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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분(白霜)이 보이는 보이차(람인철병)

 

김경우의 보이차 노트

글 김경우(골동보이차의 이해)

다석 6호(2019년 9월 20일) 발행 기사 전문

 

단순히 잘 익은 보이차(발효된 보이차)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보면 병면에서 하얀 분(백상白霜)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병면에 생긴 백상을 보고 마셔도 별 문제가 없다라는 의견을 가지신 분과 아니다, 마시면 큰일 난다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계시다. 둘 다 현재까지는 실험 분석에 의한 데이터 제시가 아닌 단순 의견 제시 수준이었다.

 

필자가 이번부터 <보이차 노트>로 기고하게 되었다.

흔히 잘 익은 보이차(발효된 보이차), 골동보이차를 언급하다 보면 짚고 넘어가야 되는 것이 백상에 관한 부분이다. 그래서 첫 번째 글로, 병면 백상이 좀 많은 보이차 두 종류를 표본으로 선택하여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의뢰하여 분석한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안정성 여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보이차 병면의 백상(白霜)은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독소일까?

 

보이차는 보관과정에서 특정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병면에서 하얀 분 같은 백상이 생긴다. 현재까지는 백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한국에서 보이차가 유통되기 시작한 90년대에 홍콩 쪽에서 들어온 70~80년대의 숫자급 보이차들에서 유난히 병면에 백상이 많은 차가 있었다.

 

홍콩은 한겨울을 빼곤 대체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70~80년대)는 숙차의 유행에 따라, 상대적으로 강하고 떫은맛을 지닌 보이생차를 빨리 익은 맛이 나도록 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였다. 깨끗하게 잘 익은 맛이 나는 차가 있는 반면, 병면에서 백상이 있는 차들도 많았던 것이다.

 

보이차 병면의 백상은 보이차가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거나 높은 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백상은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물들을 두고, 일부에서는 마시면 암에 걸릴 만큼 인체에 치명적인 곰팡이 독소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백상이 보이는 보이차(강성호)

그래서 진짜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이(aflatoxin) 검출되는지를 확인하고 규명해보기 위해 백상이 많이 있는 보이차 두 종류를 식약청 인증기관인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의뢰하여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두 종류 모두 불검출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백상이 있는 모든 보이차를 검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백상의 정도를 사진으로 확인해 볼 수 있고, 유해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점은 제공된 셈이다.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차에 비해 빨리 발효되는 특징이 있는 입창차들은 풋풋한 향보다는 발효된 향이 많이 나며, 맛에서는 떫은맛과 쓴맛은 분해되지만 회감에서 강하게 받쳐 주는 힘은 약하다. 이는 기호에 따른 맛의 좋다, 나쁘다의 문제이지 건강에 해롭다, 해롭지 않다의 문제와는 별개이다.

 

그러고 보니 간과한 사실이 있다. 당시 한쪽 구석에 있어 매변이 아주 심한 차라고 분명히 언급한 것이다. 사실 매변이 심해 육안으로 보기 싫은 차들은 대부분 유통 과정에서 걸러진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마치 필자가 입창차를 옹호한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입창 옹호론자가 아닌 발효가 잘되어 맛있는 보이차를 마시고 싶어 하는 1인이다.

람인철병 검사성적서

오명진의 논문 미생물 발효차의 역사지리적 특성에 의하면 차의 발효에는 산화발효, 미생물 발효, 숙성발효가 있고, 그 중 숙성발효 즉, Ageing이란 찻잎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가분해효소에 의해 분자구조가 쪼개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직감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에 변화가 오는데이 또한 분해효소의 작용이므로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 충분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숙성발효는 단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입창 및 퇴창처리와 같이 대체로 산화발효나 미생물 발효 등과 결합되고 있다.

 

따라서 차와 저장과의 관계에서 오는 숙성발효의 개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세월이 지나면 발효가 될 것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니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성호 검사성적서

한때 보이숙차는 만드는 제다공정에서 활동했던 미생물에 방사선을 쬐이거나 약품 처리를 해, 미생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는 식의 말들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차에 방사선과 약품이라니, 빈대 잡자고 초가산간 태우는 격인데도 오히려 안심 멘트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실은 달랐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답은 간단하다. 미생물 발효에 참여했던 찻잎의 수분이 증발되며 수분 함량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미생물의 활동은 정지되고 사멸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이다. 숙차가 이런 원리로 만들어지듯, 입창을 통해 백상이 생겨난 차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한 퇴창 과정을 거치는 것은 숙차와 똑같은 원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분석할 수 있는 보이차 샘풀이 충분하지 않아, 백상이 있는 모든 차가 안전하다는 말은 못한다. 하지만 최소 두 종류의 보이차 병면을 보고, 저 정도 백상은 아플라톡신이 불검출된다고는 할 수 있다. 이로써 백상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부분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상을 보고 해롭다로 접근하기 보다는 백상에 따른 맛의 특징을 설명해서 호불호에 따라 차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발효되지 않은 차에서 나타나는 강한 맛보다는 발효된 농익은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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