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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부산에서 이영자 선생님의 “보이차 다예” 책 출간을 위한 마지막 협의를 마쳤다. 이선생님은 창원에 있는 삼소방에서 생산된지 20년이 지난 봉황단총을 구했다고 해서 차 마시러 간다고 하시며, 함께 가자는 제의에 단박에 가겠다고 했다.

중국다예연구소 총무가 운전하는 승용차편으로, 창원 중앙동 소재 삼소방에 도착하여 특별한 점심을 먹고 홍차 마신 시간은 별도로 다룰 만큼의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홍차에 대한 특별한 만남이었으니 그것은 다음에 다루겠다.(아나로그 촬영이라서)

우선 식사를 잘 하고와서 삼소방에서 처음으로 마시게 된 것은 차가 아니라 원두 커피다. 요즘은 중국차 전문점에서 원두 커피마시는 일이 유행인 것 같다. [차 마신 후 화로에서 끓여 낸다]전날 부산 중앙동에 있는 중국차 전문 취급점에서 원두 커피를 직접 갈아서 한 잔 만들어 주었다. 요즘은 그만큼 원두 커피가 차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철관음 차를 마셨는데, 엽저를 보면, 찻잎이 매우 튼실해 보였다. 발효는 전통방식의 깊은 발효보다 깔끔한 청향이 나오는 맛이다. 오늘 중심 차라고 할 수 있는 봉황단총 노차를 보았다. 마른 찻잎을 보는 순간 세월을 품은 품새를 가지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로선 봉황단총 차를 다양하게 촬영하고도 구분이 어려워 일정부분 포기하고 책을 내었기에 이 차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진왼쪽 첫번째 이창희 대표, 봉황단총 노차와 팔선종 계화향을 마시면서] 그래서 한 눈에 보인 것이다. 또 하나의 감미로운 차향은 팔선종 계화향 차다. 이번에 마신 봉황단총 두 종류는 수준 높은 차로서 중국 현지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차다. 한국에서는 좋은 차라고 팔리는 것이 아니기에 지방에서 조용히 묵힐 수 있다. 그래서 지방에서 더 훌륭한 차를 접할 수 있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모르고 넘어간다. 그렇다고 일일이 주인이 좋은 차라고 말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눈이나 입 맛이 차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세월이 필요하다. 인연따라 움직이는 것이 차라고 하지만 차 꾼이 찾는 차는 분명 따로 있다. 이날 이영자 선생님 덕분에 입이 호강하였다. 문산포종 노차도 함께 마셨는데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에 “세월이 많이 지난 노차”라고 촬영된 것과 같은 종류의 차로서 3년이 더 지난 차를 만나게 되었다.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하였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돌아왔다.

[차를 우려내고 끓여서 마시는 방법] 복 받은 분은 다르다고 찻자리 시작 즈음에 남자 손님이 오셨다. 예영해 선생으로 명품 라이카 똑딱이를 선보였는데 시험삼아 찍어본 사진으로 이 글을 올리게 되었다. (난, 필름 카메라를 가져갔기에 올리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중국차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로 자신이 아는 것 만을 가지고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날도 그 말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삼소방에서 여러종류의 봉황단총과 문산포종을 음미하면서 판매용과 보관용 차가 구분되어 소장되고,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소장품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사진 오른 쪽, 삼소방 윤은주 사모님] 이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에 나오지 않은 차를 보여주었다. 봉황단총 "동방홍"은 100g 정도 있어서 마시지는 못했다. 하지만 잎의 외형에서 다른 차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팽주가 차 내는 방식을 보면 도구의 사용을 매우 적절하게 잘 하는 것 같다.

상인이라서 보다는 중국차 한국차에 대한 공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였고, 더군다나 스스로 차를 즐기는 꾼이기에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다. 우려마신 차를 끓여서 마시는 것은 흑차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다른 방식의 차 내기다. 손님은 그래서 한 수 배우고 갈 수 있다. 말이 필요없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대만산 알콜 화로의 쓰임이 가장 적절하게 사용된 것 같다.

- 맨 앞에 나오는 사진은 봉황단총이 아닌 자다법으로 마시는 '보이긴차'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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