피를 중복해서 마신 인원이 많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커피 때문에 차문화가 무너진다고 할 것이 아니다. 방법이 다르고 기호음료를 마시는 그야말로 다양한 기호의 선택일 뿐이다.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통만 고집하다가 무너진 차 시장이지만 커피는 달랐다. 원두커피 시장은 세계의 트렌드에 맞게 변화 발전을 모색해왔다. 또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자리에서 베테랑이 직접 보여준 손 맛은 달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이것이 우리가 현대에 보는 커피라는 존재와 그에 대한 방법이었다. 안산교당 신축봉불식에서 노련한 전문가 한 사람이 대중들 앞에서 일당백으로 보여준 그 기술과 열정으로 만들어 낸 블루마운틴의 드립 맛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2014/06/23 - 원불교 안산교당 신축 봉불식 헌향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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