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모든 뗏목이 우리를 추월하며 나간다]  2009년 11월 21일-24일 무이산 탐방이 있었다. 한중다예연구소 이영자 선생님은 자신의 두 번째 책 <오룡차 다예>의 구성을 위해 무이산 어차원에서의 행다법 촬영과 무이암차 품종별 차를 확인하고 사진 작업에 필요한 차를 구매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번 계획이 빨리 실해되는데는 창원 삼소방(대표 이창희)에서 계획한 창원지역 차인들의 무이산 탐방을 부산 초원여행사를 통해서 회원모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이영자 선생님의 요청으로 나는 사진 작업을 위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무이구곡에서의 경험은 특이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뗏목은 앞뒤로 노를 젓는 사람이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삼소방 가족의 뗏목이 지나는 모습, 가운데 중앙에 보이는 얼굴 왼쪽 부인 오른쪽 따님]

그런데 우리 뒤에서 출발한 이창희 선생님 가족이 탄 뗏목이 옆으로 지나면서 추월해 가고 그 뒤 계속해서 우리는 밀리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뗏목을 10개 단위로 보내는데 우리는 모든 조에서 뒤처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나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이유를 알고 보니 완전 초보 사공에게 우리 몸이 맡겨진 것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옆으로 오는 다른 뗏목에 치이고 밀리고 떠밀리고, 또 조금 지나면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10분 쯤 지나면 또 한 무리의 뗏목이 밀려오면 또 받치고 떠밀리면서 나중에는 그 넓은 강에 홀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꼴찌 중에 꼴찌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참으로 얻기 힘든 기회였다고 할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고, 창원에서 오신 김 사장은 회사 업무 전화를 받으시고 진주에서 오신 이원삼 선생님은 다음날 군대 보내는 가족과의 짧은 통화를 하시고, 부산에서 오신 미창 페케이지 조봉제 사장님도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시는 등 하늘과 바위와 물속을 감상하는 여유까지 가졌고, 한문에 능통하신 심 선생님은 똑똑한 따님을 한 배에 태우고 구곡에서 일곡까지 벽에 새겨진 글을 읽고 해독해 주기도 하였다.

높은 바위 위에 홈을 파서 죽은 부모님의 관을 올려놓은 암벽이 있는 사곡(四曲)을 지나면서, 나는 벌떡 일어나서 ‘모두 여기 보세요’ 하며 순간적으로 뒤돌아서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렇게 해서 나와 함께 탄 5명의 인물이 무이곡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비공개)

필자가 준비하는 <중국차 견문록> 원고를 한국에서 무이산을 갈 때 마감하고 떠났는데 마지막으로 이 사진 원고 하나를 추가하고 싶었다. 구곡은 여러 차례 다녔지만 늘 함께 탄 뗏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아 보지 못한 것은 물살이 빠르게 흐를 때가 많으며 조금만 지나면 굽이치는 물살에 몸을 바로 세워야 하기에 뗏목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서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완전 초보 사공 덕분이다. 그 이후 삼곡을 지나 빼어난 이곡(二曲)의 옥녀봉(玉女峰)을 바라보며 귀 기울이면서 내 옆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고, 손을 뻗히면 맑은 물살을 만질 수가 있는 가운데 일곡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구곡의 풍류가 이렇게 우연히, 어린 사공을 만나 옛 선비들의 시구속에 그렇게도 원하던 구곡의 강줄기에서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얻었으니, 나중에는 일부러라도 다시한번 탈 수 있을런지......

 

 

Posted by 石愚(석우)
,